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04 07:43최종 업데이트 21.11.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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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찬 바람이 부는 11월이 되면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은 마음을 졸이게 된다. 다름 아닌 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올해 수학능력시험은 오는 18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수학능력시험과 그밖에 입시절차들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연말과 연초 간 대학과 학과를 지원해 3월에 진학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이라는 목표로 공교육이 설계되고 사교육 시장이 거대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 증명하고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학력·학벌주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금도 여전히 실질적인 사람의 능력과 경력, 노력보다는 형식적 출신 학교나 학위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더 나아가 이제는 오히려 학력이 성실한 자기계발의 증거쯤으로 여겨지고 출신 대학은 하나의 공고한 계급이라고 말해도 누구도 쉽게 부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렇게 학력·학벌주의라는 오랜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사회의 리더십을 형성하고 있는 정치권 또한 똑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번 <그 정보가 알고 싶다>에서는 수학능력시험을 맞아 21대 국회의원과 민선 7기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단체장들의 학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경향성을 분석해 봤다.

SKY 대학 법학 전공이 주류 
 

21대 국회 출신 대학별 의원 수 출신 대학별 의원 수에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순으로 의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정보공개센터

 
국회 홈페이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21대 국회의원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의 의원이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28명과 21명으로 서울대의 뒤를 이었다. 이들 소위 SKY 대학 출신 의원들이 11월 현재 전체 의원 296명 중 109명으로 무려 36%가 넘는 비율을 보였다. 국회의원 10명 중 4명에 가까운 수가 SKY 대학 출신인 셈이다. 전국 대학교 수가 336개인 점(2021년 기준)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SKY 대학 출신 의원이 정치권의 수적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 SKY 대학들 외에 출신 의원들이 많은 대학으로는 성균관대 18명, 호남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 9명, 영남 경북지역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 8명 순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의원 학부 전공 현황 21대 국회의원 대학 전공은 법학, 정치학, 행정학, 경영학, 경제학 순으로 나타났다. ⓒ 정보공개센터

 
21대 국회의원들은 법학 전공자가 두드러지게 많았다. 법학 전공이 56명으로 21대 국회의원 전체의 20%가량이 법학 전공자들이었다. 그 외로는 정치외교학 25명, 행정학 22명으로 법학 전공자의 뒤를 이었다. 
 

21대 국회의원 학위 현황 21대 국회의원의 67%가 석박사 학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 정보공개센터


국회의원들은 높은 학벌 못지않게 학력도 길었다. 석사 학위를 마친 국회의원은 124명으로 무려 42%나 되었고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국회의원도 75명으로 25%에 달했다. 석·박사 국회의원들의 수를 합치면 총 199명으로 거의 70%에 가까웠다. 반면 대학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97명(33%)으로 100명이 채 안 되었다. 
 

21대 국회의원 석·박사 전공 현황 석사 이상의 전공에서는 법학보다 행정학을 전공한 의원 수가 많았다. ⓒ 정보공개센터

 
학부 전공에서는 법학 전공이 많았던 데 비해 석·박사 이상의 전공에서는 법학보다 행정학을 전공한 의원들이 훨씬 많았다. 석사 이상 학위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의원은 46명으로 전체 석·박사 의원 중 23%나 되었다. 행정학 이외에는 법학(27명)과 정치학(24명) 전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 권우성

 
광역단체장 7명 중 5명 고대 법대 동문 
 

민선7기 광역단체장 학력 현황 민선7기 광역단체장들은 고려대 출신이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정보공개센터

 
민선 7기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는 고려대 출신이 유독 많았다. 17명 단체장 중 무려 7명이 고려대 학부 출신이었다. 전체 광역단체장들의 3분의 1 이상이 고려대 출신인 셈이다. 특히 이들 고려대 출신 광역단체장 7명 중 5명은 법과대학 동문이었다.

광역단체장들 중 지역거점 국립대학교 출신인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전남대),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충남대)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강원대),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경북대)를 제외한 13명은 모두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왔다. 또 이중 10명은 고려대와 서울대(3명) 출신이었다.

광역단체장 17명 중 14명이 석·박사 학위를 보유해 대부분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이춘희 세종시장까지 6명이었다. 이중 4명이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초자치단체장도 62%가 석·박사 취득
 

민선7기 출신 대학별 기초자치단체장 수 출신 대학별 기초자치단체장 수는 한국방송통신대, 서울대, 영남대, 고려대, 동아대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정보공개센터


17개 광역단체에 소속된 226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출신 대학은 한국방송통신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226명의 기초단체장 중 약 11%에 해당하는 25명이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공부했다. 한국방송통신대 다음으로는 서울대 출신 기초단체장이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밖에는 영남대(10명), 고려대(8명), 동아대(7명) 출신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많았다. 
 

민선7기 기초자치단체장 학위 현황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석사 이상 고학력 자들이 전체의 62%에 달했다. ⓒ 정보공개센터

 
또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기초단체장 215명 중 석사학위를 지닌 기초단체장이 94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기초단체장 중 41.5%로 국회의원의 석사학위 보유 비율인 42%와 거의 동일했다.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기초단체장도 적지 않다. 전체 기초단체장들의 20%에 해당하는 46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초단체장의 석·박사 학위 소지자를 합치면 총 140명으로 비율로 보면 전체 기초자치단체장의 62%에 달했다.
 

민선7기 기초자치단체장 학부 전공 현황 기초자치단체장들은 다른 정공에 비해 행정학 전공 단체장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정보공개센터

    

민선7기 기초자치단체장 석박사 전공 현황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석사 이상 전공 또한 학부와 같이 행정학 전공 단체장들이 가장 많았다. ⓒ 정보공개센터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전공은 대학과 석·박사 전공 모두 동일하게 행정학 전공이 가장 많았다. 특히 석·박사 학위를 가진 기초단체장 140명 중 절반에 가까운 68명이 행정학(도시행정학, 공공행정학 등 포함)을 전공해 학위를 받았다(석사 49명, 박사 19명).

기초자치단체장들이 행정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업무와 사업수행 등에 필요한 행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고 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역의 주요 대학 또는 출신 대학과의 네트워크 형성 등 자신의 정치 이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긍정과 부정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회의원, 광역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에 해당하는 선출직 공직자 및 지역 정치인들은 대부분 SKY 대학 출신이 많았다. SKY 대학 출신 그리고 해당 대학들의 법학과 행정학이라는 특정 전공 출신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면에서 한국의 정치영역이 여전히 학벌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듯하다.

또한 출신 대학의 편중과는 별개로 이들 정치인들은 과반이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들이었다. 자신의 의정활동과 지방자치단체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관련 지식들을 확장하기 위해 학위 과정을 이수·취득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석·박사 취득자가 증가하고 공직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석사 이상의 학위 취득이 당연시되는 풍조가 조성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학력주의를 공고화 시키는 학력 인플레를 오히려 정치권이 조장하는 부정적인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교육통계를 보면 석·박사학위 취득자가 올해(지난해 8월, 올해 2월 졸업자 기준) 9만 6450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 중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중 28.6%가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4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상태라는 이야기다.

당장 내년에 돌아오는 지방선거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인재들을 보다 과감하게 중용하는게 학력·학벌주의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학위 집계에 전문학사(전문대 졸업)는 학사로 분류하였으며 법학전문석사, 전문행정석사 등은 석사로 분류하였습니다.

일부 출신대학 및 학부 전공이 공개되지 않은 정치인은 학부 전공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첨부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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