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댄서들의 진솔한 고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3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129회에서는 '스트릿 힙 파이터' 특집으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아래 <스우파>)에 출연한 모니카, 허니제이, 리헤이, 효진초이, 가비, 노제, 리정이 출연했다. 아쉽게도 리더 중 아이키만 유일하게 불참했다.
 
새벽에 끝난 <스우파>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왔다는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프로그램이 방금 끝났고 다들 잠을 못잔 상태여서, 아직 마지막이라는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고 고백했다. 홀리뱅이 우승을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잘했다기보다는, 이 댄스 신을 만들어주고 함께해온 선배, 동료, 후배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스우파> 출연 이후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도 많았단다. 허니제이는 "댄서들에게 사인할 일이 거의 없는데 요즘 사인 요청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효진초이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 평소에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 거짓말처럼 섭외 전화가 왔다"고 놀러워 했고 가비는 "동네에서는 민낯으로 다니는데 어떤 어머님이 <스우파> 너무 잘보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웨이비의 노제는 "스우파에서 '헤이마마'라는 안무를 선보였을 때 많은 분들이 따라해주시고 방송에서 화제가 되었을 때 인기를 실감했다"고 이야기했다. <스우파> 이후 광고만 9개를 하게 됐다는 노제는 쑥쓰러워 하면서 "바쁜 것도 감사하다. 원래 쉬는 걸 안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YGX의 리정은 "기분 좋게 바쁘게 지낸다. 잠을 못자도 이 관심과 사랑이 감사해서 버틸 수 있다"며 뿌듯해 했다.

이어 멤버들은 <스우파> 섭외 당시를 회상했다. 허니제이는 "코로나 19로 공연이 거의 없을 때였다. 거의 반 백수였고 아르바이트 어플까지 깔았다"고 막막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손가락 빨더라도 춤추면서 좀 더 버텨보자'하고 있을 때 섭외 전화가 왔다"고 고백했다. 모니카는 "성격상 욕먹는 걸 싫어한다. 방송에 큰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PD의 '댄서들을 재조명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후배들을 위해 인기 없는 춤 장르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카엔버터의 리헤이 역시 "솔직히 겁도 났다. 인기가 너무 없어서. 대중 투표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우리의 춤이 바뀔까봐 걱정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많은 분들에게 저희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공연 없이 힘든 상황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자, 더 이상 내려갈 데도 없으니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우파> 출연 이후 달라진 것에 대해 "예전엔 '저는 댄서에요'라고 하면, 어떤 아티스트랑 일하고 어떤 방송에 나왔는지 내 직업을 설명하기 위한 말이 더 많이 필요했다. 이제는 <스우파> 하나로 깔끔하게 설명이 된다"고 말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이번 <스우파>를 계기로 댄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늘었지만, 반면 댄서로서의 고충도 적지 않다. 라치카의 가비는 "예전엔 나이를 먹는 게 무서웠다. 나이 들면 춤을 못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스우파>에 함께한 언니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세월이 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댄서들은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허니제이는 "사실 <스우파> 1회 때 저희 팀 멤버 중 한 명이 배틀을 하다가 무릎을 다쳐서 수술까지 받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우승 상금을 타면 병원비를 그걸로 내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효진초이는 <스우파> 탈락 배틀 당시 무릎이 빠지는 부상을 입었던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무대를 소화했는데, 이에 대해 "음악과 내가 하나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무대에 심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털어놨다.
 
또한 허니제이는 댄서에게 치명적인 천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늘 호흡기를 가지고 다닌다면서 "어릴 때 출 수 있는 춤이 있고, 지금 출수 있는 춤이 있다.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 춤이 변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남겼다.
 
노제는 외모로 처음 주목받았을 당시 복잡했던 감정도 털어놨다. "외적으로 먼저 주목받은건 인정한다. 그런데 억울한 마음이 좀 컸다. 난 보여줄 게 많은데. 예쁘다는 말이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 특히 댄서분들이 그러면 '난 실력이 없다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이어 그는 리더 계급 미션에서 '헤이 마마' 안무가 채택됐을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부터 났다. 그동안 티 안 내려 참고 있던 서러움이 그때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모니카는 '춤은 규정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신을 밝혔다.

"다양한 무대와 댄서들의 개성들이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항상 소외감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어느 순간 세상이 바뀌어있더라. 다양한 댄서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춤을 추고 있었다. 오히려 제가 '꼰대'처럼 느껴질 만큼, 나만 겪는 아픔이 아니었구나. 누군가 다 노력하고 있으니까 세상이 움직이고 있구나 실감했다."
 
<유퀴즈>에서는 방송에서 미처 다 보여줄 수 없었던 댄서들의 진솔한 인간미와 애환, 그리고 진정성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스포트라이트가 가장 밝게 비추는 무대에서도 댄서들은 한끗 차이로 경계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춤이라는 언어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조명을 받는 대신 댄서들은 그 자체로 빛을 내는 길을 택했다. <스우파>는 대중들에게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몸의 언어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특히 프로그램 말미에 나온 모니카의 말은 유독 여운이 남았다. 그는 "자기 주장을 펼치는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계속 버텨라, 보여줘라, 익숙해질테까지'라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0.1cm씩 변하고, 그러다 십년이 지나면 세상은 바뀌어있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별종, 꼰대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묵묵히 꿈을 위해 한 발자국씩 포기하지 않고 전진해왔던 모니카의 진솔한 고백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제는 세상도 댄서들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모니카의 고백처럼, 계속 익숙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댄서들의 피땀눈물이 만들어낸 세상의 변화일 것이다. 
스우파 모니카 노제 허니제이 유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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