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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마련 토론회에 참석한 김남주 변호사(오른쪽 스크린 
 앞에서 세번째)와 신가람 공인중개사(오른쪽 스크린 앞 첫번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마련 토론회에 참석한 김남주 변호사(오른쪽 스크린 앞에서 세번째)와 신가람 공인중개사(오른쪽 스크린 앞 첫번째)
ⓒ 맘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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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명의 공인중개사가 있다. 4년 전 부동산 중개를 시작하기 전에 그는 홍대 유명 주점의 사장님이었다. 그가 주점을 운영하던 와중에 홍대 상권이 떴고 그는 새로운 임대인과 명도소송까지 갈 정도의 분쟁을 겪었다. 초보 사장으로 억울한 일을 당했던 그가, 부동산 법률에 정통한 공인중개사가 되어 돌아왔다. 바로 신가람 공인중개사가 그 주인공이다. 

주점을 운영할 당시 그에게 발생한 분쟁의 발단은 내용증명 우편이었다. 2013년 8월, 한 통의 내용증명우편이 날아왔다. 신규임대인이 보낸 것으로, "가게에 설치되어있는 광고시설물과 감시카메라 등을 철거하라"란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 신규임대인은 신가람씨에 대해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신씨는 새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당시 소 제기의 이유는 '구조물 설치'였다. 재판과정에서 한 판사조차 "소송의 내용이 잘못된 것 같다. 구조물 철거가 문제라면 철거 소송을 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였다. 

신씨는 임차인을 대리해줄 변호사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맘상모'라는 상가임차인 권익단체를 소개받았다. 이 단체를 통해 명도소송에서 다수의 임차인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도담의 변호사들과 만났다.

도담 변호사들은 당시 피고였던 신씨를 통해 소송 배경에 다른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신씨는 "6개월 후에 바뀐 건물주가 갑자기 월세를 9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올린다고 해서 싫다고 했더니 나가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매물을 중개했던 공인중개사가 신규임대인에게 보증금을 2000만 원가량 부풀려 이야기를 했다. 한 건이라도 매매를 더 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이야기한 것이거나 그렇지 않았다면 매매계약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에 대한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신규임대인이 보증금이 낮아진 문제를 공인중개사에게 따져 묻자, 공인중개사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월 차임을 올려받으라고 조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 방법을 선택한 것은, 결국 신규임대인이었다. 만약 공인중개사의 중개사고임을 알아차렸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공인중개사법에는 '중개사고'로 인정될 경우, 이에 대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신규임대인은 공인중개사와 함께 임차인의 월 차임을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신규임대인은 당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상한액 이상으로 월 차임을 인상할 것과 광고 구조물을 전부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신씨는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 그가 영업하던 건물은 홍대 중심 거리가 아니라 좁은 뒷골목에 있는 주택이었는데, 임차인인 신씨가 직접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건물 용도변경을 한 것이었다.

저렴한 월세를 조건으로 임차인인 신씨가 임대인을 대신하여 주택이었던 건물의 용도변경을 위해 철거 및 구조변경 공사를 하고, 그 뒤에 장사를 위한 인테리어 공사를 한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신씨가 전 임대인과 작성했던 임대차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신규 임대인은 점포의 모양을 확인하고, 전 임대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면서 이러한 임대차계약까지 승계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구조물 철거는 물론 월 차임 인상까지 법 상한액 이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소송은 신씨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규 임대인은 구조물 철거를 거부한 신씨 영업장을 제외한 건물 전체 리모델링에 돌입했고, 건물은 공사장처럼 변해버렸다. 건물 전체를 부직포가 둘러쌌고, 위층에서 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건물 외관의 문제뿐 아니라, 소송하는 것 자체가 초보 사장인 신씨 에게는 큰 심적 부담이 됐다.

"소송 시작하기 전까지는 정말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저는 상관 없을 거라 생각했고 자신 있었지만, 소송이 시작되니 거짓말처럼 매출이 떨어지더라고요. 초보 사장인 저한테는 소송 자체로도 장사하는데 영향을 주더라고요."  

월드컵 4강 진출만큼 뿌듯했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해 '족쇄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는 신가람 공인중개사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해 "족쇄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는 신가람 공인중개사
ⓒ 신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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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1심에서는 원고패소 판결이 나왔다. 이후 원고인 신규임대인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에서 조정이 성립되었다. 결국 이전과 비슷한 금액을 월 차임으로 내며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했고, 임대인이 주장한 내용 대부분은 거부되었으며, 구조물 중에서 도로 쪽으로 일부 튀어나온 부분에 대해서만 시정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신씨는 허무하기만 했다. 그는 "원래 제 가게에서 장사를 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하지 말라는 소송이 들어왔고 1심에서도 원래대로 장사하라고 했고 결국 조정으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당연한 결과를 얻는 게 이렇게 어려웠나 싶었다. 승소를 한 전 아무것도 얻은 게 없고 패소한 상대방도 잃은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소송을 통해 그도 얻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문제의식과 연대다. 맘상모를 알게 된 후, 같은 입장의 상인들과 임차인들을 도와주는 변호사, 국회의원 등을 만나다 보니 법 개정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 것. 맘상모 회원들은 매주 밤마다 모여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회의를 했다. 저녁부터 밤까지 장사하는 상인, 주로 낮에 일하는 변호사들이 어렵게 시간을 맞춰서 모인 자리였다. 맘상모 고문변호사인 김남주 변호사 등이 회의에 함께해 문제 사례와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김 변호사는 이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회의원을 만나 법 개정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한편, 신씨는 과거 밴드 활동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여론 형성을 위한 퍼포먼스 등을 도맡았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크라잉넛', '체리필터' 등 유명 밴드들의 도움을 받아 공연 형태의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국회 앞에서 신씨가 직접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족쇄 퍼포먼스'였다. 임차 상인들이 팔과 다리에 족쇄를 차고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으로 임차인에게 채워진 권리금 약탈과 계약갱신 5년 등의 족쇄를 풀어 달라고 호소'하는 퍼포먼스'였다. 신씨는 당시 부모뻘 되는 상인분들에게 죄수복을 입히고 족쇄를 채워드리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분들을 죄수로 표현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미안해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이들의 눈물과 염원이 쌓여, 2013년과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다. 그는 국회에서 개정법이 통과되는 과정을 생중계로 보면서 월드컵 4강 진출을 보는 것 같이 기뻤다고 한다. 신씨는 "그동안 많은 분의 고생이 헛되지 않은 것이 되어 정말 감사했다"라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상가임대차 분쟁은 날이 갈수록 안정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표현이 예사말이던 예전에 비하면 현재의 상가임대차의 갑을관계는 상당히 개선되었다. 현재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신씨가 현장에서 보기에도, 법 개정 후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판례가 쌓이고 인식변화도 생겼다고 한다.

