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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3차 내각 인선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3차 내각 인선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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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이정식 내정자가 새 정부에서 그간의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발휘하여 합리적인 조정자로서 역할 하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14일 새 정부의 첫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 지명되자 한국노총이 발표한 입장문 중 일부다.

한국노총은 "이정식 내정자는 한국노총에서 잔뼈가 굵었고,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며 "장관 내정자가 ▲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권리 보장 ▲ 헌법상 노동기본권 온전한 보장 ▲ 노동자 경영참가 및 노동회의소 도입 ▲ 중층적 사회적대화 활성화 ▲ 실노동시간 단축 ▲ 비정규직 감축 ▲ 최저임금 현실화 ▲ 고용안정 실현 등이 차기 정부에서 진정성 있게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해 주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정식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여러 논란만 따져봐도 과연 한국노총의 기대대로 될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4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정식 후보자의 공개된 이력을 보면 그는 30년 가까이 노동계에 몸담은 인물이다. 1961년생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한국노총에 들어가 정책연구위원과 기회조정국장을 주로 맡았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하에서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전문위원(1~2기)과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1~3기)도 맡았다.

참여정부 때인 2004~200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엔 다시 한국노총으로 돌아와 정책본부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7년 4월에는 노동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정부 출신이 재단 사무총장을 맡던 관행을 깼다.

재단을 떠난 뒤엔 삼성 노사관계자문그룹 자문위원으로도 위촉돼 활동했다. 이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력개발학과 초빙교수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부회장도 맡아 현재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력만 따지면 한 마디로 노동계 전반에 걸쳐 잔뼈가 굵은 인사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 지명 후 후보자 자질을 의심케 하는 여러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시절 이 후보자는 3년의 재임 동안 고용부의 경영평가 대상인 6개 공공기관 중 사실상 낙제점인 D+ 등급을 2년 내내 받았다. 이러한 평가를 받은 곳은 노사발전재단이 유일했다.

또 고용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자신의 비위 행위를 조직 내 다른 직원들에게 공유했다는 이유로 특정 직원을 '표적 감사'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동시에 이 후보자가 조직 수장으로 있는 동안 부하 직원으로부터 고급 양주를 수수하는 등 사적 비위가 적발됐고 직원 절반 이상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사실까지 확인됐다. 이에 고용부에서 직접 재단에 이 후보자의 해임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재단 사무총장 끝나자마자 '삼성' 관련 활동 집중
 
지난 4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제20대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지난 4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제20대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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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후보자는 재단 사무총장 시절 성희롱 사건 처리를 지연해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무소속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이정식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월 당시 재단 사무총장이던 이 후보자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고용부에 들어왔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됐지만 이 후보자가 이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이에 고용부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미조치로 이 후보자에게 과태료 400만 원을 부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8년 5월과 2019년 1월에는 이 후보자가 재단 내 복수노조를 단일노조로 통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진정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검찰은 사실관계 불명확·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후보자는 재단 사무총장을 마친 직후인 2020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삼성그룹 산하 '삼성글로벌리서치'가 발주한 '지속가능 경영과 노사관계 : 노사관계 시스템 이론'이라는 주제의 연구 용역을 수행하며 제반 연구 용역 비용을 제외하고 2500만 원을 받았다. 

연구 용역을 마친 뒤 이 후보자는 삼성전자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위촉된다. 이렇게 이 후보자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9개월 동안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매달 200만 원씩 총 3800만 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받았다. 문제는 해당 기간 이 후보자가 한 활동은 인사임원 자문회의 7회, 경영진 간담회 3회, 준법감시위원회 미팅 2회, 이사회 미팅 2회, 특강 1회 수준으로만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19개월의 자문위원 기간 중 9개월은 활동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절반에 달하는 기간 동안 특별한 활동 없이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후보자가 참석한 삼성전자 자문회의는 노조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영향 분석 등 주로 사측의 대응 논리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주52시간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의결요구자료 답변에 "다양성‧창의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화나 MZ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확대 등 환경변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우선 현 제도하에서 기업이 노·사의 수요에 맞는 근로시간 제도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7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52시간제'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언하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상통하는 지점이다.

이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4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이정식, #인사청문회, #한국노총, #삼성,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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