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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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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하시죠 뭐. 우리 청년들 만나러 온 거니까."

22일 호남 일정 첫날 전북대학교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학생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진행자가 '후보님 정해진 시간이 다 됐다'고 하자 윤 후보가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언뜻 청년의 말을 하나라도 더 듣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윤 퀴즈 온 더 전북'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간담회의 애초 시작 시간은 오후 2시. 전북대에 도착해 이세종 열사를 추모한 뒤 이 행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었으니, 오후 2시 10분 경에는 간담회가 시작되어야 했다. 그런데 윤 후보가 청년들을 만난 것은 오후 2시 45분이 지나서였다.

청년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고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다면, 마치 자기 시간을 할애하는 듯 '더 듣겠다'고 하기보단 본래 계획대로 시간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의 시간을 아끼게 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지각... 사과도 없고

윤 후보로선 대학생 간담회에 앞서 이세종 열사 추모에 20분 정도 더 걸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윤 후보가 전북대 내 이세종 열사 추모비 앞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25분, 이미 예정 시각을 훨씬 넘긴 상황이었다. 

추모 저지가 돌발상황도 아니었다. 저지에 나선 이들은 추모비 앞에 오후 1시를 좀 넘긴 때부터 나와 피켓을 들고 있었고, 오후 2시를 넘겨서는 정운천 의원 등이 이들과 대화하며 상황 정리를 시도하기도 했다. 추모로 인해 일정이 더 늦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입바른 소리를 하자면, 마치 자기 시간을 할애하는듯 '더 듣겠다'고 하기에 앞서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우선이다. 45분이나 늦은 사람이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는 게 영 뒷맛이 안좋다. 혹시 기다린 사람은 아직 취업 전인 대학생이고, 늦게 온 사람은 검찰총장을 지낸 제1야당 대통령 후보여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의 '청년 행사 지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월 29일 대전에서 열린 '청년과 함께, 전국 투어 토크콘서트'에도 1시간 지각했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청년층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겠는가. 단지 시간 문제가 아니다. 내용은 한마디로 더 '구리다'. (관련 기사: 대전 간 윤석열 "탈원전은 망하잔 이야기")

SNS에 회자 중인 '일자리 앱' 발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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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지각했던 지난 11월 대전 토크콘서트도 내용이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느냐 찍어 먹느냐'는 정도의 신변잡기가 주였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45분 지각한 12월 타운홀 미팅엔 일명 '일자리 앱 발언'이 나왔다.

이날 취업 걱정을 하는 청년들에게 윤 후보가 한 말은 "어떤 분야는 지금 일자리가 막 사람이 필요하다. 조금 더 발전하면, 핸드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어느 기업이 어떤 종류의 사람이 필요로 한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을 때가 여기 1~2학년 졸업하기 전에 생길 것 같다"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수많은 청년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윤 후보가 말한 서비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윤 후보의 발언은 현재 많은 청년 사이에서 희화화되고 있다. 

이날 나온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라는 윤 후보의 발언의 문제점까지 굳이 상술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청년층의 입장에서는 이 발언이 더욱 '시혜적'으로 보인다는 것만 언급하겠다. (관련 기사: 윤석열 "극빈·못 배운자는 자유가 뭔지..." 발언 어떻게 나왔나)

지각한 당사자가 '청년들이니까 내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하는 식으로는 청년들과 제대로 대화할 수 없다. 청년들이 이미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청년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는 없다. 청년들에게 그런 사람은 이미 '꼰대'라고 규정되어 있다.
 

태그:#윤석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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