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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 열렸던 송파구주민예산학교 포스터
 지난 11월 초 열렸던 송파구주민예산학교 포스터
ⓒ 송파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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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송파에서 열린 주민예산학교에 참여했다. 나는 '숫알못(숫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예산에 대해서는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참석했는데, 이상민 나라살림 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자리를 마련해주신 송파시민연대, 서울시동남권NPO지원센터 덕분에 알짜배기 예산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개개인이 정부로부터 받는 돈이 연간 1천만 원이 넘는다는 걸 많은 분들이 모를 것 같다. 중앙정부 지출액이 2022년기준 406조 원이라고 하는데, 정부의 '나라 살림'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각종 교육 복지 행정 서비스 등으로 돌아간다. 406조 원을 5200만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이 약 1160만 원 꼴이 된다고 한다. 4인가구 기준으로 했을 때 4640만 원이다. 꽤 큰 액수인데, 우리는 나라에서 얼만큼의 돈을 걷고 사용하는지, 또 이 돈이 잘 쓰이는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강의에서 또 인상적이였던 점은 가정경제와 나라살림은 원칙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정경제는 일반적으로 수익이 줄어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한다. 수익이 늘어나면 돈을 넉넉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가 위축돼 세수가 줄었을 때 오히려 돈을 풀어 경기를 지원하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앞선 지출을 보완하기 위해 재정을 아낀다는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중앙정부의 이야기이다. 지방정부는 또 지출원칙이 다른데, 지방정부의 경우 '균형재정'의 원칙이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돈이 들어온 만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강사님은 '육개장 사발면'에 비유해 설명해주셨다. 식당에 가서 만 원짜리 육개장을 시켰는데, 사장님이 이천 원 짜리 육개장 사발면을 주면 기분이 어떨까? 그러면서 '내일 올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재료를 아끼고 있다'고 말한다면? 이런 일이 실제로 지방정부 예산 씀씀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많은 지방정부들이 각종 기금이나 잉여금으로 예산을 남긴다. '예산감수성'이 풍부한 강사님의 경우 이렇게 '남는 돈'을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돈이 필요한 곳이 정말 많고, 이 돈을 잘 활용해서 효용을 남길 수 있는데, 많은 지방정부는 예산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기금이나 잉여금으로 돈을 놀린다는 것이다.

송파구의 경우에도 2020년 이렇게 남은 잉여금(순세계잉여금)이 약 8백억 원으로, 1년 전체 지출 결산인 8156억 여 원의 약 10퍼센트 가량이다. 잉여금으로 5%정도로만 유지했더라면, 4백억 원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기초자치단체 평균 기금과 잉여금이 전체 예산의 10퍼센트 가량 된다고 한다. 아까 식당의 일례처럼, 주민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기초자치단체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가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예산은 정치다"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였다. 예전에 이명박 정권에서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국가가 '돈이 없다'는 게 정말 사용할 돈 자체가 없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곳에' 쓸 돈이 없다는 걸 너무나 확연히 느낀 적이 있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심각한 불평등과 삶의 불안정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한국의 GDP 대비 복지 지출은 OECD 최하위권이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만 있다. 또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돈 쓸 곳은 정말 많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자원이 우리 사회를 더 평등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이 관심갖고 목소리내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송파라 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였고, 현재 송파에서 환경과 성평등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주민예산학교, #송파시민연대, #송파, #예산, #순세계잉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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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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