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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내게 소풍은 '김밥'이었다 

봄이 오니 사람들이 일제히 상기된 얼굴로 들떠 있다. 공기의 입자, 햇빛의 빛깔, 주변 꽃나무의 풍경만으로 이렇게나 기분이 달라진다니. 인간은 참 자연에 속수무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책을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짧아지는 봄을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조금만 더 포근해지면 돗자리와 도시락을 챙겨 인적 드문 공원으로 소풍을 갈 것이다.

학창시절, 나의 소풍 도시락은 늘 김밥이었다. 친구들의 도시락 통에서 용가리치킨과 유부초밥이 나올 때 나는 분식집에서 사 온 김밥 한 줄을 꺼냈다. 돌봐주는 사람이 시간을 들여 만든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온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때 당시만 해도 김밥보다 유부초밥이 좀 더 흔하지 않은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몇 번은 어머니가 직접 만든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했는데 이미 (흔하디 흔한) 김밥이라는 것부터 반갑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내 도시락이 늘 김밥이었던 이유는 그저 어머니가 김밥을 좋아해서였다는 것을 알고 웃어넘기며 털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김밥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도 소풍 음식으로 김밥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좀 더 신경을 써서 같이 나눠먹는 사람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식을 고른다. 내 소풍 도시락으로 자주 등장하는 요리는 콜드파스타이다. 잘 익힌 파스타면을 차갑게 만든 뒤, 열을 가하지 않은 소스와 생채소 등을 버무려 먹는다.

입맛과 기운을 돋구는 콜드파스타
 
잘 삶은 파스타면과 페스토만 있으면 금세 완성하는 콜드파스타. 재료도 시간도 간소해서 나들이 준비를 할 때 자주 찾게 된다.
▲ 비건 미나리페스토 콜드파스타 잘 삶은 파스타면과 페스토만 있으면 금세 완성하는 콜드파스타. 재료도 시간도 간소해서 나들이 준비를 할 때 자주 찾게 된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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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파스타를 처음 먹은 것은 셰어하우스에 살던 때의 여름이었다. 길고 긴 열대야로 식구들이 모두 녹초가 되어 거실 바닥에 누워 있는데, 한 명이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재빨리 면을 끓이더니 커다란 대야에 이런저런 채소들을 투박하게 썰어 넣어 간장과 식초, 설탕을 섞어주었다. 새콤달콤하고 탱글탱글한 파스타에 입맛과 기운이 돋아났다. 봄의 기운과도 닮아 있는 음식이다.

이번에 소개할 비건 요리는 봄의 제철 나물 미나리로 만든 페스토 콜드파스타이다. 차갑게 식힌 파스타 면에 페스토를 섞으면 끝이기 때문에, 식어도 괜찮고(처음부터 식은 음식이고) 도시락통 안에서 마구 흔들려도 속상할 일이 없다. 피크닉을 갈 때에 콜드파스타 한 그릇과 작은 포크만 가지고 나가서 가볍게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대개의 페스토에는 치즈를 넣어 풍미를 주지만 비건으로 만들기 위해 견과류와 두부를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견과류는 볶은 잣이나 캐슈너트, 아몬드 등을 작게 한 줌 넣으면 되고 하루치 견과류가 파우치 형태로 들어 있는 것 한 봉지를 넣어도 무방하다.

참 쉬운 미나리페스토 콜드파스타 레시피

재료 : 믹서기, 파스타, 미나리, 올리브유, 하루치 견과 한 봉지, 두부 조금, 마늘 한 톨, 소금, 설탕, 간장, 식초

1. 미나리를 크게 한 움큼 집어 흐르는 물에 잘 씻는다.
2. 잎 부분과 만나는 줄기까지 잘라 잎 위주로 사용한다. 줄기에는 섬유질이 많아 블렌더(믹서기)에 무리를 줄 수 있다.
3. 끓는 물에 소금 1/2스푼을 넣고 미나리를 가볍게 데친다. 숨이 죽을 정도로만 데쳐주고 바로 찬물로 헹궈야 초록 빛깔이 더욱 선명해진다.
4. 데친 미나리의 물기를 잘 짜준 다음, 믹서기 안에서 잘 갈릴 수 있도록 총총 썰어둔다.
 
견과류 한 줌과 녹색 잎채소, 소금과 마늘, 두부 조금만 있으면 금세 페스토를 만들 수 있다.
 견과류 한 줌과 녹색 잎채소, 소금과 마늘, 두부 조금만 있으면 금세 페스토를 만들 수 있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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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음 재료들을 넣고 블렌더에 넣고 저속으로 갈아 미나리페스토를 만든다. 하루견과 한 봉지(20g), 데친 미나리 한 주먹, 올리브유는 먼저 넣은 견과류가 잠길 정도로 넉넉히, 소금 1/3스푼, 마늘 한 톨, 두부 1/8모(1/4모로 자른 것의 반절).
 
페스토는 파스타에 넣어먹거나 빵에 발라먹는 등 다용도로 쓸 수 있어, 한 번 만들어두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페스토는 파스타에 넣어먹거나 빵에 발라먹는 등 다용도로 쓸 수 있어, 한 번 만들어두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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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끓는물에 소금 1스푼을 넣고 파스타 면을 삶는다. 사용법에 써 있는 것보다 2~3분 정도 더 삶아서 완전히 익힌 후 찬물로 충분히 헹궈 차갑게 만든다. 도시락용일 경우 올리브유 한 스푼을 둘러 파스타 표면을 코팅해주면 면이 붇지 않는다.
7. 큰 그릇에 삶은 파스타면, 미나리페스토 3스푼, 간장 1스푼, 식초 1스푼, 설탕 1/2스푼을 넣고 섞는다.
8. 접시에 담은 후, 손으로 가볍게 으깬 두부와 미나리 잎으로 장식을 한다. 끝.

올해는 벚꽃 개화 시기가 유난히 빨랐고 또 금세 졌다. 3월의 기온이 20년 전보다 2.2도나 올랐다고 한다. 기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꽃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다 펴 버려서, 벌과 새의 몸에 새겨진 시기가 아닌 때에 활짝 펴 버려서 마냥 기쁜 눈으로 꽃을 즐기기도 힘든 마음이다. 계절이 만들어주는 자연에서 휴식을 얻었다면,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면서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노력해 보자.

5월도 되기 전, 벌써부터 더워지는 날씨에 여름이 걱정된다면 우리의 식생활에서부터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비건 콜드파스타를 만드는 방법을 미리미리 체득해 보자. 그리고 내년에는 조금만 더 늦게, 좀 더 자연스러운 시기에 벚꽃이 피고, 콜드파스타를 찾게 되기를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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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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