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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경기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Alpha Go)와 현존 기사 중 바둑을 가장 잘 둔다는 이세돌 9단이 맞붙었던 것.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5번의 대결에 앞서 이세돌 9단은 본인이 다 이기거나 한 번 정도 질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대결은 이 예상과 정반대로 이세돌 9단의 대패로 끝났다. 

어떻게 컴퓨터가 세계 최강의 바둑 기사를 압도할 수 있었을까? 알파고의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인공지능 스스로 다음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최적의 수를 계산했던 것.

경기에 앞서 구글 연구진은 알파고에 3000만 개의 위치 정보를 입력하는 반복 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다음 수 예측 능력을 강화해 이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 가능성을 높였다.

알파고의 승리는 4차산업 시대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음을 일깨워 주었다.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 이 사건 이후로 '4차산업 물결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미래 산업을 주도할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강원 원주에서도 산업 체계 개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은 디지털 헬스케어로, 자동차부품산업은 전기·수소·자율주행차에 맞는 첨단 부품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본지는 원주 주력산업이 어떻게 4차산업 시대를 준비하는지 취재했다. 

디지털 융합 자동차 부품혁신 지원센터 

(주)만도는 자동차부품 국내 수출 2위 기업이다. 국내 자동차 조향장치의 1/3을 원주에서 생산한다. 우리 지역엔 엔진 필터와 브레이크, 안전벨트 등을 만드는 부품업체 30여 곳도 있다. 이들로 구성된 원주 자동차부품 산업은 도내 제조업 생산액과 수출액의 15~20%를 차지한다. 

강원도 경제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지만, 최근 10년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13년 1조 8012억 원에 달하던 생산액이 2019년 1조 358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수출도 같은 기간 4852억 3500만 원(4억 1000만 달러)에서 2828억 870만 원(2억 39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스마트카로 빠르게 전환하는데 원주가 이를 잘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이에 (주)만도는 자동차 제동·조향·서스펜션 사업을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사업도 육성해 갈수록 고도화하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부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부품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에는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원주는 강원도 자동차부품 기업의 90%가 있는 곳으로 소속 근로자가 2869명에 달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이 저물어갈수록 이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가 지역 자동차 산업을 예측한 조사 결과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원주가 전기차·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매년 5%씩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0년 후 산업 전체 매출은 5477억 원이 줄고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1248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원주 자동차부품 산업에 28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원주시는 자동차부품 전환지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영세 중소기업의 산업 재편을 유도하고 창업을 지원하려는 것. 이 일환으로 디지털 융합 자동차 부품혁신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래차 부품의 연구와 제조, 생산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융합 플랫폼이다. 

총면적 3960㎡(약 1198평), 지상 3층 규모다. 1층은 시제품 생산, 2층은 부품 설계를 위한 디지털 트윈, 3층은 미래차 소프트웨어 기업 육성실 등이 들어선다. 센터가 건립되면 아이디어 설계→검증 시뮬레이션→시제품 제작→전문인력 양성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다. 원주시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과 부품사 간의 공용플랫폼을 통해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략적 협업 기반이 조성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R&D-인력양성-고용, 한 곳에서... 강원 원주 산학 융합 지구

문막읍엔 원주 자동차부품 업체가 집적돼 있다. (주)만도 조향사업부와 오토리브(유) 안전벨트 사업부 등 30여 개의 자동차부품 기업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것. 원주시와 강원도, 강릉원주대, 강원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곳에 강원 산학 융합 지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6321㎡(약 1912평) 부지에 건축면적 1648㎡(약 498평) 규모의 산학캠퍼스관과 기업연구관을 건립한다. R&D 연계 현장 맞춤형 교육과정, 근로자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소기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도 운용할 계획이다. 산업단지와 대학을 공간적으로 통합해 R&D-인력양성-고용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강릉원주대는 산학융합캠퍼스 설립을 추진한다. 과학기술대학을 기반으로 융합학과를 신설, 2022년까지 학생 164명을 이전할 계획이다. 원주의료고·원주공고·영서고 등과는 선취업-후진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계약학과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학융합지구가 조성되면 산·학·연이 함께 미래차 부품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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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치료 의료기기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전환

원주 의료기기도 4차산업 시대에 걸맞게 변신하고 있다. 과거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중점 생산했는데, 지금은 질병을 예방하고 몸 상태를 상시 관찰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로 산업을 전환하고 있다.

