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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가 취미를 물어보면 '요리'라고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밥을 해주는 일은 즐겁다. 과정이 힘들어도 맛있게 먹는 이의 얼굴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혼자 먹을 밥이라면, 그것도 이미 창 밖은 어둑하고 체력은 방전된 저녁이라면, 혼자 먹을 밥을 공들여 차리는 일이 그렇게 귀찮을 수 없다. 그럴 때에는 냉동식품으로 대충 한 끼 해결하거나 편의점에서 사 먹거나 배달을 시킨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 해도 나를 위해 신선한 재료를 정성 들여 요리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건 순수한 즐거움보다는 1인분의 삶을 그럴듯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에 가까웠다. '스스로를 대충 대접하지 않는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아상 중 하나였다.

프리랜서 1인 가구, 전혀 안정적이지도 기댈 구석도 없는 이 불안한 삶을 내가 과연 잘 꾸려가고 있는 걸까. 도무지 잘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나의 삶에서 유일하게 잘하는 일이 자기 위안이었다.

올해 들어서 일과 상관없이 요리를 하는 일에는 취미를 잃었다. 여전히 집에 손님이 오면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지만 혼자 먹겠다고 시간과 에너지를, 무엇보다도 귀찮음을 극복하는 일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어떤 자기 위안은 나를 속이는 일 아닐까.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미래인데 정 답이 없으면 죽으면 된다고, 한 시간 걸려 혼자 먹을 밥상을 차려 십여분 만에 식사를 끝낼 때 몰려드는 허무함을 애써 무시하면서 이 정도면 1인분의 삶을 잘 꾸리고 있다고.

괜찮은 척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괜찮은 척하는 게 쿨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하나도 안 괜찮고 쿨하지도 않은 내가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몇 개월을 '혼자서도 잘 차려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살았다.

그 어떤 자기 위안이나 억지 보람 없이, SNS에 올려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외부 보상도 없이, 스스로 먹을 한 끼를 위해 공들여 요리하는 그 행위 자체가 정말로 즐거울까. 딱히 치열하게 생각한 건 아니지만 끼니때가 되면, 배가 고파 오면,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저녁으로 다른 반찬과 찌개, 다양한 간식을 차려내던 엄마가 혼자 살기 시작하고부터 딱히 요리라고 할 수 없는 재료의 조합- 삶은 달걀과 익힌 양배추, 견과류와 삶은 두부- 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보며 조금의 씁쓸함과 함께 나는 다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나도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만 먹은 건 아니다. 반 조리 식품에 채소를 더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며 보냈다. 이런 식생활은 물론 편하지만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1인 가구가 먹고사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으면서, 이런 한 끼라니'라는 죄책감을 덜고 봐도 개운치 않았다.

그것은 한두 시간을 요리해 넷플릭스를 보며 이십 분 만에 끝내는 식사의 끝에 몰려오는 허무함이나, 설거지거리를 부러 더 씩씩하게 개수대로 옮길 때의 외로움과도 달랐다. 그건 '이보다는 나를 더 대접하고 싶다'는 자아상을 없애도 치고 오르는, 더 나은 것을 향한 나의 바람이었다.

나는 이보다는 더 맛의 즐거움을 알기에 이보다는 더 맛있는 식사를 원하고, 나를 바라볼 누군가의 시선이 없더라도 나를 잘 대접하고 싶다. 밥을 같이 먹기 위해 누군가와 급 약속을 잡는 일은 생각만 해도 귀찮지만, 혼자만을 위한 요리에는 흥이 안 나는 나. 혼자인 게 좋으면서 싫고 요리가 귀찮으면서도 즐겁고, 사는 게 지겨워도 여전히 살고 싶은 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역시 내가 할 수 있을 때 나에게 조금 더 나은 대접을 해주자. 대신 부담스럽지도, 허무하지도 않은 선에서.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들어가는 품이 큰 요리보다는 정말로 먹고 싶지만 큰 노력은 안 들어가는 나의 아주 사적인 한 끼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혼자 먹고, 혼자 살아가는 것의 가장 큰 사치가 바로 '내가 먹고 싶을 때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이 기사를 읽는 당시의 취향이 다를 수는 있어도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큰 어려움 없이 차리는 방법에 대해 다 함께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내 마음대로 에그 인 헬
 

