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한다는 건축 전문가의 조언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24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건축가 겸 공간 컨설팅 전문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출연하여 행복한 공간을 위한 철학을 강의했다.
 
멤버들은 사부의 집을 찾았다. 고즈넉한 옥탑방에 얇은 연못까지 갖춘 미니정원, 고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서재와 MIT-하버드대 졸업장, 복고 감성이 느껴지는 지붕과 실내 불멍용 난로까지 갖춘 공간을 보고 멤버들은 사부의 정체에 대한 추측이 분분했다.
 
의문의 공간은 바로 이날의 일일사부인 유현준 교수의 사무실이었다. 유현준은 이 공간을 자신의 '셜록하우스'로 소개하며 업무공간이면서 휴식공간으로도 두루 활용한다고 밝혔다.

용도를 놓고 멤버들의 의견이 가장 분분했던 테라스 연못에 대해서는 "제가 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물이 있으면 풍경을 반사하는 효과가 있으면 연못에 비친 주변 건물들의 풍경이 제게 더 가깝게 다가오고 공간을 더 넓어보이게 한다"고 설명하며 인도 타지마할이나 워싱턴 모뉴먼트 등 유명한 랜드마크마다 연못이 설치된 사례를 들었다.
 
유현준은 MIT와 하버드 두 명문대를 다닌 이유에 대하여 "하나 나왔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두 대학을 졸업한 인물이 또 있냐는 질문에서는 "제 주변에서는 못봤다"고 밝히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현준은 하버드 건축대학 건물의 특징으로 하나의 큰 공간으로 구성되어 2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볼 수 있는 탁트인 구조로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유현준은 그 이유로 "다른 학생들과 함께 보고 같이 배우며 경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하며 열린 공간에서 경쟁심과 성취욕을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현준은 건축학의 좋은 점으로 "수학이나 과학은 증명된 정답이 있지만 건축은 정답이 없다. 끝없는 설득의 과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학도는 1학년부터 교수와 싸우기도 한다. 안된다는 교수에게 '교수님은 못하지만 저는 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면서도 "그렇게 교수랑 치열하게 싸웠는데 나중에 결국 교수가 옳았구나하고 느낀 적도 있다"고 솔직히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유현준은 건축가에게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현준이 42살에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는데, 건축가에게는 40대도 아직 젊은 나이에 불과하다는 것. 본인이 명문대학을 두 군데나 나왔지만 정작 유현준은 "학력이 중요하진 않다. 대학을 안나온 분 중에도 훌륭한 건축가가 있다"면서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사례를 꼽았다. 권투선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안도는 전매특허인 노출콘크리트공법을 바탕으로 '빛의 교회' '스미요시 주택' 등 유명한 건축물들을 만들어냈다.

건축에서 자주 언급되는 풍수지리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유현준은 풍수지리의 대표개념인 배산임수에 언급하며 건축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는데 전통적인 건축은 주로 나무로 짓는다. 나무가 비에 젖으면 썩어서 집이 무너진다. 그래서 모든 건축의 판단은 비가 와도 나무집이 빨리 마르는 곳이 좋은 집터"라고 설명했다. 배산임수는 빗물이 강으로 흘러내려가 나무집이 잘 마르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과거에 강이란 교통로이기도 하기에 배산임수라면 이동이 쉽고 물류가 활발한 곳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현준은 "오늘날의 풍수지리란 배산임수보다 지하철 라인이 더 중요하다. 지하철이 강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농반진반으로 현대 역세권의 인기를 언급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외국에서도 한국같은 채광좋은 '남향 선호'라는게 있을까. 유현준은 "없다"고 밝히며 "강수량이 많은 한국은 비가 잘 마르는 햇살 좋은 집을 선호하는 반면, 서양은 동양만큼 비가 많이 안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수량이 적으면 땅이 단단해진다. 지대가 단단하기 때문에 서양은 무거운 벽돌로 집을 짓는 경우가 많다"며 자연 환경의 차이가 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로마 시대에도 고층 벽돌 아파트가 있었다. 그런데 높은 벽돌 건물에는 창을 내기가 힘들다. 당시 건축 기술로는 창문을 크게 내면 집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 전통 건축물의 창문들은 대개 작을 수밖에 없었다. 창문이 작다는 것은 햇빛이 덜 들어오니 남향이라는게 별 의미가 없었다.
 
한국에서 남향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벽돌집과 달리 저층 나무집이라 창문을 크게 만드는게 가능하다. 그만큼 바깥 풍경을 크고 쉽게 접할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풍수지리도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김동현이 "미국에서도 해는 동쪽에서 뜨냐?"는 돌발질문을 던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유현준과 멤버들은 처음에는 어이없어했으나 각자 한마디씩 의견을 내놓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일제히 혼란에 빠졌다. 결국 멤버들은 이전에 뇌과학 사부로 출연했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남반구는 해가 서쪽에서 뜨냐?"고 질문했다.
 
정재승은 "해가 서쪽에서 뜰 질문이다"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지구 어디서든 해는 동쪽에서 뜬다. 다만 남반구에서는 북쪽을 지나 서쪽으로 진다. 그래서 남반구에서는 해가 더 오래 잘드는 북향으로 집을 짓는걸 선호하는 것"이라고 의문을 해소해줬다.
 
많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고층 거주가 몸에 좋지않다는 선입견은 사실일까. 유현준은 높은 건물 고층집의 단점으로 "나쁜 점은 건물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꼿꼿하게 안 움직이면 건물이 부러진다. 그래서 오래 머물기 불편한 초고층 건물 위쪽엔 주로 호텔이 있는 것이다. 하루 이틀밖에 안 머무르니까"라고 설명했다.

