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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청년들이 숨 쉴 틈 없는 현실입니다. 청년은 시대의 얼굴이 아닐까요. 청년들이 무엇에 분노하는가, 무엇에 웃고 열광하는가가 그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삶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들을 만납니다. 건조한 분석과 통계만으로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다양한 삶과 고충을 전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청년들도 인터뷰하고 싶어요! 연락주세요! - 기자 말

'금전이 삶의 전부는 아니기에 누군가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하고 싶은 일과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살고 싶다'는 손민규씨를 만났다. 결핍이 있는 사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을 돕고 싶었고 신부님을 꿈꾸기도 했다.
 
'나'를 표현하는 사진
 "나"를 표현하는 사진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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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요즘엔 무엇을 하며 지내나요?

"글쓰는 걸 하고 있어요. 원래 글을 쓰는 취미가 있었던 건 아닌데 한예종 입시 준비를 하면서 필력이 많이 늘었어요. 처음엔 시나리오, 시놉시스 위주로 썼는데 요즘엔 에세이 형식의 글을 써요. 이태석 신부님, 이국종 교수님처럼 능력 있는 1인이 돼 타인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웃음). 당장은 그럴 수 없기에 필력을 갈고 닦아서 글을 매체로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을 주고 싶어요."

-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살면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보장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었을 거 같아요.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미혼모 지원 정책이에요. '결혼'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많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제도 밖에서 육아를 해야하는 미혼모들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거 같아요. 특히 어린 미혼모의 경우,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낙태죄가 이슈가 되었을 때 많이 관심을 갖게 된 거 같아요."

- 청년으로서 한국사회를 정의한다면?

"일단은 '낙인찍는 사회'요. 과거의 잘못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관용이라는 가치는 사라진 거 같아요. 또 '이 나이 때는 이걸 해야지' 하는 생각이 사회전반에 고정화돼 있고요.

2015년에 영상제작 외주를 맡아서 진행한 적이 있어요. 결혼식 동영상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콘셉트 회의 도중에 클라이언트가 제게 '몇살이냐. 대학생이냐'라고 물었어요. 자퇴했다고 대답했더니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하더군요. 처음보는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고, 자기 기준에 따라 마구 던지는 무례한 질문들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 '사람을 낙인찍고 공격하는, 관용이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뉴스나 여러 논의들을 보며 느꼈어요. 한 가지의 얼굴만 가진 사람은 없잖아요. 천인공노할 죄인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사람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일단 한 번 잘못을 했다면 영원히 격리돼야 하는 사람으로 대하는 게 안타까워요. 교정시설의 목적은 수감자의 교정이니까, 단지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 하나로 그 사람에게 악담을 퍼붓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과거가 비난의 명분이 돼선 안 된다고 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선 안된다는 말처럼, 잘못을 저지른 범죄인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 맞아요. 하지만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닫아버리는 건 문제에요. 정말 잘못했다고 뉘우치는 사람들이 돌아갈 기회가 없잖아요.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배척하기만 한다면 결국 악순환의 고리죠."

- 관용이 사라진 사회,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 생각엔 급격한 산업화, 급격한 경제발전이 원인 같아요. 소프트파워지수라는 게 있잖아요. 소프트 파워 랭킹이 높은 국가들을 보면 프랑스, 독일 등이 있는데 철학이 많이 발전한 나라잖아요. 철학을 정립하고 그 위에 사회발전을 차곡차곡 쌓아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경제성장에 몰두한 나머지 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철학이 많이 빈약한 거 같아요."

- 내가 바라는 한국사회의 모습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관용이 넘치는 사회에요. 사회 구성원들이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로서 사고하는 기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육시설의 확충과 개편, 나아가 공교육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시절의 경험은 자라서도 큰 영향을 끼치잖아요.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베풀 줄 알더라고요. 그 때문에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초중고 방학 기간 중 자유로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탐색해보는 갭이어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해요."

- 한국 정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의사결정을 위한 수단이잖아요. 그런데 한국 정치는 그런 역할을 잘하고 있지 않아요. 특정 정당에 소속돼 있다고 해도 정치인은 한 명의 정치적 주체잖아요. 그렇지만 정치인이 자기가 소속된 당의 당론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무자비하게 비난받는 걸 봤어요. 또 선거 때마다 느끼는 건 '왜 이렇게 공격을 많이 하지? 정책을 가지고 토론을 하고,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야하는데'예요. 부정적인 감정을 만드는 정치 행태라고 봅니다."

- 내가 정치를 한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사소한 거지만 잘 되지 않는 것이요(웃음). 일을 똑바로 할 거에요. 내 할 일을 잘하는, 출근을 꼬박꼬박 하고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1인분을 제대로 하는 거요. 1인분도 안 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아요. 조별과제도 이렇게 하면 큰일나요. 

문제 그 자체만 부각하는 정치인이 많아요.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을 하라고 뽑아놨더니 '이게 문제에요! 그래서 저를 뽑아주세요'라고만 해요. 그럴거면 차라리 복불복을 하는 게 낫지 않나(웃음). 카페 빌려서 까나리 마신 후보 탈락, 아메리카노 마신 후보 당선! 이렇게요."

- 1인분을 하는 정치인이 된다면! 나는 이것부터 꼭 해내고 싶다! 하는 게 있을까요?

"교육 및 복지 예산을 확충해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예체능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고 싶습니다. 가난하면 예술을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태그:#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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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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