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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의 증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컨퍼런스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 사람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기후위기에 대해 증언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2년간은 기후위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말했다면, 3년차를 맞이하는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기후위기 최전선의 경험과 여기에서 비롯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간호사, 해양생태활동가, 홈리스, 청년기후활동가, 사회학자, 교육행정가가 기후위기의 증인으로서 연단에 섰습니다. 이들의 증언과 행사 직전에 진행된 사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를 시작합니다.[기자말]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 '기후위기의 증인들'에 출연한 하승우 소장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 "기후위기의 증인들"에 출연한 하승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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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세상은 단순히 탈탄소 사회가 아니라 탈성장의 사회라고 한다. 하지만 탈성장은 도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불확실하고 쉽지 않은 길이라고도 한다.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는 탈성장의 실체와 방향을 '삶을 바꾸는 것', '타자에게 열려있는 삶', '다양성'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해 본다. 이번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에 출연한 이후연구소 하승우 소장의 사전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탈성장 개념 관련 자료/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탈성장 개념 관련 자료/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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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집필한 탈성장 관련 저서(상단 사진 참고)에서 탈성장을 이야기할 때 '탈성장은 성장의 반대말인가?'라는 질문도 빠질 수 없고,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탈성장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탈성장은 어떤 개념이고 그 핵심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과 사회의 방향을 생각했을 때 지금은 대부분 성장이라는 척도로만 재단해왔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냐고 했을 때 삶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그 가능성을 다양하게 즐겨야 되는데, 우리는 다 성장하기 위해서 어느 기능만을 특화 시킬것이냐만 강요받게 된다.  좋은 삶은  결국 다양한 삶의 가치들이 다 존중받는 삶인 건데 지금은 무조건 성장을 위해서 쓰임새가 좋은 삶만 존중을 받다 보니까 가령 농촌을 바라볼 때 말로는 매번 '농촌', '농민' 위한다 이야기를 하지만 이게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되는 삶이라고 판단하다보니 농민과 농촌이 결국 소외당하게 된다. 각각의 삶이 다 자기 의미를 가지고 삶으로부터 뭔가의 힘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사회가 탈성장사회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야기되는 게 '노동에서 돌봄', '소유에서 공유', '상품에서 공여나 희사'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일종의 다양성의 자치가 탈성장의 주요한 키워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성장을 위한 사회에서는 사실 일종의 인간형을 강조한다. 그 인간형은 그 사람이 누군지를 묻는게 아니라 그 인간이 그 사회에 맞추는 방식으로 간다. 어느 때는 아침형인간이 되어야 하고, 어느 때는 또 특정한 인간형이 되어야 하는데 탈성장 사회는 그런 인간형이 굳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일 것이고, 내가 살고 싶은 가치를 서로가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사회일 것이다."

- 사실 우리가 경험해온 세계가 자본주의 사회밖에 없다 보니까 탈성장사회 같은 개념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탈성장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기존에 사회주의나 이런 쪽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혁명'이었다. 한 가지였다. 기존의 체제를 다 허물어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그 폐허에 다시 짓는 것이다.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것인데 탈성장은 그런 재건축의 방식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미 자본주의 사회는 어느 부분에서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그 허물어짐을 보지 않기 위해서 계속 뭔가 덧칠하고 있다. 그렇다면 탈성장 사회는 현 사회를 어떻게 무너뜨릴까도 사실 고민해야 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미 그 허물어져 가는 시스템 속에서 계속 배제되고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해야 한다. 가령 지금 우리에게 생협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유기농 먹거리를 만들고 소비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이는 극히 일부인 것이고 애초에 생협운동의 시작은 농부가 안전하게 생산하고 소비자도 건강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시스템을 구상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운동들도 탈성장 운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체사회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각성한 소수가 더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사실 이미 곳곳에서 탈성장운동은 많이 있어왔다. 탈성장 운동의 씨앗은 이미 여러 군데 있어왔는데 이게 한국사회 전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그런 힘도 아직 축적이 안 되어 있는데, 기후위기 상황이 그 고민을 확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탈성장 개념 관련 자료/ 출처: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탈성장 개념 관련 자료/ 출처: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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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시민사회단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일단, 기후위기시대에 우리가 탈탄소 사회가 아니라 탈성장사회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탄소를 해결하게 되면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니까, 또는 탄소 중립이 자꾸 탄소 이야기로 가다 보니까 우리는 자꾸 수소나 전기와 같은 기술적 해결책에 대해서만 바라보는 것 같다. 사실은 이게 탄소가 문제인 게 아니라 생태계가 수용할 수 없는 정도로 경제체계가 와버린 게 문제인데 탄소를 얘기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생태 이야기는 사라져버린다. 마치 탄소 포집기술이나,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같은 것들로 마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은 총량을 넘어선 것이 문제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제주도를 면밀하게 들여다본 적이 있다. 