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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연'은 딸이 근무하는 병원에 들어가 딸의 모습을 몰래 찍었고, 직원 식당에 따라 들어가서는 인터뷰를 거부하는 딸의 모습을 찍고 '떨리더라. 키 크고 예쁘다' 운운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슈퍼챗 받기에 혈안이 된 이들의 패악(悖惡)질에도 끝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 지난 19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글 중

지난 18일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가 <[충격단독] 여전히 의사로 일하는 조민 포착!!! (단독영상 공개)>과 <[단독영상] 맨발의 조민!!!>을 공개한데 대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반응이다.

'가세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외부 병원에 입원 중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입원실을 무단 방문한 영상도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가세연'이) '두통으로 입원했다' 운운하였습니다. 이후 기자들이 병원에 몰려들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언론 취재도 아닌, 공익성은 더더욱 부재한 '가세연'의 행위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했다.
 
가로세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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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론의 보도 행태는 어땠을까. 지난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에 따르면, 4월 18일부터 4월 20일 오전 10시까지 네이버에서 확인된 38개 언론의 관련 기사 67개 중 '가세연' 영상을 비판하는 기사는 <미디어오늘> 해설 기사와 <중앙일보> 칼럼 단 2건이었다.

이외 해당 '가세연' 영상을 논란으로 취급한 기사가 44.8%(30건), 영상 내용을 단순전달한 기사가 52.2%(35건)에 달했다. 대다수의 언론사가 해당 영상을 언급하며 '클릭 장사'에 매몰됐다는 분석이 어렵지 않은 수치다. 이를 두고 민언련은 이렇게 꼬집었다.

"'가세연'이 4월 18일 공개한 조민씨 관련 영상 2개는 공익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보도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공익을 꾀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부적절한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언론들은 이를 전하며 '논란'이라고 하거나 논란으로 판단하는 것조차 유보하고 '가세연' 영상을 중계했습니다. 일부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선정성을 부각해 클릭 수만 유도했습니다." - 20일 민언련 논평, <가세연의 조민 무단촬영을 '논란'이라 전하며 제목장사하는 언론> 중에서


가세연 받아쓰는 언론의 클릭 장사

이러한 비판에 대한 응수였을까. 아님 보수 성향 구독자들을 의식한 '슈퍼챗' 장사의 일환이었을까. '가세연'이 이번엔 '박근혜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를 출연시켰다.

27일 <부모 잘못 만난(?) 정유라, 부모 잘(!) 만난 조민>이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서다. 정씨는 전날(26일) 유튜브채널 '성제준 TV'에 출연한데 이어 '가세연' 실시간 방송에 출연했다. 언론들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 및 조민씨와 관련된 정씨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는 '따옴표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로 일관했다.

<"그분 따님한테만 인권 있나" 정유라, 가세연서 '조민 병원 인터뷰 논란'에 분노> (27일 <세계일보>)
<정유라 오열 "제가 말만 안 탔어도...朴 전 대통령에 죄송하다">(28일 <중앙일보>)
<다시 목소리 내는 정유라.. 조국 딸과 이중잣대 주장> (28일 <세계일보>)
<정유라, '가세연'서 오열 "조국 딸 안쓰럽다 생각..안 통쾌해"> (27일 <이데일리>)


이처럼 해당 영상 제목에서 정씨와 조씨를 함께 언급한 가세연의 논조를 그대로 따라간 언론마저 존재했다. <서울신문>이 "조민 괴롭힌 가세연", <국민일보>가 "조국 가족 괴롭힌 가세연"이란 제목을 달긴 했지만 정씨의 영상 속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보도는 29일에도 계속됐다. 적지 않은 언론이 가세연 방송에 이어 정씨의 28일 페이스북 글과 같은 최서연씨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의견을 기사화했다. 역시나 '따옴표 저널리즘'에 입각한 '받아쓰기' 보도였다.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 검색 결과,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가세연 조민' 관련 기사는 50건, '가세연 정유라' 관련 기사는 24건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정유라씨 관련 기사 속 조민씨 언급량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한 민언련의 논평 속 전수조사 결과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사이버 렉카' 비난할 자격 있나

정씨가 출연한 가세연 방송 직후, 소셜 미디어 및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정씨와 조씨 사례를 동등 비교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반면 언론은 가세연의 조씨 영상 때와 다를 바 없이 '받아쓰기' 기사를 통해 '클릭 장사'에 나선 모양새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가세연과 같은 혐오·차별 유튜브채널을 방치하는 구글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개최한 것이 지난 1월이다. 이후 구글도, 가세연의 그 어떤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세연 또한 지난 대선 과정을 거치며 자극적 콘텐츠를 통한 수익 창출에 매진하는 중이다.

언론이라고 달랐을까. 조씨에 대한 반인권적이고 반여성적인 영상으로 지탄을 받은지 불과 열흘 만에 정씨 영상을 올린 가세연을 무시하거나 비판하기는커녕 주요 언론들도 여전한 '따옴표' 및 '받아쓰기' 보도로 '클릭 장사'를 이어가기 바빴다. 우리 언론들이 과연 사회 문제로 대두된 '사이버 렉카'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해 진다. 

태그:#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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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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