유현준은 사람들이 고층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하여 "권력에 대한 욕구"라고 해석했다. 유현준은 미국 맨해튼의 고층 아파트들이 고가에도 부유층에게 완판된 것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의 지구라트 신전 등을 언급하며 "공간과 권력의 제 1원칙이 시선이 모이는 곳이 권력에 생긴다"고 설명했다.
 
스타 건축가인 유현준은 정작 자신은 평범한 아파트 세입자라고 소개하며 "집에 손도 못댄다. 제가 관여한 공간중에서 유일하게 포기한 곳이 바로 제 집"이라는 웃픈 고백으로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현준은 가족들이 함께사는 집안에서 두 칸짜리 옷장과 베란다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라고 밝히며 "내 공간이란 내 규칙을 심을수 있는 곳"으로 정의했다. 어떤 옷을 어떤 순서로 정리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규칙이 생기고 마치 거울처럼 나 자신을 반영하는 공간이 된다는 것. 유현준은 젊은 사람들이 집보다 차를 구매하고 '차박'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하며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영향력있는 공간을 만들고싶어한다"는 심리를 분석했다.
 
유현준은 홀로 누릴수 있는 나만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좋은 공간은 사람간의 갈등도 해소한다."고 주장했다. 벽, 창문, 문, 계단 등 건축 요소들을 통하여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사람간의 관계 조율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 하지만 양세형이 "그럼 사부님의 집은 좋은 관계를 만드는 공간이냐"라고 돌발 질문을 던지자, 유현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모든게 다 건축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며 재빠른 태세 전환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집만 보고도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 유현준은 누구의 집인지 알아맞히고 집의 문제점과 진단, 처방까지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행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 공간에는 빨간 스티커를, 행복을 하락시킬만한 공간에는 파란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
 
유현준과 출연자들은 무작위로 멤버 중 한 사람의 집을 방문했다. 푹신한 바닥과 아이용품들, 놀이방 등을 보고 유현준과 멤버들은 금새 김동현의 집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겉보기에 아늑해보이는 모습과 달리 유현준은 한숨까지 쉬며 곳곳에 파란 스티커로 도배를 하여 김동현과 멤버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유현준은 "한 마디로 소통이 부족한 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유현준이 진단한 소통 부족의 원인은 벽이었다. 유현준은 "벽이 모든 공간을 조각내고 있다"고 평가하며 아이 방에서 창문 쪽 벽을 없애고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 마당같은 공간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거실까지 이어지는 순환식 동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렇게되면 방에서 나올 때 동선 선택권에 대한 경우의 수가 4가지로 늘어난다.
 
유현준은 "공간은 물리량이 아닌 기억의 총합이다. 집에 4가지 기억이 있으면 공간도 4배 넓게 느껴진다"는 어록을 남겼다. 같은 공간이라도 다양한 활용을 하게 하면 동선뿐만 아니라 날씨,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게 경험할수 있다는 것.
 
유현준은 김동현 자택의 유일한 장점으로는 높은 천장을 꼽았다. 통계적으로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공부한 학생이 낮은 천장의 공간에서 공부한 학생보다 우수한 성적이 나왔다는 것. 독서실을 예로 들며 천장이 높은 곳에서는 창의성, 좌우 공간이 좁은 곳에서는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유현준은 2층에서 놀이방이 안방을 내려다볼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하며 벽에 창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아이들이 놀이방에서 더 이상 어두컴컴하지도 않고, 엄마와 아빠를 볼수 있어서 소통이 더 원할해진다는 것.
 
나아가 유현준은 지붕을 열고 아이들이 뛰어놀수 있는 야외 테라스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했다. 주방에 대해서는 와인냉장고과 식탁의 위치를 바꿔 조리대를 놓으면 요리를 하면서도 식탁과 거실까지 소통이 가능해질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현은 "제가 원했던 꿈의 공간이다"라며 감탄했고, 멤버들도 유현준이 그린 도면을 보면서 상상만 했던 장면들이 실제로 구현될수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이야기는 거주문화에서 소파와 거실의 기원으로 옮겨갔다. 유현준은 전세계에 없는 한국식 아파트의 특징으로 '쓰리베이 구조(아파트 평면중 전면을 3개의 공간으로 구획한 것)을 꼽았다. 여기서 쓰리베이 구조의 거실은 한국의 'ㄷ'자 전통한옥 마당의 변형된 형태라는 것. 전통 한옥구조가 층층이 겹쳐진 아파트 형태로 변형되면서 마당에 지붕이 덮힌 형태의 거실이 되었다.
 
과거에는 마당을 향하여 창문이 뚫려있어서 안방과 사랑방간 서로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했다. 현대의 아파트에도 방끼리 소통할수 있는 창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전통 한옥의 중심이 변화무쌍한 아름다운 자연이었다면, 현대의 거실 공간의 중심은 TV가 차지하고 있다. 유현준은 "자연은 곧 변화다. 우리 일상에서 자연이 점점 사라지면 변화가 사라진다. 그래서 그 빈 자리를 TV, 미디어가 대체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지금 우리 나라의 모든 가구의 배치의 시작은 TV가 됐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 TV에 대한 의존도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주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하여 가성비로 행복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유현준의 3가지 꿀팁이 공개된다. 상식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집들을 선보이며 집을 둘러싼 다양한 고민들과 행복한 공간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집사부일체 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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