지금의 제주도가 한국이고 세계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왜냐면 제주도가 섬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성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국제도시라고 하면서 청정 도시가 불리게 되었는데  땅값은 계속 오르고 임금은 대신 계속 떨어지는 부조화된 현실이 계속되고 있고, 애초에 얘기했던 생태계는 계속 파괴되고 방문객은 늘어나는데 쓰레기와 하수 처리 능력은 이미 용량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용량에 맞는 사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되어야 하고, 그렇다면 기존에 써왔던 지표들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기존 지표는 연간 관광객을 2천만 명에서 4500만 명으로 만들 것인가였다면, 이 지표를 버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이야기하면서 관광객 4500만 섬을 이야기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한계수명을 넘어선 관광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단순한 탈탄소가 아니라 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예 사회를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 그렇다면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추구하며 자기 한계에 맞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무엇이 있을까?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생활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조건을 어떻게 확보해줄 거냐가 중요한데, 그 방법으로서 기본 소득이나 일자리보장제 같은 것이 한축에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혼자 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결국은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틀도 있어야 한다. 그게 공유지나 요즘 이야기되는 커먼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주 중 가장 기본적인 게 사실 '식'하고 '주'만 해결돼도 인간이 사는 데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그러면 '의'를 빼고 '식'과 '주'라고 하는 것 속에서의 공동성을 어떻게 확보할 거냐 중요할 것이고, 그런 것들이 해결되면 사는데 훨씬 편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고 내가 기본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정도로 유지가 되면 내가 당장 일을 관둬도 내일 굶어 죽을 것이다, 아무 집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하는 두려움이 없어지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 그렇게 하다 보면 안 될 수도 있을 텐데 좀 실패해도 사회가 실패자를 낙오자로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실패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붙들어주는 그런 형태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그런 얘기를 하면 뜬금없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 정도로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기술이라고 하는 것도 지금은 상품화되는 기술로 가지만 이게 조금 더 사회화된 기술 쪽으로 써지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그런 사례를 재구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탈성장 개념 관련 자료/ 출처: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탈성장 개념 관련 자료/ 출처: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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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떻게 탈성장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메시지들을 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계속되는 것 같다. 이제 그만 성장하라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에 반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많다. 내 주변에 탈성장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성장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말에 나는 반대로 물어본다. '그래서 어떻게 성장할 건데? 뭘 가지고 성장할 건데?' 예전에는 뭐 어쨌든 일종의 한국의 성장 산업과 제조업과 이런 게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 이런 것들도 힘들어진 상태이다. 저성장 아니면 제로 성장은 기본처럼 되고 있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부터 어떻게 성장할 거냐에 대해서 사실은 이제 고민거리가 많아지고 있을 거다. 탈성장에 대해서 옛날처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렇게 얘기하기 좀 이게 애매하게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성장을 했는데 삶이 뭐가 좋아진 거지?"라는 질문을 생각해봐야 한다. 분명 국민소득은 계속 올라가는데 그럼 우리가 그만큼 삶이 좋아져야 되는데 생각해 보면 노동 시간도 옛날보다 더 길어졌다. 물질적으로 좀 더 편리해졌다고 얘기를 했지만 사실 그 편리라는 것의 이면에 단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좋아진 건 있는데 그만큼의 사실 나빠진 면도 있는데 그럼 이 나빠진 면들을 이제 어떻게 할 거냐라는 고민을 해야 되는 시기가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오는 거고, 그냥 계속 방치하면 진짜 한국의 이 양극화와 격차라고 하는 게 더 이상 좁혀지지 않을 만큼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옆에 있는 친구에게 10년 전에 탈성장을 얘기했을 때와 지금 이야기했을 때 그분들이 한 반응이나 단어는 동일해도 아마도 지금 내부적으로 생기는 동요나 불안감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10년 뒤에 탈성장 얘기를 하게 되면 그때는 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계속 성장할 수 있다라고 동의하는 사람의 퍼센트는 계속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다라고 하는 게 증명이 되면 그거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 수도 늘어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들을 정리해 주시면 될 것 같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왜 탈성장 사회인가?
"기후위기의 원인은 인간이 산업화를 위해서 사용한 화석연료나 산업화를 강요했던 불평등과 무관하지 않다.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는 시스템, 그러기 위해서 인간과 자연을 더 가혹하게 착취해야 되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면에서는 좀 다르게 생산하고 평화롭게 소비하는 그런 생활 양식들이 강제로 폐기되어 왔다. 때로는 더 많은 생산을 하기 위해서 오히려 낭비를 강요하고 정당화하는 시스템이 부조리하게 유지되어 왔다. 기후위기는 어떻게 보면 그런 시스템들을 이제 근본적으로 바꿔야 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고 사실 탈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무한한 경제 성장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일방적으로 우리가 성장을 위해서 희생해야 된다고 했던 삶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삶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과정, 그러면서 불평등을 바로잡고 평화를 회복하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길을 가는데, 거기에는 많은 난관들이 있을 텐데 그런 난관들을 어떻게 서로가 격려하면서 같이 걸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을 서로한테 던지면서 탈성장이라고 하는 어떤 완성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과정을 조직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2021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행사 영상]
 
▲ [2021 그린컨퍼런스]기후위기의 증인들_우리가 바라는 탈성장 사회_하승우/이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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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녹색연합, #기후위기의증인들, #탈성장, #하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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