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루시드폴(본명 조윤석). 그의 이름은 누군가에겐 때론 부러움의 대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사람들의 감정 속으로 파고드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만드는 음악인이면서 스위스 공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그리고 지금은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창작 활동에 전념중이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보통의 생각과 생활을 영유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과는 살짝 달라 보이는 루시드폴의 삶은 그래서 묘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혹은 공연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그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소환해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록그룹 거쳐 솔로 음악인으로... 그리고 공학박사이자 농부
 
 지난 2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지난 2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 CJ ENM

 
농담 삼아 유재석과 같은 소속사(안테나)라서 출연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방송 도중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 루시드폴은 <유퀴즈>제작진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섭외를 진행했던 인물이다. 방영 기간 동안 그의 음악이 BGM으로 숱하게 사용될 만큼 루시드 폴의 음악은 서정성을 극대화 시킨 멜로디와 노래, 자연 속 다채로운 소리를 하나로 품은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제주도 가고 난 후 첫 음반이었다. 음악도 제가 만드는 거고, 귤도 제가 키운 결실이니까 같이 드리고 싶었다."

​지난 2017년에는 본인의 7집 음반과 직접 키운 귤을 패키지 상품화해 홈쇼핑 생방송을 통해 완판 시키는 독특한 발상을 현실화시킨 바 있다. 요즘엔 이와 같은 방식을 많은 음악인들과 연예기획사에서도 따라 할 만큼 당시의 시도는 획기적이었다. 그의 구상과 '사장님' 유희열의 과감한 결정은 안테나였기에 실행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루시드폴의 독창적 발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9년에는 자신의 반려견 보현이의 씹는 소리를 편집해 '콜라비 콘체르토'라는 음악으로 정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강아지 대신 아내 이름으로 가입한 저작권 협회로부터 월 9천 원 정도의 저작권 수입이 들어오고 보현이에겐 간식으로 정산된다고 말한다.

안정된 미래? 조금은 남다른 그의 선택
 
 지난 2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지난 2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 CJ ENM

 
"고등학교에 다닐 땐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하고 선생님이 가라는 대로 대학에 갔다."

​지금은 6:4 비중으로 음악보다 감귤 농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루시드폴에게 가장 궁금했던 점은 해외 명문대 공학 박사라는 '간판'을 뒤로 한 채 제주도에서 농부이자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이유였다. 보통의 시청자라면 고학력, 좋은 학벌이라면 굳이 힘들게 농사 짓고 살 필요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지극히 단순했다.

"내 손으로 증명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만큼 열심히 했고, 그랬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게 안 남았던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MC 유재석은 조금은 갸우뚱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곧이어 전해진 루시드폴의 말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런 얘기를 가끔 들었다. 보장된 미래가 있는데 왜 미래가 불투명한 음악의 길로 뛰어 들었냐고. 그런데 보장된 미래가 어디 있나. 어느 분야의 일을 하든 만만한 일은 없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루시드폴로선 충분히 생각하고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없이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무척 행복하게 느껴졌다. 

나를 모르는 사람... 그게 바로 루시드 폴
 
 지난 2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지난 2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 CJ ENM

 
방송 말미 유재석이 던진 마지막 질문,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물음에 루시드 폴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나를 너무 잘 몰라서 이것저것 일을 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아직 왜 나는 나를 잘 모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라는 그의 말은 늘 벽에 부딪힌 것 같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물음이기도 했다.  
 
"세상이 어두워질 때 / 기억조차 없을 때
두려움에 떨릴 때 / 눈물이 날 부를 때
누구 하나 보이지 않을 때 / 내 심장 소리 하나따라
걸어가자 걸어가자."  (루시드 폴 '걸어가자' 중에서, 2009)

​방송을 보면서 불현듯 이 음악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12년 전 전업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낸 <레 미제라블>(2009년)에 수록된 '걸어가자'는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일종의 선언이기도 했다. 루시드폴 또한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한 가지를 택했을때 두려움, 걱정이 존재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저 정해진 길로만 곧장 달려가보겠지만 또 다른 이들은 호기심 혹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경로로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기도 한다. 이를 통해 때론 좌절도 하고 해답을 찾으면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힘을 얻게 된다. 루시드폴은 그저 잘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던 인물이었기에 공학도, 박사를 거쳐 요즘의 음악하는 감귤 농부로 발걸음을 옮긴 건 아니었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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