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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내일을 향해 쏴라>는 영화 뿐만 아니라 주제곡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는 지금도 라디오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전파를 타고 있다.

레드포드는 영화감독으로서 브래드 피트를 주연으로 기용하여 <흐르는 강물처럼>을 만들었는데, 플라이 낚시(fly fishing)를 즐기는 장면과 더불어 영화 포스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플라이 피싱에 사용하는 인공 미끼를 하루살이 모양으로 제작한다.
 
수십에서 수천만 마리가 한 곳에 모여 혼인 비행을 한다.
▲ 하루살이의 짝짓기 비행. 수십에서 수천만 마리가 한 곳에 모여 혼인 비행을 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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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는 계류나 강물에 살면서 물속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곤충이다. 그리스어로 '겨우 하루의 목숨'이라는 뜻의 에페메로스(Ephemeros)에서 유래했다. 성충이 되고 나서는 바로 짝짓기를 하고 곧이어 삶을 마감하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살이는 약 3억 3000만 년 전 석탄기에 비행을 시작한 살아있는 화석이다. 원시적인 곤충이라 날개를 접거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짧은 인생살이와 어설픈 비행 능력은 녀석들로 하여금 성충으로 태어나자마자 한 장소에 모여서 짝짓기를 하게 만들었다. 하루살이의 영명은 5월파리(Mayfly)라고 하는데 어스름히 해가 떨어지는 때 수천만 마리가 떼를 지어 회오리 바람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짝짓기 비행을 하기 때문이다. 높은 위치에서 보면 호수 위에 구름이 흘러가는 듯 보이며 햇빛을 반사하는 날개가 반짝거려서 매우 인상적이다. 

대량 발생하여 혼인비행을 하므로 종종 주택가에도 나타나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의 단명하는 삶을 알게 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하루살이의 짝짓기 비행은 전 생애에 걸쳐서 아주 짧은 순간이다.
 
짧은 수명탓에 입이 퇴화되어 먹을 수 없다.
▲ 봄처녀하루살이 수컷. 짧은 수명탓에 입이 퇴화되어 먹을 수 없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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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는 시간이 1년에서 3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짧은 목숨으로 인해 어른벌레는 입이 퇴화해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종족 보존이 중차대한 목표인 만큼 불필요한 소화기관을 만들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는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어 수질오염을 가늠한다

하루살이의 생활사는 밴드 폭이 몹시 크다. 외국에 사는 한 종의 암컷(Dolania americana)은 단지 5분 동안만 살 수 있으며 비교적 오래 사는 종은 2주까지도 생존한다. 암놈의 산란 스펙트럼도 매우 넓어서 40~3000개의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계곡과 강, 호수 등에 살며 물 속 조류나 퇴적물을 먹는다.

알은 끈적이는 물질로 뒤덮여 있어서 산란 즉시 돌에 달라붙는다. 천적들과 거센 물살을 피하려는 어미의 방어 수단이다. 알과 애벌레는 수생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더러운 물에서는 살지 못하기에 환경오염을 가늠하는 지표종으로도 유용하다. 

독특하게도 하루살이 수컷은 곤충 중에서 두 개의 생식기(aedeagi)를 가졌으며 암컷 역시 한 쌍의 생식공(gonopores)을 갖고 있다. 하루살이 수컷은 공중에서 짝짓기를 할 때 암컷을 움켜잡기 위해서 앞다리가 눈에 띌 정도로 길게 발달했다. 긴 다리로 암놈을 재빨리 낚아채어 정포를 전달하며 짝짓기 후 암컷은 수면에 내려앉아 둥둥 떠나니면서 물 속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배 쪽에 있는 기관아가미(tracheal gill)로 숨을 쉬며 물속의 유기물 찌꺼기를 먹으며 자라난다. 애벌레는 물속 생물의 먹이가 되며 성충은 박쥐나 새의 영양공급원이 되므로 생태계가 잘 굴러가도록 한다. 애벌레의 복부에 털다발처럼 생긴 기관아가미는 다른 수서 곤충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날도래류와 강도래들, 뿔잠자리 무리, 일부 실잠자리 종류의 배쪽에 기관아가미가 있다. 

하루살이는 곤충 중에서 유일하게 아성충(subimago, 날개가 있는 상태에서 한 번 더 허물을 벗는 것) 단계를 거친다. 아성충은 어른벌레와 거의 똑같지만 비구름처럼 흐릿한 몸매에 앞다리가 짧다. 아성충의 스펙트럼도 넓어서 단 몇 분만에 탈피를 하고 성충이 되는 녀석도 있지만 대다수는 하루가 지나야 교미를 할 수 있는 성충이 된다. 완전한 어른벌레가 되면서 수컷의 앞다리는 자기 몸길이만큼이나 길어지며 암놈을 쉽게 발견하기 위해서 겹눈이 왕방울처럼 커진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하루살이, #혼인비행, #MAYFLY, #SUBIM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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