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2 리그전 중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졌다. 23일 방영된 <골 때리는 그녀들> FC 구척장신 대 FC 액셔니스타의 경기는 슈퍼리그전 진출권을 얻는 두 번째 팀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합이라는 점에서 A매치 못잖은 박진감을 선사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3승째(승점 9점)를 달성하며 개벤져스(3승 무패, 승점 9점)에 이어 슈퍼리그 진출을 확정 짓기 때문이다.  

​"뛰는 사람들은 부담스럽고,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게임." (최여진)
"웬만하면 저보다 키 큰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까지는..." (아이린)


​상당수 선수들이 장신 위주로 구성된 두 팀은 그동안 보여준 경기를 통해 기량 면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 개시를 알리는 휘슬과 동시에 분위기는 한쪽으로 기울며 흘러갔다. 결과는 2대 1 액셔니스타의 승리. 시즌1 당시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슈퍼리그 진출권을 차지하는 2가지 성과를 이날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한편 구척장신은 2연패에 빠지면서 리그전 참여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남은 1경기가 약체로 평가되는 탑걸과의 승부이기 때문에 승리 확률이 높은 이 경기를 잡을 경우 마지막 티켓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이혜정, 선제 헤딩골+상대 스트라이커 완벽 봉쇄  
 
 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이날 액셔니스타의 2대 1 승리의 일등공신은 이혜정이었다. 장신(179cm)을 활용한 헤딩골을 개막전에 이어 또 한 번 성공시키면서 (전반 3분) 1대 0 리드를 이끌어냈다. 그런가 하면 구척장신의 스트라이커 이현이를 맨투맨 수비로 완벽 봉쇄하며 상대팀의 득점 기회 마련을 번번이 좌절시켰다. 이영표 감독의 전술이 제대로 통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구척장신은 전방에서 주장 이현이가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기회를 마련하고 득점을 기록하면서 간간이 김진경이 중거리 슛을 때리는 단순한 방식의 공격 형태가 주를 이뤘다. 결국 이현이를 막는 것이 이날 경기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고 그 임무를 역시 모델 출신이면서 절친 이혜정이 맡게 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혜정은 여자프로농구(WKBL) 선수 출신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발로 공을 다루는 건 아직 서툴지만 대신 농구에서 활용했던 대인 방어 기술 및 상대 골대 앞에서의 위치 선정 등에선 여타 여성 연예인 선수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개막전 2골 기록으로 보여준 바 있었다. 이번 경기에선 경기 내내 이현이를 밀착 방어로 상대하면서 슈팅 기회 자체를 봉쇄한다. 출산 오랫동안 쉬다가 갑자기 운동을 하면서 곳곳에 염증이 생기고 진통제를 맞고 뛸 만큼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팀 승리에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정혜인+최여진 투톱 공격 vs 이현이의 고군분투
 
 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액셔니스타는 선제골 성공 이후 기세등등, 여러차례 좋은 득점 기회를 얻으면서 구척장신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절묘한 삼각 패스, 세트 플레이 등으로 여러차례 상대 수비진을 뚫으며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터진 추가골 역시 액셔니스타의 몫이었다. 정혜인이 날카롭게 찔러 넣은 공이 골키퍼 아이린의 몸을 맞고 튀어나오자 최여진이 벼락같은 오른발 슛으로 연결, 2대 0을 만들어 놓았다.

​반면 구척장신은 원톱 스트라이커 이현이가 전반 내내 이혜정의 일대일 대인 방어에 막히면서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끌려다니는 흐름에 빠지고 말았다. 한 명이 봉쇄될 경우 다른 방법을 통해 돌파구 마련이 필요했지만 아쉽게도 이현이의 스피드를 뒷받침해줄 동료들의 움직임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뒤늦게 김진경의 코너킥이 이혜정의 다리를 맞고 득점, 1대 2로 추격했지만 더 이상의 반격은 이뤄지지 못했고 경기는 이대로 끝이 나고 말았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이현이는 그라운드에 그대로 쓰러져 버릴 만큼 전후반 20분 내내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상대 팀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로 경기 못잖은 투혼... 선수+시청자 모두 하나로 묶는 마력
 
 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그런데 이날 방송은 경기의 승패와 상관 없이 몸을 아끼지 않는 양팀 선수들의 플레이로 시청자들을 또 한번 사로 잡았다. 축구가 지닌 매력을 200% 이상 안방까지 전달해주면서 몰입감을 키워준 것이다. 어찌보면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감독에게 출전하겠다고 자청하는 이혜정의 모습은 여느 스포츠 드라마의 한 장면을 방불케했다. 

이와 더불어 어린 후배들을 이끌면서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한 이현이의 플레이도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절친 이혜정의 밀착수비에 막혀 이렇다한 공격을 펼치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때론 후방 수비까지 내려와 공 쟁탈전에 참여하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나섰다. "오늘은 액셔니스타가 정말 잘했다. 우리는 못 했다. 그래서 아쉽지 않다. 오늘은 우리가 알아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라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다음 경기에 대한 결의를 불태웠다.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두 친구 이현이와 이혜정이 경기 종료 후 부둥켜 안고 서로를 격려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뭉클함까지 선사한다. 승부의 결과는 언제나 냉혹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축구의 세계에서 빠져 나와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액셔니스타와 구척장신의 경기는 축구공이 만드는 마성 같은 힘이 <골때녀>를 계속 주시하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준 시합이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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