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7 11:00최종 업데이트 22.01.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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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한국행정연구원이 정부조직 개편 관련 전문 행정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기 정부 조직 개편 1순위로 교육부 기능 축소 및 폐지를 들었다고 한다(교육플러스 2022.1.4자). 지난 20여 년간 주요 정치적 일정마다 교육부 폐지론이 등장했는데, 어느 정부도 교육부를 폐지하지 못했다. 왜냐면, 대부분 교육부 폐지론은 합리적 원칙이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외쳐진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빠른 변화 속에서 국가 차원의 교육 정책과 인재 양성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지도력을 갖춘 조직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에서 교육부의 역할은 더 커지고 중요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은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교육부 혁신안이다.


그럼, 왜 교육부 혁신이 필요한가? 우리 교육부는 초기 산업화 시대의 후진국에 적합한 중앙집권적인 초중등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설계된 조직이다. 하지만, 세계 10대 경제·과학기술·문화 국가가 되었고,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에 기초한 4차 산업혁명과 지방자치 30년 이상의 성과를 통해 시민의 참여와 자치가 중심이 된 공동생산(co-production)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에는 전혀 맞지 않는 조직이 되었다.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교사·학부모·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자치 그리고 효과적인 학교 교육을 위해서 당연히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의 행정체계도 정비되어야 한다. 지난 30년간의 지방자치는 지역 단위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정책과 행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교육행정 분야를 놓고 보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하나는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간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한 부분이고, 또 하나는 시도교육청이 지역의 교육부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역할 조정

지금 어떤 교육부 혁신과 초중등 교육개혁이 필요한가? 우선, 초중등교육에 관한 교육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 중 국가적 차원의 업무 분야는 국가교육위원회로 열거식으로 이관하고, 그 외의 초중등교육 정책의 책임과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일괄 이양해야 한다.

현재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 대부분의 교육 관련 법령은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의 초중등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때로는 중복적으로, 때로는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책임질 일은 서로 미루고, 권한은 강화하려는 유인이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초중등교육법 제28조는 학습부진아 등 교육에 필요한 시책 마련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필요한 교재와 프로그램의 개발 보급 책임을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에게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교육행정기관과 학교평가, 교육정보시스템의 구축 운영 조항 등등 많은 분야에서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시도 교육감들과 간담회를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9.14 ⓒ 교육부

 

또한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인공지능, 생태교육, 진로교육, 직업교육 등등의 분야에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 각종 연구학교·시범학교·선도학교 등등을 중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향후 초중등교육 관련 업무 중 국가적 차원에서 수행해야 하는 정책, 예를 들면 국가수준의 중장기 교육계획,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계획, 국가교육과정의 기본 방향과 원칙 제시, 학생 건강·안전, 인권 관련 사항, 국가 수준의 학생 학업성취도 점검, 교원 자격제도 운영, 국가 수준의 교육재정 확보 및 배분, 국가 수준의 교육 통계 및 정보의 조사·분석·공개, 국가 간 국제 교육협력 및 재외국민 교육 정책 수립·시행, 국가 수준의 교육격차 해소 정책 등을 열거방식(positive system)으로 국가교육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으로 이양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초중등 교육 관련 권한과 책임을 시도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으로 명시하는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추격의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로 진입한 한국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제 중앙정부 조직인 교육부가 중점적으로 책임지고 추진해야하는 정책은 국가 핵심인재 양성, 특히 연구개발(R&D) 정책 및 관련 인력양성 정책,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질 높은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활용하는 교육훈련·취업·재교육훈련·재취업 지원 정책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기관, 전문대학 그리고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교육훈련 정책 등 질 높은 산업인력 양성, 대학원을 중심으로 국가연구개발 정책과 관련 인재양성 전략 등을 핵심 업무로 재정비하고, 과기정통부, 고용노동부, 산업자원부, 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유기적인 정책 조정을 담당하는 사회 부총리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부 혁신과 시도 교육청 쇄신

지금까지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과 학교를 통제·관리하던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시도 교육청이 개별 학교를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시도 교육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예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각종 목적 사업을 축소한다고 해왔지만 여전히 1000여 개에 달하는 세부 사업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의 사업이 학교에 100만 원, 200만 원 정도 지원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라고 지시하고, 관련된 각종 공문과 서류 행위를 요구해 교사들을 그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교육청과 학교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다.

교육청 주도 학교 운영 방식은 비효율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자치와 교사의 자발성을 출발부터 옥죄고 있는 요소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행정 통제와 관리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결국은 학교 자치와 교사들의 자발성과 열정을 갉아먹고 있는 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시도 교육청은 목적 사업과 개별 프로그램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학교가 교육청의 의도와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말단 기관으로 운영되도록 만들 것이 아니라, 학교 기본운영비 편성을 대폭 확대하고, 학교 구성원인 교사·학부모·학생·지역사회 인사 등이 함께 학교 운영계획과 교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도록 예산 운용과 사업방식을 쇄신해야 한다.

새로운 협력 플랫폼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 시대에 적합한 교육·학습 플랫폼을 새롭게 설계하고 운영하는 체제가 매우 중요하다. 학교 단위의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혁신이 공유·연결·융합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교육 행정 체제를 혁신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행정 체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학교 혁신, 교육 개혁의 성패는 학교가 효과적인 배움 센터가 되도록 하는 데 있고, 학교의 효과성은 교사의 열정과 노력,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에 달려 있다. 효과적인 학교는 관료적인 행정 체계 혁신이 바탕이 되고, 지역 사회와 학부모, 학생이 학교를 중심으로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는 지역 사회 학교가 될 때 가능하다.

교육부 혁신과 시도 교육청 개혁은 교사들이 신나게 학생들과 만나고, 학부모와 협력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학습 플랫폼을 만드는 첫걸음이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학교를 오늘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다.

* 필자 소개 : 최승복은 교육부 공직자로, 현재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중이다. 플로리다주립대(FSU)에서 '차터스쿨이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 및 인종분리에 미치는 영향 분석'으로 공공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순천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2015)했고, 숙명여대 및 광주교대 등에서 교육정책론과 진로교육론 등을 강의했다. 저서로 <교육을 교육답게, 우리 교육 다시 세우기>(2018), <포노사피엔스 학교의 탄생>(2020), 공역서 <교육은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는가>(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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