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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에 대해 신년 사면을 단행했다. 박 씨는 2017년 구속된 지 4년 9개월 만에 석방되는 것이다. 박 씨 사면이 본격 거론된 건 올 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하지만 연말에 사면을 전격 단행했다.

사면이 발표되자 진보층은 강력 반발했다. 심지어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사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일부에서는 박 씨 사면이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적인 해석을 듣고 싶어, 지난 27일 법무법인 강남의 노영희 변호사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노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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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3일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인 박근혜 씨에 대해 사면했잖아요. 사면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사면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건 상당히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봐요.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안 했고 재판 절차에 협조한 게 전혀 없는 상황인데 전격적으로 사면이 단행되었기에.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탄핵' 과정을 거쳐서 진행된 '국민적 단죄'가 그냥 대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해소되는 것은 어떤 명분을 얻기 어려운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 것 같고 또 그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권을 행사했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권한을 행사해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봐야죠.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 씨나 노태우 씨보다 장기간 수감생활 했고 현재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기에 대통령은 그 점을 고려했을 것이고 추후 당선될 후임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게 해준다는 측면도 있는 거죠."

- 나온 보도를 보자면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 혼자 결정한 것 같은데요.
"일단 특별 사면을 심의하는 위원회 측에서 처음에 그 건의가 올라갔다고 하고요. 처음에는 위원들끼리 의견 통일이 안 되었다가 4명 정도가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견을 보내서 대통령이 그걸 보고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대통령의 특별사면 고유 권한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그 정도 과정을 거쳤다면 대통령 혼자 했다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죠."

-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잖아요. 그러나 이번 박 씨의 사면이 권력 남용이라는 주장도 있거든요, 권력 남용으로 볼 수 있나요?
"그건, 대통령의 특별사면 권한 자체를 인정하는지 인정하지 않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문제는 그 나라 국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주었느냐를 논하는 문제가 되는데, 어쨌든 우리의 경우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런 권한을 행사했다고 해서 그걸 권한 남용이라고 할 수는 없죠.

다만 아무리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행사해도 된다고 볼 수는 없으니, 대체로 국민의 뜻을 잘 이해하고 반영해서 결정하는 게 맞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계속 있었던 것이고, 기본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 9개월이라고 하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수감 생활을 계속했었기 때문에 국민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봅니다."

- 촛불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던데.
"그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많이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그때 사상 초유로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권한을 사유화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마음대로 나눠주는 등 남용한 것에 대해 분노했기 때문에 촛불 정신이 발휘되어 탄핵까지 된 거잖아요. 그런데 엄밀히 보면,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나고 그다음에 특검으로 수사와 재판을 해서 판결이 선고되고 수감된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하게 했던 사람들이 현재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고, 특검을 허락해 준 것은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거죠. 그래서 수감이 됐고 결정이 다 났고 난 다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거잖아요. 그리고, 그 결과 판결이 확정되고 현재에까지 이른 것이므로 촛불정신을 위배했다고는 할 수 없는 거죠.

결국,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절차가 다 이루어져서 그동안은 가석방도 사면도 안 해주고 그랬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여러 일련의 숙의를 다 거쳤고 과정을 다 거쳤죠. 올해 1월에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에서 사면 얘기를 꺼냈을 때도 대통령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수용 않았던 거죠. 그러다가 한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전체적으로는 통합이라고 하는 측면, 건강상의 이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사면했기 때문에 촛불 정신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죠."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사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사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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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즈음 사면 얘기 꺼냈을 때 국민 공감대가 형성 안돼서 못한다고 했잖아요.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공감대 형성 부분에 있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기는 해요.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 정부가 내세운 게 국민통합과 박근혜의 건강 악화잖아요. 국민통합은 보기에 따라 다르니 차치해두고, 건강 악화를 보죠. 박 씨가 1952년생이라 현재 만 69세죠. 그럼 다른 범죄자도 같은 나이에 아프면 사면해 줄까요?
"그거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수형 생활을 하다 보면 아픈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 아픈 사람들 모두에 대해서 형 집행 정지를 해준다거나 모두 다 제대로 치료를 받게 해준다거나 사실 이러지는 못하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다 모두 사면해 주거나 풀어주지는 않으니 딱 1차원적으로 비교를 하면, 이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너무 특혜를 주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대통령의 사면권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상으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보통 말하거든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동안 지지했던 사람들 또 그들이 원하는 바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생활을 얼마나 오랫동안 했으며 지금 현재 건강 상태가 수감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인지 여부 등을 다 종합해서 총체적으로 판단하는 거기 때문에 지금 단순히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사면 복권이 이루어진 건 아니죠."