원주업체가 ICT(정보통신기술)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날도 멀지 않았다. 지금도 몇몇 기업은 ICT 혁신 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메쥬를 들 수 있다. 이 업체는 신용카드 크기의 절반만 한 심전도 실시간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했다. 심장 이상을 느껴 큰 병원에 가면 4개월 이상 기다려야 검사받을 수 있지만, 이 제품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심전도를 확인할 수 있다.

에이치디티 사례도 눈길을 끈다. 야외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감별할 수 있는 엑스레이를 개발한 것. 기존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에 산소포화도와 열 분포도 감지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ICT와 융합하면 환자의 건강 이상 상태를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획기적인 기술 개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것이 현실이다. 원주시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4차산업에 부응하도록 다양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원주지능정보산업진흥원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4차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문인력양성은 지난 2020년부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이노베이션스퀘어 조성사업에 원주시가 선정되면서다. 이에 따라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선 매년 80여 명의 AI, 블록체인 전문인력이 양성되고 있다. 이 사업엔 2025년까지 사업비 108억 원이 투입된다.

첨단산업을 진두지휘할 원주지능정보산업진흥원도 건립한다.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인 것. 우리 업체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MT) 기술을 탑재한 의료기기를 개발할 때 핵심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4차산업 육성사업에도 원주시나 원주업체의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주지능정보산업진흥원 건립을 위해 올해 초 원주시는 강원연구원에 설립 타당성 연구를 주문했다. 진흥원이 의료기기산업 등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방향성을 잡기 위한 용역이었다.

강원연구원은 이에 대해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기술 개발 지원 ▲민간분야 지능 정보화 산업 지원과 협력 네트워크 구축 ▲첨단지식산업 플랫폼 역할 등이 알맞다고 결론 내렸다.

원주시 관계자는 "원주지능정보산업진흥원이 설립되면 지역 소프트웨어, 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기업 역량을 혁신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도와 출자·출연기관 설립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마치면 진흥원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정관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정밀의료 빅데이터 산업 육성

전 세계의 의료 패러다임은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이 있다. 미국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이미 2014년에 90% 이상의 암진단 정확도를 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강원도 또한 의료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미래 신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2019년부터 원주·춘천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밀의료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과 라이프로그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병원 안 의료데이터와 병원 밖 일상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관리해 맞춤 의료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밖에도 의료 분야 국가 공모과제 9개를 수주해 943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정밀의료 산업을 가능케 하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 지난 7월 제5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강원 정밀의료산업 규제자유특구가 최종 확정된 것. 2019년 디지털 헬스케어와 지난해 액화수소산업특구에 이어 도내 세 번째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받았다. 이에 원주와 춘천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예측·진단이 가능한 인공지능 AI 솔루션이 개발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4건의 정밀의료 AI솔루션 개발과 2건의 신의료기술평가 실증이 추진된다.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질환에 대한 예측, 진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 정밀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AI 솔루션은 만성(알코올성) 간 질환, 전립선암, 뇌 손상, 안면 골절 등 4개 분야이고 신의료기술 평가 실증은 만성 간 질환과 전립선암 2개 분야다. 

2022년부터 4년간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 100억 원이 투입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의료 인공지능 개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등재까지 실증이 가능해졌다"며 "2027년까지 의료 관련 기업 200개 유치와 37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친환경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지원센터가 들어설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 친환경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지원센터가 들어설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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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지원센터 건립

하지만 이들 기업이 원주에서 활동하려면 충분한 산업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불행히도 현재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 있는 소규모 임대공장은 포화상태다. 태장동과 동화산업단지 임대공장도 100% 입주가 끝났다. 원주로 오겠다는 기업은 수십여 곳에 달하지만 마땅한 부지가 없는 상태다. 

원주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지원센터를 구축한다. 지난 9월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기업 입주·지원 공간을 마련하는 것. 친환경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지원센터는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바로 옆에 조성된다.

지하 1층, 지상 5층, 총면적 1만500㎡(약 3176평) 규모로 190억 원이 투입된다. 2022년 1월 설계를 시작해 2025년 상반기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주 공간, 디지털 오픈랩, 기업 지원시설, 홍보 체험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2022년에 의료기기 국제 인증지원센터, 트레이닝센터 설치와 관련한 공모사업을 추진한다. 원주시는 이 두 사업을 원주로 유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선화 원주시 첨단산업과장은 "4차산업 시대에 대응해 의료기기와 자동차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해 그 혜택이 우리 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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