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에선 유독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이 도드라졌는데,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과 그가 2030 남성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며 내놓은 맞춤 공약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당일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여성 58.0%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고, 20대 이하 남성 58.7%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을 비롯해 정치권이 앞다퉈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데 분주한 가운데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젠더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0일 전화로 만난 신 상임대표는 기본소득당의 이번 대선 선거운동 이야기와 더불어 '젠더 갈등'과 윤석열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음은 신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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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 기본소등당 제공	관련사진보기

 
- 대선이 양강 후보의 초박빙이었잖아요. 선거 결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역대 최소표차라고 하잖아요. 국민이 너무너무 고민이 많으셨겠다는 생각들이 좀 많이 들었고요. 선거 시작하기 전부터 비호감 경쟁하다가 선거 말미에 의혹 검증이 명확히 안 된 상태에서 묻지마 단일화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사실상 정책, 공약, 비전 이런 것들이 실종된 선거 아니었나란 생각이 들었다. 정책은 사라지고 선동만 남았던 이 선거였기 때문에, 마지막에 선동을 막자는 마음으로 표가 더 결집되면서 최소 표차가 된 것 아닌가 한다."

- 윤석열 후보 당선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국민의 정권 교체 열망이 높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요. 그럼 국민이 왜 정권 교체를 원했느냐는 것을 다시 되돌아보면 부동산 불평등 문제가 핵심이었다고 보고요. 그리고 민주당에서 보인 내로남불로 인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 일각에선 윤석열 후보의 승리를 두고 '혐오의 정치가 이겼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저는 윤석열 후보나 이준석 대표가 공언했었던 것처럼 '역시 20대는 윤석열을 지지한다. 역시 여성가족부는 폐지해야 되는 것'이라는 주장들이 오히려 힘을 못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주장들 때문에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되는 결과가 나왔고 20대를 통틀어서 미세하게나마 이재명 후보 득표가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봐도 혐오의 정치가 이겼다기보다는 정권 교체의 열망이 이겼다고 보고요. 다만 윤석열 후보가 보여줬었던 것 그리고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 보여줬었던 혐오의 정치를 막아내는 것, 그리고 혐오가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정치로 바뀌도록 해야 되는 것이 정치권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갈라치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어요.
"윤석열 당선자가 10일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 기자들한테 질문을 받았는데 자긴 국민 갈라치기한 적 없다고 답변 했더라고요. 그런데 여성가족부 폐지라든가 하는 것은 성별로 갈라치기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실제로도 제 주변 수많은 여성은 윤석열 당선자가 공약 발표를 하거나 어떤 질의응답을 했을 때 이 답변들에 굉장히 공포를 많이 느끼기도 했었어요.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굉장히 많은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들이 다 멈추는 등 '실제로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는 거 아니야'란 공포를 갖게 되는 거죠. (윤석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이야기 했잖아요. 근데 구조적 성차별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여성 입장에선 '내가 경험하고 있는 차별들을 우리 사회 문제가 아니라 내 개인의 문제로 격하시키려고 하는 건가? 그러면 내가 싸우기가 더 어려워지는데'라는 고민을 실제로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윤석열 당선자가 성별 갈라치기를 이용해 득표를 많이 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당선자는 성폭력 무고죄 강화도 시사했어요. 
"저는 그 말 자체가 사실 성범죄 피해자에게 함부로 입 열지 말라는 사인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성범죄 중에는 증명하기가 너무 어려운 그런 사건들도 굉장히 많고,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만 증명할 수 있는데 잘 안 도와주는 경우들도 많잖아요. 그랬을 때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며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니가 날 고소하면 내가 널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라는 이야기들을 굉장히 많이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무고죄 강화는) 오히려 가해자의 편을 들고 피해자는 입을 못 열게 하는 그런 말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정말 암담한 상황이죠. 여성단체에서도 여가부 폐지하면 안 된다고 성명을 냈던데, 저는 윤석열 당선자가 이 근소한 표 차의 의미를 고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건 국민들 일상에 아주 큰 영향을 주지 않잖아요. 그런 것들은 얼마든지 뚝심 있게 바로 하는 모습을 보여도 돼요. 하지만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고선 국민 사이에서 특히 피해자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런 사안들에 대해서는 폭력적으로, 독단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건 국회나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열심히 싸워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이었던 20대 여성들이 이재명 후보를 찍은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저는 그 부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혐 발언을 한다거나 특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면서 성 평등과 너무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건 끔찍한 일이라는 생각에 따라 표가 결집된 현상이 있었다고 보고요. 근데 또 주목해야 되는 건 연령별과 성별로 여론조사 추이가 어떻게 나왔는지 보여줬었던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들이 제3의 후보를 찍은 비율이 거의 10% 정도 돼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계속 좀 주목을 해 봐야 되는 부분이죠.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재명 후보를 찍은 20대 여성도 있지만, 끝끝내 이 두 사람은 안 된다고 생각한 이들도 한 10%가 있었다는 것은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모습과 좀 겹쳐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20대 여성들이 성 평등이라는 가치를 내 삶에서 당장 실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모든 정치권이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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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준호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용혜인 의원 용혜인 의원은 “오준호는 미래를 열어갈 선명한 대안정치의 이름”이라고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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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이야기를 해볼게요. 기본소득당 대표로 대선을 치르셨잖아요. 후보 선출부터 지금까지 4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대선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기본소득당이 창당된 지 딱 2년이 넘은 신생 정당인데 전 국민을 만나는 대통령 선거라는 아주 큰 도전을 끝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하고 아주 큰 산 하나를 넘었으니 우리도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득표와 상관없이 대선 시작해서 끝마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본소득당은 그 정도가 되고 좀 더 다양한 꿈을 더 꿔도 되겠다고 보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작은 정당이라서 자금력이 힘들지 않았나요?
"되게 힘들었죠. 기탁금이 3억이고 공보물이 한 6억 정도였었던 것 같아요. 그럼 나머지 1억이 좀 안 되는 돈으로 사실 유세 차과 현수막 등으로 선거운동을 다 한 거거든요. 현수막도 원래 동별로 한두 개씩 달 수 있는데 전국에 다 못 걸었어요. 국민들께 더 다가갈 방법이 사실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1만 8천 명이 넘는 국민들이 아주 숙고 끝에 지지해 주셨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선거비용 보전 등 소수정당 입장에선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요.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선거에서 돈이 많이 드는 것도 굉장히 불합리한데 이 선거를 보전해주는 과정은 더 불합리하죠. 거대 양당 후보들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15%는 넘잖아요. 그러니 돈 걱정하지 않고 선관위가 공지하는 선거비용 제한액이 있어요. 그 제한액만큼 다 써도 나중에 보전받을 거라는 생각으로 마구 선거에 필요한 여러 재정을 집행할 수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이 15%가 굉장히 높은 벽이잖아요. 그리고 특히 이런 대선에서는 더 높은 벽일 수밖에 없는데 보전도 못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펀드도 못 해요. 다만 '후원해 주세요' 해서, 후원금만 모아서 10억 정도 지출했었던 것 같아요."