"문 대통령, 사면권 통해 고도의 정치적 결단 내린 것"

- 공동정범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도 사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요.
"그런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은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최서원 사면과는 별개로 판단하는 것이 맞아요. 박 전 대통령은 이 모든 범죄 행위에서 정범이니 법률적으로는 최서원씨도 같이 사면해야한단 말이 나올 수 있죠. 하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봤을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하고 최서원하고 그럼 동일선상에 놓고 연관된 같은 죄를 저지른 수많은 사람들을 다 사면해줘야하냐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거죠."

- 사면으로 법치주의가 훼손 됐다는 주장도 나오던데.
"아니에요. 대통령의 사면권 자체가 예를 들면 법률이나 이런 근거가 없는데 대통령 마음대로 자기가 법을 만들어서 새로 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원래 그건 있는 법이잖아요. 그리고 그걸 행사하라고 해 왔던 거고 그동안에 계속 대통령들마다 다 중요한 고비에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정치적인 행동을 해왔어요. 이걸 가지고 법치주의가 훼손됐다고 말하는 건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죠."
 
노영희 변호사
 노영희 변호사
ⓒ 노영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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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씨는 탄핵 당한 거잖아요. 그래서 사면은 헌법에 위배된단 주장도 있던데.
"그렇게 보지 않아요. 대통령은 사면권을 가지고 있다는 게 바로 법에 나와 있는 거잖아요. 그 법에 따라서 자기의 권한을 행사한 거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는 없죠."

- 그럼 탄핵은 어떻게 되는 거죠?
"탄핵은 이미 당한 뒤 구속이 됐고 재판을 받아 지금 4년 9개월이 지났잖아요. '탄핵'의 의미는 국가 기관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나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 부분은 이미 대통령 재임 중 대통령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재판을 받고 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그걸로 정리가 된 거죠. 현재 사면된 것은 탄핵과 또 별개의 문제인 거죠."

- 박근혜 사면으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사면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면권 제한을 해야 된다는 주장은 이번에만 나온 얘기는 아니죠. 그러니까 대통령 사면 권한이라고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항상 문제가 될 수 있고, 본질적으로 대통령에게 특별사면 권한을 꼭 줘야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라고 따진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어요. '왜 사법부에서 절차에 따라 내린 그런 결정을 대통령의 한 마디로 전부 다 무효화시키느냐,'나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이라고 하는 권한을 주면서까지 사법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건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국민적인 논의를 거쳐서 대통령 사면권에 대해서 다시 얘기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 이명박 씨는 사면이 안 되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면을 안 해주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면을 해준 걸, 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은 야권 갈라치기 하고, 분열시키려고 꼼수를 쓴 거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 거죠. 사실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 봤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보다 훨씬 적었거든요. 그러니까 바로 그게 국민적 공감대 내지는 파급 효과 등 측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게 훨씬 더 수요가 컸다고 보는 거죠."

"이번 사면, 윤석열 입장선 좋지 않을 것... 이재명보단 윤석열에 악재"

- 이번에 한명숙 전 총리가 복권된 건 어떻게 보세요?
"한명숙 총리에 대해서는 이미 본인이 다 형을 다 살았잖아요. 그리고 그동안에 본인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물론 말을 아꼈습니다마는 검찰이 죄수들에게 위증 교사를 시켜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끔 했다는 의혹도 있는 상황이고, 여려가지 측면에서 복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한 총리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어쨌든 판단을 해서 한 거죠. 저는 그래서 한명숙 총리(복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 한 전 총리 복권하기 위해 박근혜 씨 사면해준 거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그건 조금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아요. 한명숙 전 총리를 복권시켜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얼마나 큰 플러스가 되겠어요. 본인은 대선 치르고 나면 여길 떠날 사람인데요."

- 변호사님은 시사평론도 하시잖아요. 이번 사면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아무래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사람이고 또 엄청난 구형을 해서 결과적으로는 수감되게 만들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하고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고 있었고 명확히 관계 설정 등을 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라, 후보 입장에서는 썩 좋지 않을 거예요. 윤석열 후보는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밟고 올라선 사람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후보에 대해서 두 가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하나는 문 대통령에 반하는 혹은 공정과 상식이라고 하는 본인의 주장에 따라서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하는 그런 대표 선수로 상징성을 가지겠지만,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내세웠던 전직 대통령을 탄핵에 의해서 수감시키고 재판 받게 만든 원흉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정확하게 정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고 인지부조화를 느낄 수 있고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번 사면은 이재명 후보보다는 윤석열 후보한테 훨씬 악재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갑자기 이루어진 부분이 없지 않아요. 국민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서 안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전격적으로 사면이 단행되었죠. 국민 공감대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촛불을 들었던 다수의 국민들이 '용인'을 해줘야 하는 건데 그런 측면에서는 아쉽죠.

전두환 씨도 그런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사면이 이루어지니까 그 후 사망할 때까지 내내 분란을 일으킨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가 중요해요. 본인이 정말로 잘못했다고 느끼고 국민들께 사과하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적절한 것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거라면 잘못된 거겠죠.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노영희, #박근혜,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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