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크 프로그램 <다수의 수다>(아래 <다수다>)가 대한민국 각 분야 전문가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지금 우리 시대의 풍경을 따뜻하게 담아내며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방송한 <다수다> 최종회에는 코로나19 시대의 필수 직종으로 부상한 '배달원'들과의 유쾌한 수다가 펼쳐졌다.  

택배기사 금종명-원성진, 배달라이더 박경학-전성배가 이날의 게스트로 출연했다. 월 800을 번다고 밝힌 금종명은 "배송만으로 800만원을 버는 건 아니고 거래처 영업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온라인 쇼핑몰 등 대규모 발송을 하는 업체를 찾아가 저희 택배사와 계약을 맺고, 택배 터미널까지 발송하는 집하 업무 등도 한다"고 소개했다.
 
 JTBC <다수의 수다>

JTBC <다수의 수다> ⓒ JTBC


배송 업무만 한다는 원성진 기사는 부동산 일을 하다가 50대에 뒤늦게 택배업에 뛰어들었다며 본인을 '욜로족'이라고 표현했다. "대리점 수수료와 아르바이트생 월급 주고 나면 한달 순익은 500만원 정도다. "근무 시간이 짧다. 오전 10-11시에서 출근하여 늦어도 오후 4시쯤에 마친다. 빠른 퇴근을 위하여 아르바이트 생에게 배송건 일부를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원성진은 퇴근 후에는 화가로 일한다는 반전 면모를 드러내며 MC들을 놀라게 했다.
 
MC들은 일하는 시간 대비 수입이 괜찮다고 이야기하자, 원성진은 "보통 잘 하는 택배 기사가 시간당 50개 정도 한다. 나는 130~150개 정도 하고, 하루에 400~500개 정도 배송한다"고 설명했다. 비결로는 "저는 배송구역을 정해서 구역별로 한꺼번에 싣고 내린다. 잃어버리거나 다시 돌아가는 길이 없다. 숙달이 되면 정말 빨라진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혔다.
 
배달라이더 박경학은 배달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어렸을 때 고급차를 리스로 구입했다가 교통사고가 나며 빚 2억원이 생긴 일화를 밝혔다. 히지만 배달 일을 시작하면서 1년 만에 쉴틈없이 노력한 끝에 빚을 청산하고 3년째인 지금은 전셋집까지 마련했다고.
 
MC들은 일하는 만큼 벌 수 있는 구조인지를 질문했다. 박경학은 "저는 하루에 10시간 정도 일하는데 한 달에 500~600만원 번다"고 밝혔다. 전성배는 "8시간을 일하며 400 정도를 번다. 많이 버시는 분들은 500에서 800까지도 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대 이후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원은 '국민 부업'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젊은 세대들이 배달업에 뛰어들거나, 생계보탬을 위하여 투잡으로 선택한 이들도 많다고. 택배기사와 배달라이더 모두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업무량 조절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기피업종이었던 과거과 달리, 금종명은 "7년 전만 해도 30대가 막내뻘이었는데 지금은 20대 초중반의 기사들이 많아졌다. 서로 일하려고 해서 자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달라진 변화를 설명했다. 원성진은 현재 택배기사의 90% 이상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며, '대리점에 특수고용된 개인사업자'라고 설명했다.
 
금종명은 택배기사들의 필수 장비로 유니폼, 트럭, 바코드 스캐너, 핸드프린터 등을 대부분 모두 사비로 구매한다고 밝혔다. 좋은 대리점 운영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수수료와 지원 규모- 품목에도 차이가 크다고. 원성진은 택배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는 물론 국가고시인 화물운송종사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만만치않은 준비과정과 자격조건에 대하여 유희열은 "이 직종이 이거나 한번 해볼까라고 시작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과거보다 배달 환경이 많이 개선되어 택배기사들은 무리해서 많은 일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체계화된 시스템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원성진은 "과거에는 힘든 일 때문에 쓰러지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분들의 희생 덕분에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며 이후로 차츰차츰 좋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달 라이더의 세계에 대하여 전성배는 배달 전문 대형 플랫폼 소속, 박경학은 배달 대행사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유희열은 대형 플랫폼 소속을 카카오 택시, 배달대행사를 콜택시에 비유하며 라이더들의 공감을 받았다. 라이더들의 준비물은 오토바이, 헬멧, 휴대전화이고 카드 리더기는 대행사 소속시 대여를 해준다고.
 
배달 라이더는 의외로 초기 비용이 만만치않았다. 박경학과 전성배는 자차가 있는 라이더가 더 유리하지만 젊은 20-30대 기준으로 수백만 원에서 천 만 원대에 이르는 높은 보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대여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밝혔다. 사고위험요소가 많은 직업 특성상, 보험이 비싸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라이더의 애환을 드러냈다.
 
배달업계의 어두운 일면들도 다루어졌다. 전성배는 배달대행사에 일하던 시절, 근무하는 만큼 돈을 못버는 걸 안타까워한 선배가 알려준 노하우라는 게 대부분 위험한 교통위반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는 웃픈 에피소드를 밝혔다. 오토바이 렌트나 리스로 일을 시작한 라이더들의 경우, 대행사들이 지정한 업체에서 오토바이 수리를 맡겼다가 과견적으로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성배는 "돈을 벌러왔다가 빚을 지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금종명은 택배업계에서도 알선업체처럼 위장하고 계약하려 하면 낡은 중고트럭을 가격 덤터기를 씌우거나 추가 비용을 떼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유희열은 "모르시는 분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달려들면 위험할 수 있겠다"고 경각심을 드러내며 "불합리한 관행들이 조금씩 개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개선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원성진은 배달업에 유행하는 이야기로 "언제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이런 말에 속으면 안 된다. 거꾸로 말하면 언제든 쉴 수 없고, 네가 원하는 만큼 벌 수 없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지적하며 배달원 모두의 공감을 얻었다.
 
