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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휴게소는 세계의 자랑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휴게소장과 우리나라에서 휴게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회사의 본사팀장, 휴게소 납품업체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7년간 근무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여보세요."

수년 전까지 휴게소에서 근무하다 퇴사하고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휴게소로 복귀하여 다시 일할 생각이 없냐고. 급여도 올려주겠다고. 하지만 김씨는 거절했다고 한다. 자기 인생에서 다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할 생각이 없어서다. 

"일할 사람이 없어요. 구인광고를 내도 아무도 연락이 안 옵니다."

또 다른 휴게소 관계자는 말한다.

"특히 경력자를 구하기 너무 힘들어 타 휴게소 직원을 몰래 빼오기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인력난이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직원의 30~40% 이상을 감원하였는데 위드 코로나에 따라 한국도로공사에서 야간영업까지 재개하라고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 운영권 임대계약서 제8조에는 "고속도로 휴게시설의 영업은 연중무휴로 하며 1일 24시간 계속 운영하여야 한다"라고 정해져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위드 코로나에 따라 휴게소 야간영업을 재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위드 코로나에 따라 휴게소 야간영업을 재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 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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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심각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될 때 휴게소에도 문을 닫은 매장이 많았다. 특히 야간에는 방역지침에 따라 저녁 10시까지만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거리두기 지침이 해제되면서 다시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게 휴게소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왜 이렇게 휴게소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울까? 

고속도로 휴게소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근로의식이 크다고 한다.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 출퇴근의 불편함, 게다가 밀집시설에 대한 기피에 더해 24시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곳을 누가 오겠냐는 게 휴게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휴게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휴게소 종사자 평균 연령은 55세 이상, 조리사원은 60세가 넘는다고 한다.

"더 웃긴 게 먼지 아세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월급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거의 100%가 최저임금이기 때문에. 혹시 특정 휴게소만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이 업종 전체가 그렇습니다"라는 자조섞인 대답이 들려왔다. 휴게소에 따라 명절 떡값이나 출·퇴근비를 조금 지원하는 곳도 있지만 어차피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휴게소 관리자는 좀 나을까? 초급 관리자 또한 월 300만 원을 넘기 힘들다고 한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 특성상 1년 내내 쉬지 못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자기 인생을 포기해야 합니다."

남이 쉴 때 일하고, 1년 내내 영업이므로 쉬는 날에도 수시로 연락이 와서 휴식과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병원 응급실인가요?"

한국도로공사의 각종 지시·점검도 힘들지만 24시간 영업 지침은 지나치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해마다 늘어나서 전국에 위치한 휴게시설은 도로공사 관리가 200여 개, 민자 휴게소까지 더하면 24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20~30km마다 정규 휴게소가 있고 또 중간중간에 임시주차장, 졸음쉼터까지 갖춰있다.

"휴게소 종사자도 사람인데... 이제는 좀 쉬게 해 주세요."

과거보다 휴게소가 늘었으니 인접 휴게소끼리 순번을 정해 월~금요일에는 화장실, 주차장 등 필수 시설만 개방하고 하루씩 휴무를 해도 되지 않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선의 A-B-C-D-E, 5개 휴게소를 1개 단위로 묶은 다음 순번대로 월-화-수-목-금 휴무를 주고 고속도로 VMS 표지판에는 "A휴게소 휴무(주차장과 화장실만 이용 가능)"으로 표시하면 이용고객에게도 큰 불편은 없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휴무일은 마음 편히 직원들도 쉴 수도 있고, 시설보수도 할 수 있고, 직원화합의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일할 사람이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휴게소 푸드코트에서 일하는 조리사원. 고속도로 휴게소 근로자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을 넘어 60대에 이른다.
 한 휴게소 푸드코트에서 일하는 조리사원. 고속도로 휴게소 근로자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을 넘어 60대에 이른다.
ⓒ K-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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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인상요? 기대도 안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고속도로 휴게소가 운영을 개시한 이래 총매출 3.5조 원에 이를 정도의 큰 시장이 되었지만 최저임금 이상 급여를 준 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공공 서비스 종사자로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연간 5.5억 명이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종사하는 2만 명의 근로자들. "최저임금이 우리 월급의 전부이다"라고 말하는 환갑 넘은 직원들을 보며 최저시급과 주 52시간이 비현실적 제도라고 한 어떤 대통령 후보가 생각난다. 왜 같은 국민끼리 우리는 이렇게 소외된 사람에게 무관심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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