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순항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vs이라크 경기 장면

▲ 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순항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vs이라크 경기 장면 ⓒ 대한축구협회

 
벤투호가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6경기 동안 4승 2무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3위 UAE(승점 6)에 8점차로 앞서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월드컵 본선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11월 열린 UAE-이라크와의 2연전은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이 완벽하게 구현된 경기였다. 경기를 지배하며 세밀하고 빠른 패스와 창의적인 찬스 메이킹으로 상대를 완전히 압도했다.
 
득점력 빈곤에 시달렸던 고민을 털어낸 것은 지난 17일 열린 이라크전. 이날 한국은 9개의 슈팅에도 불구하고 3골을 잡아냈다. 이번 최종예선 6경기 가운데 최다 득점이자 최다 점수차 승리였다. 또, 9년 5개월 만에 최종예선 중동 원정 승리라는 값진 결과를 이끌어냈다.
 
2021년 마지막 A매치를 순조롭게 마치면서 내년 1월과 3월 열리는 최종예선 4경기에 대한 부담을 한껏 덜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통계(1)  높은 점유율의 기조를 이어나가면서 박스 바깥에서의 슈팅 비율을 크게 늘렸다.

▲ 월드컵 최종예선 통계(1) 높은 점유율의 기조를 이어나가면서 박스 바깥에서의 슈팅 비율을 크게 늘렸다. ⓒ 박시인 기자

   
능동적인 벤투호, 점유율-슈팅 숫자 급증
 
벤투 감독의 철학은 수동적으로 상대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능동적으로 경기를 컨트롤 하는 것이다. 경기당 평균 65%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이 그 예다.

물론 아시아권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을 상대로 대다수의 팀들이 자신들의 진영에서 내려앉아 수비에만 전념한다. 한국은 그동안 밀집수비 파훼법을 찾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2019 아시안컵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크게 노출한 바 있다.
 
이번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도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이라크에게 고전하며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슈팅 대신 패스에만 의존한다는 문제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약점을 레바논전부터 차츰 줄여나갔다. 슈팅을 아끼지 않고, 공간이 열릴 때마다 슈팅을 시도했다. 또 패스의 속도를 높이면서 상대 밀집 수비에 대한 파훼법을 찾아나갔다.
 
레바논, 시리아, UAE전에서는 20개 이상의 슈팅 기회를 엮어냈으며, 강호 이란을 상대로도 16개를 기록했다. 첫 경기 이라크전과 비교해 박스 밖 슈팅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 통계(2)  경기당 평균 500개 이상의 패스 시도, 긴 패스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 월드컵 최종예선 통계(2) 경기당 평균 500개 이상의 패스 시도, 긴 패스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 박시인 기자

   
유연한 경기 운영, 짧은 패스 대신 긴 패스 비율 늘렸다
 
그리고 한국은 경기당 평균 패스 571개, 볼 터치 746회를 기록했다. 매 경기 500개 이상의 패스를 통해 주도하는 경기를 펼쳤다. 상대에게 300개가 넘도록 패스를 허용한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단순히 패스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패스 미스가 많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동안 한국은 빌드업 과정에서 잦은 패스 미스로 경기의 템포를 끊는 게 다반사였지만 이번 최종예선에서 이러한 약점을 대폭 줄였다. 경기당 평균 87%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들의 진영이 아닌 상대 진영에서 패스 숫자가 많은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전까지 짧고 세밀한 패스에만 지극히 의존하는 모습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적절하게 긴 패스를 섞으며 유연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최근 벤투호의 특징이다. 이라크와의 1차전(44개)과 비교해 이후 경기들에서는 긴 패스의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후방에서는 김민재, 미드필드에서는 정우영과 황인범이 길게 전환 패스를 뿌려주며 상대 수비 전형을 흔들었다.
 
9월 예선 2연전에서는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하며 좌우 측면에서의 크로스에 의존하는 모습이 잦았던 것에 반해 10월부터는 다채로운 공격 전개로 해법을 찾았다. 이에 크로스 숫자는 대폭 감소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통계(3)  홈 3연전 이후 열린 3경기에서는 유럽파들이 맹활약하면서 드리블 성공 빈도가 증가했으며, 공중볼 경합에서도 중동세에 우위를 점했다.

▲ 월드컵 최종예선 통계(3) 홈 3연전 이후 열린 3경기에서는 유럽파들이 맹활약하면서 드리블 성공 빈도가 증가했으며, 공중볼 경합에서도 중동세에 우위를 점했다. ⓒ 박시인 기자

     
홈에서 열린 초반 3경기에서는 유럽파들의 컨디션 난조가 겹치며 일대일 상황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10월 열린 이란 원정 경기부터 일대일 돌파 성공률이 급증했다. 손흥민, 황희찬, 황인범, 이재성 등 1, 2선 공격 자원들이 상대의 압박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는 개인기로 공격의 물꼬를 틀었기 때문이다.
 
피지컬이 좋은 중동팀들을 상대로 공중볼에서도 우위를 가져간 것은 긍정적이다. 후방에서는 김민재가 든든하게 버티면서 상대 공격수를 봉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도 3선에서 포백을 보호하며 뛰어난 피지컬 능력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황의조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운 장신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발견도 큰 수확이다. 조규성은 UAE-이라크전에서 각각 공중볼 경합 성공 2회, 3회를 기록, 포스트 플레이어로서 합격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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