배달원들을 웃고 울린 다양한 실전 경험담들이 언급됐다. 음식 배달중 문자 오타로 '두고 갑니다'를 '먹고 갑니다'라고 보내서 고객을 당황시킨 일화에서부터, 다른 집에서 잘못 가져다준 음식을 그대로 먹어버려서 상황이 복잡해진 일화, 배송실수로 물건을 분실하여 사비로 변상했던 사건, 배달원들도 고개를 저을 정도로 눈이나 비가 쏟아지거나 폭염과 강추위 등으로 고생했던 해프닝 등 각종 웃픈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금종명은 고가 물건의 분실-파손에 대비하여 보상 한도가 없는 '택배할증 요금제' 등이 있다는 정보를 알려줬다. 박경학은 국물이 있는 면요리를 배달할 때 너무 빨리 달리면 국물이 넘치기 쉽고, 느리게 가면 국이 식거나 면이 불어버려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며 라이더들이라면 공감할 에피소드를 고백했다.

힘들지만 간간이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금종명은 몇 년째 같은 구역에서 배달을 하면서 동네의 사정을 내 집처럼 알게 되고, 어떤 집은 갓난아기가 어느새 훌쩍 커서 배달원을 알아보고 인사를 받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고. 전성배는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가 폐지되면서 독거노인들을 위하여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 도시락을 전달하는 배달봉사를 1년 넘게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고독사를 한 노인이 배달하던 라이더에 의하여 뒤늦게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배달원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역시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부의 폭언과 갑질이었다. 전성배는 최근 뉴스에서도 보도된 셔틀버스 기사의 배달 라이더에 대한 폭언 사례를 언급하며 "댓글을 보며 더 서글펐던게, 그 기사에 대한 직업 비하가 많더라. 우리도 그분한테 직업 비하를 당했는데, '이건 대체 뭔가' 싶더라. 물론 (누리꾼들이) 우리를 편들어주신 것일수도 있지만 내용을 보면 '똑같은 사람'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더라"고 소신을 밝혔다.

금종명도 "아직 택배기사들을 보면 옛날식으로 명령하듯 함부로 대하는 분들이 있다"고 밝혔고, 유희열은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성배는 '갑질 아파트'의 사례로 배달원들이 화물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한 아파트에서 일반 엘리베이터에 탔다는 이유로 면박을 들었던 일화를 거론하며 "비참하고 모멸감이 들었다"고 고백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출연자들은 갑질아파트로 인하여 벌어졌던 '택배 대란 사태'를 거론하며, 배달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배달원 중에서도 대중의 지탄을 받는 사례도 거론됐다. 대표적인 게 교통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 일하는 속도에 수익과 퇴근이 달려있다보니 난폭운전과 치기어린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라이더들이 존재하고, 특히 사회 경험이 적은 어린 사람일수록 사고율이 높다고. 최근에는 대행사와 대리점에서도 앱을 통한 안전교육-고객 응대-건강체크 등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성배는 형식적이고 무의한 교육도 많다고 지적하며 "일한 지 3개월 이내에 사고가 가장 많이 난다. 그런데 시스템의 허술함보다는 매번 개인의 도덕적 판단,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된다면 절대 변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원성진은 "택배 기사라는 이유로 스스로 너무 낮은 자세를 취하는 분들이 있다. 친절과 낮은 자세는 다른데 그러면 이 일을 오래할 수 없다. 그런 마음을 다독이고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배달업 종사자들을 대변하여 오해와 선입견을 해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박경학은 "이 일을 쉽게 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잠도 줄이고 노력해서 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종명은 "(배달업은) 아무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맞지만, 아무나 버티면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이걸로 내 꿈을 이뤄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면서 "택배 산업은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도 옛날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다. 생각을 바꿔주시면 좋겠다. 택배기사들도 거기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성진은 "누구나 쉽게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사회적 기능'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저희 직업은 이 사회에 반드시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JTBC <다수의 수다>의 한 장면

JTBC <다수의 수다>의 한 장면 ⓒ JTBC


<다수의 수다>는 MC 유희열, 차태현과 함께 매주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직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토크쇼를 표방했다. <다수다>는 총 12개 직업군 51명으로 외과의사, 법의학자, 변호사, 스타트업 대표, 종교인, 교육인, 언론인, 모델, 경찰, 사육사, 라디오 DJ, 배달업 종사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연예인이나 셀럽 출연자의 화제성에 의지하지 않고도 재미있고 신선한 토크쇼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수다>는 한 번쯤 궁금했지만 어디에서도 제대로 들을 기회가 없었던 직업 세계의 속사정을 심도있게 조명했다. 이른바 전통적인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유망 직종에서 블루칼라까지, 밥벌이로서의 직업을 넘어서 그 사회적 기능과 역할까지, 그리고 일이 곧 그 사람의 인생 그 자체가 되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이르기까지, 풍성하고 다채로운 주제로 수다가 펼쳐졌다. MC 유희열과 차태현은 상대와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좋은 리스너이자, 적재적소에 주제의 맥도 놓치지 않는 진행능력으로 프로그램을 한층 편안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환. 그리고 때로는 세상의 섣부른 편견과 오해를 지적하는 묵직한 울림들은 그 자체가 곧 '우리 시대의 현 주소'를 담아낸 풍경이었다. <다수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속에서도 우리의 각 분야를 지탱하는 직업과 그 종사자들 덕분에 지금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수혜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시청자들에게 마지막회까지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다수의수다 배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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