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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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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ay '윤', You say '석열', 윤!"
"…석열…."


현장에서 무대를 보는 기자가 다 어색하고 민망할 지경이었다.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아티스트의 "윤!" 하고 외치는 목소리는 크게 들렸는데, "석열" 하고 따라 나오는 목소리들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솔직한 나, 내가 윤석열이다" "용감한 나, 내가 윤석열이다" "공정한 나, 내가 윤석열이다" "배려 할 줄 아는 나, 내가 윤석열이다"라는 등의 추임새도 메시지가 불분명했다.

6일 오후, KSPO돔(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은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며 화려함을 자랑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오징어 게임> 등 최근 '힙'하다는 트렌드 요소를 모아 넣은 퍼포먼스로 이날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내실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계속해서 떠다녔다.

청년 전면에 내세웠지만... 오글거리는 어색함

이준석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젊은 세대에 대한 소통과 정책"을 강조하며 "이번 선대위 활동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날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이준석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요직'을 맡고 있는 주요 관계자 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마이크는 청년들에게 돌아갔다. 지난 국민의힘 대변인 공개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에 도전해 선전했던 김민규·백지원 두 사람에게 연설 기회가 주어졌고, 후보자를 제외하고 행사장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무대 위 앉아 있는 자리에도 청년들이 한가득이었다. 국민의힘 공보실은 "금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여한 청년들은 윤석열 후보와 함께 청년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국민의힘 대학생위원들 중 행사 참석을 희망한 60여 명"이라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ㆍ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대선 승리를 기원하며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ㆍ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대선 승리를 기원하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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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청년들이 많이 참석했지만, 과연 이날 선대위의 주인공이 청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대답이 선뜻 나오기 어려워 보였다. 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주요 당직자들이 발언하는 동안 뒤에 앉아 박수를 치는 '병풍' 혹은 '들러리'라는 인상을 지우긴 어려웠다. 딱히 윤 후보가 이날 청년과 관련해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진 것도 아니었다.

출범식을 여는 무대처럼, 출범식을 닫는 무대도 젊은 사람들이 대거 올라왔다. 이들은 응원곡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쾌걸 근육맨 2세>의 한국판 마무리곡 '질풍가도' 그리고 김수철의 '젊은 그대'에 맞춰 열정적인 응원전을 선보였다. 나름의 '세대 통합'을 고려한 선곡이었겠지만, 정작 퍼포먼스를 지켜보는 무대 아래 사람들에게도 그같은 열정이 전해졌는지는 의문이다.

무대 위에 선 이들은 '윤석열'을 연호했다.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에 맞춰 깃발을 흔들고 무대 위를 뛰는 이들에 함께 동조하는 당직자나 관계자는 드물었다. 무대를 내려온 윤석열과 악수하기 위해 몰려들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기성세대가 어색하게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을 오남용하며 '젊은 척' 흉내내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윤석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행사 기획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글쎄, 우리 당의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가지고 선대위 출범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윤 후보 본인은 이날 출범식과 관련해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았고, 전반적인 행사의 콘셉트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투였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여성혐오 정당?

이날 출범식의 오프닝 퍼포먼스가 다분히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의식했다는 것도 그다지 흥겹지만은 않았다. 해당 프로그램이 크게 흥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패러디가 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그저 '스트리트 댄스'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여성' 주인공들의 존재감이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대중문화적으로 분석하면서 '페미니즘'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 문화 코드를 그대로 활용하는 이 정당이 과연 그 '페미니즘'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교제살인'과 '페미니즘'의 '무관계성'을 주장하며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설전을 벌인 것이나, 그가 '펨코 대통령'이라는 조롱 섞인 비난을 듣는 것까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자칭 '딸을 둘 둔 페미니스트' 김병준 위원장의 '브로치' 발언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측이 갈등했던 원인 중 하나는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이었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원만히 합의하며 오해를 풀었을지 모르지만, 그 지지자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난 4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는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와 송시인 '성평등추진시민연대' 대표 등 100여 명의 청년들이 이수정 교수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섰다. 유튜버인 송 대표를 포함해 신남성연대는 대표적인 '여성혐오' 단체로 지적받아온 곳으로, 대표적으로 n번방 피해자를 조롱한 과거 발언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들의 물리력 행사는 소위 '이대남' 정서에 편승해 젠더 갈라치기 정치를 해온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후과인 셈이다.