- 선거운동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선거운동 첫날에는 '저 사람 누구야'라는 눈빛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인터넷 뉴스에는 저희 후보님 인터뷰도 많이 실렸지만 TV 뉴스에서는 정말 보도가 안 됐거든요. TV 뉴스에 못 나가다 보니까 특히 국민들한테는 너무너무 낯선 게 현장에서도 굉장히 많이 느껴졌었죠. 그러다가 한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군소정당 TV토론회 했었잖아요. 그 후 반응들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TV토론회 너무 잘 봤다고 이야기하시며 유세 장소까지 찾아오셔서 인사하시고 사진 찍고 가시는 시민들도 많았고 손 흔들어주시고 지지한다고 말씀해 주셨던 국민도 많았었던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군소 정당 후보 토론회 끝나자마자 다음날 밤에 아마 부산으로 출발했었던 것 같은데 토론회 끝나고 나서 만났었던 시민 중에서 부산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유세 장소에 찾아주신 분이 계셨어요. 또 저희 후보님이 또 작가이기도 하셨잖아요. 그래서 자기도 작가의 꿈을 꾸고 있다고 인사해 주셨던 분들이 많았어서 특히 또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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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을 발표하는 오준호 후보 오준호 후보는 기승전 기본소득이 아닌 기본소득 승전결이라며, 기본소득이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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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준호 후보가 0.1%로 1만8105표를 받았어요. 득표의 의미는 뭘까요?
"저는 숫자 좀 떠나서 가능성을 보게 됐는데요. 예를 들면 국회 동의 청원 할 때도 5만 명의 지지가 필요하잖아요. 그렇게 하면 국회에서도 기본소득 법안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열리는 건데 지금 오준호 후보가 손수 만들고 용혜인 의원이 발의해놓은 법안은 3개거든요. 그걸 국회에서 299대 1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당과 함께 싸울 수 있는 국민들을 첫 번째로 모으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그것이 우리 득표의 의미가 아닐까 이런 생각입니다."

- 앞으로 기본소득당의 과제는 뭐라고 보세요?
"허경영 후보가 10년 전에 대선에서 한 0.4% 득표했다가 이번에 한 0.8% 득표를 하게 된 셈이잖아요.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당인데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서 내 시간까지 투자하면서 기본소득당과 함께 할 거야라고 하는 지지자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 저희의 향후 과제겠다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저희 말고도 다른 진보 정당들은 10년 넘게 활동해 오셨잖아요. 역사만큼 열성 지지자들이 모이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기본소득당은 2년 된 정당인 만큼 그런 열성 지지자 그리고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서 나도 함께 앞줄에 서겠다고 하는 분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다음 총선까지 기본소득당의 과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