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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여자중학교 학생회는 15일 오전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세월호를 잊지말라며 노란리본과 고래가 그려진 책갈비, 과자꾸러미를 나눠주는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순창여자중학교 학생회는 15일 오전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세월호를 잊지말라며 노란리본과 고래가 그려진 책갈비, 과자꾸러미를 나눠주는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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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야~ 노란 리본 책가방에 달고 다녀."
"유연아~ 책갈피야, 책 많이 읽어."
"은주야~ 맛있게 먹어."
"고마워~ 하하하."


짙은 보라의 철쭉과 눈부신 초록의 잔디가 반짝이는 봄날, 등굣길 교정이 '노란 리본'과 '고래가 그려진 책갈피', '과자꾸러미'를 주고받느라 들썩였다. 중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세월호 8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08시 무렵, 전북 순창군에 위치한 순창여자중학교(교장 최순삼) 교정에서는 학생회 주도로 세월호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순창여중학생회, 추모 행사 2주간 직접 준비
  
노란부직포를 사서 자르고 붙이고 고리를 끼워 만든 노란 리본
 노란부직포를 사서 자르고 붙이고 고리를 끼워 만든 노란 리본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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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임원 13명은 2주간에 걸쳐 직접 준비하고 만든 노란 리본과 과자꾸러미, 책갈피를 등교하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나눠주며 "세월호를 잊지 말라"고 말했다.

특히 신서현(3학년) 학생회장은 동기와 후배들 이름을 부르며 등교를 챙겼다. '전교생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느냐'고 묻자, 신 회장은 "저도 몰랐는데, 오늘 이름을 불러보니 거의 다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행사는 최순삼 교장이 지난 11일 오전 전화로 귀띔해줘서 알게 됐다. 최 교장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우리 학교 학생회에서 세월호 8주기를 맞아 뭔가를 준비해서 학생들과 함께 행사를 한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승낙했다"면서 "학생 자치는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 되어서 마음껏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간섭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뭔가를 하도록 계속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행사 준비장에는 최순삼 교장과 최쌍범 교감을 포함해 여러 교사들이 번갈아 찾아와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학생들의 일손을 돕기도 했다.

"8년 전 티브이에서 봤던 세월호 기억"
 
순창여중 학생회 임원 13명은 2주간 직접 만든 노란리본과 과자꾸러미 등을 준비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세월호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순창여중 학생회 임원 13명은 2주간 직접 만든 노란리본과 과자꾸러미 등을 준비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세월호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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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에 일곱 살이었던 이지은(2학년) 부회장은 '세월호를 기억하느냐'는 물음에 "정확한 내용은 잘 몰랐지만, 티브이에서 봤던 세월호가 기억난다"면서 "그때 부모님께서 굉장히 슬퍼하셨다"고 회상했다.

학생회 임원들은 노란리본을 제작하기 위해 문구점에서 노란부직포를 구입해 하나하나 자르고 붙였다. 가방에 매달 수 있도록 고리도 따로 구입해 하나씩 연결했다. 과자꾸러미도 10대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초콜릿과 사탕, 비타민 등으로 다양하게 구입해 꾸러미로 포장했다.

한 임원은 "수업이 끝난 후 2주 동안 세월호 추모행사를 준비했는데, 친구와 후배들에게 나눠준다는 생각에 그다지 힘든 건 몰랐다"면서 "가슴 아프게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언니 오빠들이 편안하길 바라고, 그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회 임원들은 오전 8시 40분 학교 종이 울릴 때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발랄하게 학생들을 맞이했다.

10대의 소통과 공감 방식, 발랄하게 추모

"○○아~ 넌 잘할 수 있어~ 힘내."
"하하하."


무언가 학생 개인 사정을 알고 있는 듯한 임원이 어떤 학생의 등을 다독이며 격려하자, 함께 자리한 임원들은 박장대소했다. 이 말을 들은 학생도 기분이 좋았는지 "고마워~ 잘 먹고 책도 많이 읽을게"라고 답하며 웃었다.

'열네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중학생들이 8년 전 세월호를 기억이나 할까' 취재를 계획하며 들었던 의구심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10대 여학생들은 그들만의 소통과 공감 방식으로 정말이지 발랄하게 세월호를 추모했다.
 
순창여중 학생회 임원. 앞줄 왼쪽부터 김수아(3) 부회장, 신서현(3) 회장, 최은진(3) 문화부장, 강인선(3) 체육부장, 이햇살(2) 봉사부 차장, 신주(2) 문화부 차장. 뒷줄 왼쪽부터 김다경(3) 총무부장, 박예림(3) 인성인권부장, 조아연(3) 봉사부장, 이지은(2) 부회장, 김소윤(2) 인성인권부 차장, 정영은(2) 체육부 차장, 전희주(2) 총무부 차장.
 순창여중 학생회 임원. 앞줄 왼쪽부터 김수아(3) 부회장, 신서현(3) 회장, 최은진(3) 문화부장, 강인선(3) 체육부장, 이햇살(2) 봉사부 차장, 신주(2) 문화부 차장. 뒷줄 왼쪽부터 김다경(3) 총무부장, 박예림(3) 인성인권부장, 조아연(3) 봉사부장, 이지은(2) 부회장, 김소윤(2) 인성인권부 차장, 정영은(2) 체육부 차장, 전희주(2) 총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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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순창여자중학교, #순창여중, #전북 순창, #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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