신씨는 "본인의 명도소송 당시에도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보장된 권리인 권리금 보장이나 10년 갱신 조항 있었다면 소송까진 안 갔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만약 지금처럼 10년 계약갱신이 보장됐다면 당시 본인의 계약기간이 9년 6개월이 더 남았으니, 임대인도 소까진 제기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10년이 보장된다면 임대인이 패소했을 경우에도 서로 관계만 악화된 상태로 임차인과 계약을 10년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법상 권리금도 보호되기 때문에, 월 차임을 상한액 이상으로 인상하려고 하면 거절하는 게 당연해졌다"라며 "당시는 만약 소를 제기한 임대인이 지더라도 소송으로 시간을 벌면서, 보장된 계약기간인 5년이 지나면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까지 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13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의 덕도 보았다고 말했다. 개정된 법의 중점 내용은 '재건축 사전고지' 조항이었다. 당시는 여러 임차인이 재건축을 명분으로 내쫓기는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다른 조항을 모두 무시할 수 있는 강력한 임대인만의 권리였는데, 2013년 법 개정으로 '재건축 사전고지' 조항이 생겼고, 이는 2018년 법 개정의 토대가 되었다.

신씨는 "만약 당시에도 '재건축 사전고지' 조항이 없었다면, 본인의 명도소송 역시 임대인이 실제로는 재건축을 하지 않더라도 재건축을 소 제기 이유로 들었다면 1심에서 원고가 승소했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부동산법률정보를 전달하는 공인중개사로

그러던 신씨가 강남의 공인중개사가 되어 돌아왔다.

부동산 법률에 빠삭한 그의 모습은 단골을 불러 모았다. 특히 그가 중개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에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다른 중개사들에겐 골머리였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손님들의 신뢰감을 높여준 계기가 되었다. 특히 신씨는 계약 전부터 손님들에게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이 10년까지로 늘어난 부분 등을 먼저 알렸다. 신씨는 다른 공인중개사들과는 달리 묻기 전부터 이런 내용을 알려주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최근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의 응시자는 약 40만 명, 합격자는 2만6913명이다. 하지만 신씨에게 들은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단꿈과는 달리, 책임감과 위험이 많이 따르는 직업이라고 했다.

신씨는 중개사 직업에 대해 "막상 공인중개사 자격을 얻게 되어, 사무실을 차린다고 해도 손님이 많이 올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은 점점 계약의 안전보다는 한 건이라도 더 성사시키려는 욕심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위험 부담이 큰 직업이라고도 했다. 그는 "공인중개사가 정직하게 하려고 해도 이미 한쪽에서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럴 때 최종 판단은 당사자가 내리겠지만 공인중개사로서 의견도 말씀드리고 계약을 보류하시라고 권하는 편이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선 계약하더라도 명쾌히 오해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그는 본인이 장사할 때 거래했던 부동산 때문에 수년간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장 한 건보다는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공인중개사들에게 법으로 중개피해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묻기 전에, 공인중개사들이 자발적으로 중개피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부동산 계약의 당사자 중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양쪽이 동등하게 협의가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까지 공인중개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개피해에 대해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김남주 변호사와 함께 부동산 법률정보를 알리는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동산법률정보에 대해 손님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김남주 변호사에게 물어 부동산 법률정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부동산 관련 법을 주시하고 있다고 해도 개정 초기에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상가임대차 문제를 잘 아는 김 변호사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함께 미디어 활동까지 시작하게 됐다.

신씨는 유튜브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법률들에 비해 부동산 관련 법률들이 허술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법 조항만 봐서는 실제 사례에 대입할 때 변수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분쟁이 발생한다. 분쟁의 당사자가 전 재산을 잃는 피해를 입는 일도 있는데, 막상 이런 상황을 대비하실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서 내용을 알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자영업자에서 공인중개사가 된 이력을 가진 그에게, 문득 궁금해져 시작한 인터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은 상가임차인의 권리가 이전에 비교해 상당히 보호받고, 임대인과의 관계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상가임차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앞장서서 싸운 이들이 만든 변화에 감사하며, 계속해서 부동산 관련 법이 정교하게 다듬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한솔 기자는 법무법인 도담의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담의 홈페이지 등에 위 기사 내용을 재구성하여 게재할 수 있습니다.


태그:#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상가임차인, #공인중개사, #중개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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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도담에서 홍보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도담과 함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공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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