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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걸려버렸다 

초등학교 교사인 난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절대 걸리면 안 된다"를 주문 외우듯 외우며 생활했다. 우리 집에 있는 아이들, 우리 반에 있는 아이들이 나에게 전염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MBTI를 검사하면 고등학교 때부터 쭉 E형인 내가 외부 생활을 포기하며 집과 직장만을 오간 지 3년 차가 되었다. 곧 끝나겠지 했는데, 연일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 최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더 버틸 수 없겠다고 생각했던 건 이 집의 동거인인 남편이 확진을 받았을 때다. 주말에는 어떻게 한쪽 방에 격리하겠다만, 내가 출근해야 하는 주중에는 방법이 없었다. 매일 아침 10살 딸, 8살 아들의 등교를 남편이 맡고 있었는데 남편이 격리해야 하니 아이들도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엄마인 나는 출근길이 멀고, 출근 시간대에 나가면 차가 막혀 새벽에 나가야 했다. 방법을 알아보다 수월치 않아 아이들도 집에서 줌으로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편은 코로나를 앓으며, 밥을 챙겨주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렇게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 모두는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을 확인했다.

그때부터는 격리 대상이 바뀌었다. 유일한 음성인 내가 한쪽 방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 마스크도 쓰고, 음식도 덜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외부행사에서 진행을 맡은 일이 있었는데 내가 걸리면 갑작스레 여러 사람을 당황하게 할 듯하여 아이들이 엄마에게 안기는 것도 조심시켰다.

이제는 상황을 이해할 줄 아는 딸과 아들도 혹여 엄마에게 전염시킬까 봐 집안에서 마스크를 잘 쓰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기특했다. 아이들은 음식이 입에 들어갈 때만 마스크를 살짝 열어 넣고 마스크를 쓰고 오물오물 음식을 씹어 먹었다.

내게 코로나 증상은 없었지만, 양성인 채로 출근하여 반 아이들에게 전염시킬까 봐 매일 아침에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다. 얕게 찌르면 양성인데도 잘 안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콧속 깊숙이 찔렀다. 병원에 가서 신속 항원검사도 여러 차례 받았다.

행사를 무사히 치르고 학교에 출근했다. 검사 결과는 음성인데 목이 까끌까끌했다. 3월에는 일상처럼 '까끌까끌한 목 상태'였기에 헷갈렸다. 그러다 다음 날 검사하니 나도 확진이었다.
 
매일 아침 자가진단을 하고 출근했다
▲ 자가진단검사로 코로나 양성을 확인 매일 아침 자가진단을 하고 출근했다
ⓒ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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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의 세상을 살다

늘어나는 교사 확진으로 인해 학교도 비상이었다. 당장 강사를 구할 수 없었다.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이 빈 수업에 더 들어가는 것으로도 이제는 더 버틸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학교에서 자구책으로 담임이 확진이면 그 반은 원격수업으로 돌리기로 했다.

확진 받은 날 원격수업 플랫폼인 이학습터에 일주일 치 수업을 올리고, 교과 선생님들께도 확진 사실을 알리고 수업을 올려 달라고 연락을 했다. 반 아이들과 학부모님께도 다음 주는 원격으로 진행한다고 알리고 아이들의 몸 상태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했다.

확진 받은 날은 코로나 증상이 생각보다 가벼워서 전염만 안 시키면 출근도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튿날부터 인후통이 거세게 시작됐다. 목을 누군가가 바늘 뭉텅이로 쪼는 느낌이었다. 열감도 느껴졌다. 걸리면 느낌으로 '이게 코로나구나 알게 된다'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일상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회의가 있었는데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당연히 못 간다고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쌍방향 회의 도구인 줌이 일상화되어 격리 중에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또한, 곧 있을 딸과 아들 생일 선물도 주문했더니 다음 날 집 앞에 놓여 있었고, 요리하기 힘든 끼니에는 배달 앱을 켜서 음식을 주문했다. 식자재도 앱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문 앞에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비대면으로 받은 진료였다.
 
앱을 활용하여 병원 진료를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다. 약은 퀵이나 택배로 받을 수도 있고 가까운 약국으로 가지러 갈 수도 있다. 코로나 진료는 격리기간 동안에는 무료다.
▲ 비대면 진료 앱 앱을 활용하여 병원 진료를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다. 약은 퀵이나 택배로 받을 수도 있고 가까운 약국으로 가지러 갈 수도 있다. 코로나 진료는 격리기간 동안에는 무료다.
ⓒ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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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를 지정하여 진료를 신청하면 전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처방전은 집 근처 약국에 보내져 먼저 격리가 풀린 남편이 받아 올 수 있었다. 퀵이나 택배로도 약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 지역 약국은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였다. 코로나를 극복하며 바뀐 방식에 격세지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그래도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그러나, 이 지루한 코로나 생활이 정말 완벽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친구들이 보내 준 사진으로 보는 봄 꽃 말고, 진짜 봄을 보고 싶으니 말이다.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고 우리 일상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 격리 기간 친구들이 보내 준 봄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고 우리 일상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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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로나극복, #격리, #코로나확진, #비대면진료,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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