밥보다는 빵을 좋아하는 나는 점심으로 주로 빵에 치즈나 버터를 곁들여 먹는다. 여기에 간식까지 먹고 나면 저녁은 개운한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맵거나 자극적인 맛이 부담스러울 때면 언제나 토마토 베이스의 야채수프 혹은 스튜가 생각난다.

항상 홀토마토 캔은 구비하고 있는 데다가 냉장고에 사놓은 채소를 전부 때려 넣고 만들 수 있어 재료에서 자유로운 이 스튜는 나의 취향대로 향신료를 듬뿍 넣어 만든다. 큐민과 파프리카 가루, 타임과 오레가노, 펜넬과 고수씨 등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넣기에 정해진 것은 없다. 향신료를 즐기지 않거나 집에 없다면 넣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강낭콩이나 렌틸콩, 병아리콩 등 냉동이나 캔으로 된 콩이 있다면 더한다. 탄수화물 중독자로서 하루 종일 탄수화물만 먹었다는 죄책감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달걀을 깨어 넣어 반숙 정도로 익히는데 이는 '에그 인 헬' 혹은 '샥슈카'라고 부르는 음식과도 닮아 있다. 한마디로 야채수프와 콩 스튜, 샥슈카가 혼재된 음식이지만 쉽고 빠르고 맛도 영양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만 채운,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내 마음대로 '에그인헬'
 내 마음대로 "에그인헬"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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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홀토마토 1캔(400g), 달걀 2~4개, 병아리콩 등 익힌 콩 3큰술, 베이컨이나 초리조 등 적당량, 양파 1/4개, 샐러리 1줄기, 당근 1/6개, 마늘 2쪽, 치킨스톡·올리브유 적당량씩, 큐민·파프리카파우더·타임 등 향신료 적당량씩, 후춧가루 약간

- 만들기

1. 양파와 샐러리, 당근, 마늘을 잘게 다진다. 이 외에 가지나 애호박 등 좋아하는 채소를 더해도 좋다. 베이컨이나 초리조 등을 다져 넣으면 맛이 깊어진다. 취향에 따라 고기를 더해도 좋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더해 향을 내며 볶는다. 마늘 향이 올라오면 나머지 채소와 다진 베이컨 혹은 초리조를 넣어 볶는다. 애호박이나 가지처럼 부드러운 채소라면 토마토캔을 넣은 뒤 더한다.

3. 양파가 투명하게 볶아지면 홀토마토 캔을 붓고 향신료를 더한다. 개인적으로는 타임과 훈제파프리카파우더, 큐민을 넣는 것을 좋아하지만 각자 좋아하는 취향대로 넣는다. 치킨스톡이나 야채스톡, 비프스톡, 굴소스, 피시소스 등 감칠맛을 낼 수 있는 것으로 간하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한다.

4. 5분 정도 약한 불에서 뭉근하게 끓이다 콩을 넣고 10분가량 더 끓인다. 부드러운 채소도 이때 넣는다.

5. 맛을 보고 토마토의 신 맛이 너무 도드라지면 설탕을 1작은술 정도 아주 약간 넣는다. 마지막으로 간을 본 뒤 끓고 있는 스튜에 달걀을 조심스럽게 깨 넣는다. 달걀 넣을 자리를 오목하게 만든 뒤 깨 넣으면 좋다. 불을 제일 약하게 하고 뚜껑을 덮어 3분가량 더 익힌다.

6. 달걀이 수란 정도로 익으면 불을 끄고 후추를 뿌려낸다. 파르마산 치즈나 허브 등을 더해도 좋다. 빵을 곁들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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