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들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후원사 압박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국제 인권단체들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후원사 압박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 워싱턴포스트

 
미국의 주도로 일부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며 내달 열리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하고 나선 가운데 올림픽을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궁지에 몰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각) 전 세계 200여 개 인권 단체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후원하는 기업과 주관 방송사를 향해 올림픽을 보이콧하라는 시위를 벌이며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 신장 지역에 살고 있는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등 심각한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식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자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일부 서방국가들이 동참하고 나섰다.

중국 눈치도 봐야 하는 후원사들 

중국은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강제수용소와 재교육 시설을 운영하며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원사들이 내는 돈이 결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 정부에 이익을 안겨준다며 후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후원사들로서는 세계 2위의 거대 시장인 중국의 여론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민족주의가 강한 중국인들은 더욱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 '인텔'은 지난달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자사 협력업체들에 신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가 중국 관영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집중포화를 받고 결국 사과해야 했다. 인텔은 전체 매출의 26%를 중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후원사들은 중국 인권 탄압에 대한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인텔은 중국의 인권 탄압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관련 사안을 연구한) 미국 국무부의 보고서를 읽었으며, 그 결론을 믿는다"라고만 답변했다. 

IOC "올림픽에 다양한 사람들 참여... 중립 지켜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이미지 갈무리.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이미지 갈무리. ⓒ 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WP가 다른 IOC 후원사들에도 중국의 인권 탄압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다. 

세계 최대 음료업체 '코카콜라',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생활용품 업체 'P&G'(프록터앤드갬블), 타이어 업체 '브리지스톤', 시계 제조업체 '오메가' 등은 답변하지 않거나 "개별 대회를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스포츠 정신을 후원하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독일의 보험업체 알리안츠 정도 만이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IOC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알리안츠 대변인은 실제로 문제를 제기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는 미국 NBC도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고 증진하며, 중국과 관련해 공익적인 보도를 하며 올림픽을 중계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라며 "우리는 그 역사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라고 밝혔다. 

세계 위구르 위원회의 줌레테이 아르킨 프로그램 매니저는 IOC 후원사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그들은 돈에 관한 생각밖에 없다"라며 "머리를 모래 속에 박고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는 WP의 질의에 "올림픽은 매우 다양한 참여자가 있는 만큼 IOC는 세계적 정치 이슈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라며 "올림픽은 전 세계가 평화로운 경쟁을 벌이는 유일한 대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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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위구르족 국제올림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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