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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대체왜하니?'는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키가 큰 편이다. 키가 쑥쑥 크니 덩달아 2차 성징도 빨리 나타난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급하게 나를 부른다. 드디어, 올 게 온 건가.

"왜, 무슨 일이야?"

팬티에 분비물이 묻은 모양이다. 그럴 때도 있다고 말하고 속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생리를 시작하면 불편해지는 게 한둘이 아니라 조금 늦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찾아보니 분비물이 나오는 건 초경 전 증상이란다. 난 아이에게 곧 생리가 시작될지도 모르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자고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넷플릭스에서 <빨간머리앤>을 보는데 앤이 초경하는 장면이 나왔다. 앤은 자신이 죽을 병에 걸린 줄 알고 울며 속옷을 빤다. 마릴라는 그런 앤에게 "너는 지금 여자로 꽃피는 시간이란다. 지극히 정상이야"라고 말한다. 그때 매튜가 나타나자 마릴라는 강하게 한마디 한다. '나가요(Out!)'

약 100년 전이 배경인 이 드라마에서 생리는 남자가 알면 안 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다. 앤의 친구들도 생리에 대해 하나 같이 "누가 알면 안 되는 일이야." "이건 부끄러운 거야"라고 한다. 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일인데, 그럼 좋은 게 아닐까?"라고 하지만 아무도 수긍하지 않는다. 요즘이라면 앤의 친구 말을 아무도 수긍하지 않을 듯하다. 

성교육, 교실에만 맡기면 안 되는 이유
 
넷플릭스 드라마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
 넷플릭스 드라마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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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보건 수업시간에 성교육을 한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여자 아이들 중에는 이미 생리를 시작한 아이도 있고 다른 아이들도 곧 경험할 일이라고 생각해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남자아이들은 수업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인다. "여자아이의 바지 뒤에 피가 묻어 있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남자아이들은 "사진 찍어요!"라고 대답했다고.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지고 사회 분위기도 변했지만 남자아이들은 내 어릴 적 브래지어 끈을 보고 놀리던 그때 아이들과 비슷한 듯하다. 그렇다고 웃고 넘어가지지는 않는다. 

제대로 성교육을 받고 자라지 못한 우리 세대의 엄마, 아빠들은 아이의 성교육을 최대한 뒤로 미루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학교에 미루고 싶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교육은 개별적일 수 없고 우리 아이의 성장 시기에 맞출 수도 없다. 결국 1차적인 성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도서관에 가 성교육 책 몇 권을 빌렸다.

모든 책에서는 동일하게 성교육은 갑자기 시작하는 게 아니며 어릴 때부터 쭉 해야 한다고 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부모의 태도가 모두 성교육이란다. 딸의 경우에는 특히 주체성을 중요하게 가르쳐야 한다는데 난 이 부분에서 좀 뜨끔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뽀뽀하는 걸 좋아한다. 아이가 싫다고 해도 아이의 얼굴에 수염 난 얼굴을 비비며 뽀뽀한다. 아이는 그때마다 "엄마, 난 싫은데 아빠가 자꾸 뽀뽀하려고 해"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난 "아이가 싫다잖아. 하지 마"라고 남편에게 말한다. 그렇지만 아이의 찌푸린 얼굴이 귀엽고 남편의 얼굴 비비는 표정이 웃겨 거의 항상 단호하게 말하지 못했다. 
 
내 몸의 주인이 나 자신이듯이 다른 사람의 몸의 주인은 그 사람 본인이라는 것, 따라서 다른 사람이 내 몸을 만지고자 할 때 내 동의를 받아야 하듯이 나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고자 할 때에는 그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연습을 아이에게 계속 시켜야 해요. 상대가 가까운 가족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에요. 아무리 나를 사랑해 주는 엄마 아빠라 해도 무작정 내 맘대로 스킨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이 자신도 알아야 해요. - 77p.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 있게 딸 성교육하는 법>

책을 읽은 후 남편에게 아이가 싫다고 할 때는 스킨십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뜨끔했던 부분이 한 군데 더 있었다. 부모가 생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한 말이 아이에게 생리는 안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내용이다.

나도 속으로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티가 났을까. 혼자 찔려서 생리를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는 마트에서 생리대 판매대를 유심히 본다. 생리대의 종류와 차이에 대해서도 묻는다. 난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나와 다른 성별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아야
 
요즘 아이는 마트에서 생리대 판매대를 유심히 본다. 생리대의 종류와 차이에 대해서도 묻는다.
 요즘 아이는 마트에서 생리대 판매대를 유심히 본다. 생리대의 종류와 차이에 대해서도 묻는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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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는 오랜만에 우리 집에 놀러 온 내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모, 저 얼마 뒤에 시옷리을 시작할지도 몰라요."

동생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묻는다. 나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 저건 자랑하는 뉘앙스인데, 무슨 말일까.

"응? 시옷리을이 뭐야?"
"아휴, 생리요, 생리. 이모, 저 곧 생리 시작할 거 같다고요."


아이의 말을 들은 나와 동생은 깔깔 웃었다. 아이가 숨기거나 쑥스러워 하지 않고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싶어 안심이 됐다. 아래 책에서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도 짚어 주었는데 아이에게 자신의 성뿐만 아니라 다른 성의 2차 성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뿐 아니라 다른 성별,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해요. 차이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게 되면, 생리와 같은 신체적 변화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서로의 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남자니까 이렇고 여자니까 저렇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잘 도와주면 좋겠어요. - 86p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 있게 딸 성교육하는 법'에서 추천한 도서 중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성 모두를 다룬 <성교육을 부탁해> 책을 도서관에서 예약했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기 전 가정에서 먼저 성교육을 받는다면 성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다른 성의 변화 또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변화에 대해 놀리는 일도 없어지지 않을까.

아이가 자신의 몸의 변화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몸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여기면 좋겠다. 더 나아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살아갈 미래에는 다른 성에 대한 혐오의 눈길이 사라지고 함께 협력하고 존중하며 사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런 사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씨앗을 바로 부모가 심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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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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