그런데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는 더 가관이었다. 선대위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뿐만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비서실장인 서일준 의원에 양금희 중앙여성위원장까지 나서서 직접 이들을 달래고 나섰다. 유상범 의원은 "국민의힘이 20∼30대 청년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당을 대표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정권을 잡는다면 여러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당이라는 점을 인식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30여 분 동안 비공개 면담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수정 교수의 퇴진을 고려한 바 없고, 의견을 청취한 것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여성혐오에 국민의힘이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은 터라, 출범식에 등장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헤이 마마'는 대체 어떤 '브로치'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후보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빨간색 목도리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후보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빨간색 목도리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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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반노동 후보?

<오징어 게임>의 대표적인 배경음악이 잠깐이나마 등장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의 화제작이었던 <오징어 게임>은 단순히 돈을 놓고 벌이는 인간 군상들의 치열한 경쟁과 전통놀이를 접목한 콘텐츠가 아니다. 이 드라마 시리즈의 주인공이 '드래곤 모터스'라는 자동차의 해고 노동자로 등장하는 게, 쌍용자동차 사태를 염두해 두고 만든 설정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잔혹함과, 극한 경쟁에 몰린 개인 인간들의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 지적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설정이 그렇듯, 노동의 문제를 빼놓고는 <오징어 게임>을 제대로 읽어내릴 수 없다. 국민의힘이 쌍용자동차 노조의 '정상화 염원 탄원서'를 받고도 무응답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당장 윤석열 후보의 '반노동 언행'은 여러 번 지적을 받았다.

다시 꺼내기에도 손가락이 아픈 '주 120시간 노동' 발언부터,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를 철폐해야 할 "비현실적" 제도로 꼽는 점도 경악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후보 측은 '탄력근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하지만, 이미 주52시간제는 집권여당이 누더기로 만들어 놓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있다. 최저임금보다 임금을 낮게 받더라도 일할 노동자가 있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본래 최저임금은 시장가격보다 높게 설정돼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 일종의 '최저가격제'인데도, 제도 취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발언이다.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아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법이고,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한 현장까지 가서 굳이 "실수가 사고를 초래했다"면서 개인에게 귀책 사유를 돌리는 윤 후보는 '반노동 후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바로 그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에 <오징어 게임>의 코드가 재활용되는 건, 사실상 원작자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 없다.

'AI 윤석열'에 AI가 없다?
 

한 가지만 짧게 덧붙인다. 윤석열 후보의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 'AI 윤석열'이 등장해 발언하는 시간도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려웠다.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진 윤석열은 "윤석열 후보가 열어갈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도전을 상징한다"라며 "선거 혁신의 시작"이라고 자찬했다. 그는 "AI 윤석열이 혁신의 도구라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룰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리더는 오직 국민에게 충성한 윤석열 후보"라고도 자평했다.

AI 윤석열은 윤석열 후보가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곳에 아바타를 활용한 동영상으로 선거 유세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이준석 대표의 '두 번째 비단주머니'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이날 윤석열 후보의 메시지에는 4차 산업혁명이나 기술혁신과 관련한 메시지는 없었다. 유행하는 기술을 활용한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형상과 질료는 함께 가야 한다. 그릇의 양식과 그 그릇에 담겨 있는 내용물은 서로 조화로워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교집합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무리 '젊은 척' 치장하려고 해도, 정당에 패인 주름살이 너무 깊어 보였다.

단순히 세대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행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언행, 그리고 국민의힘이 걸어온 길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청년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청년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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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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