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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차를 몰아 1시간 반만에 다다른 경북 예천군 보문면의 우래교. 졸졸졸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차에서 내려 우래교 위에 들어섰다. 갑자기 눈앞에 비경이 펼쳐졌다. 넓은 모래톱 위를 햇볕에 반사된 금빛 물결은 반짝이며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은 맞은편 산에 부딪혀 산을 끼고 돌아 약간 소용돌이를 이루더니 이내 잔잔한 흐름을 되찾아 흘러가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비경  
 
넓은 모래톱과 맑은 강물과 햇볕이 만들어낸 그림 같은 풍경이다
▲ 우래교에서 내려다본 내성천 넓은 모래톱과 맑은 강물과 햇볕이 만들어낸 그림 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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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의 어머니강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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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내성천에서 10여 년 전이나 볼 수 있던 풍경이었다. 내성천에 영주댐이 들어서기 전에 곳곳에서 바라보던 바로 그 풍경. 이제는 내성천에서 거의 찾을 수 없는 그 풍경. 아마도 내성천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내성천다운 풍경이 아닌가 싶었다.   계단을 따라 강으로 내려갔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한 가족이 캠핑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연신 모래톱 위를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쉬고 있었다.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강 문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 강과 함께하며 강을 몸으로 느끼며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강과 함께하는 풍경'과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함께 동행한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래톱 위에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맨발로 흐르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경쾌한 물소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한참을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금빛 물결이다. 금모래 위를 맑은 물이 흘러가며 빚은 금빛 물결. 모래강 내성천에서만 볼 수 있는 모래와 맑은 강물과 햇볕이 빚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
 
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가는 내성천. 우래교 아래 내성천의 풍경이다
 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가는 내성천. 우래교 아래 내성천의 풍경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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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이 내성천과 함께 풍경의 일부가 되어 흘러간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이 내성천과 함께 풍경의 일부가 되어 흘러간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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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꺼이 그 풍경과 하나가 되며 풍경 속으로 좀더 깊이 들어갔다. 흐르는 강물이 맞은편 산과 부딪혀 작은 소를 이루며 회돌아나가는 곳. 물소리는 이내 잦아들어 강물을 유장하게 흐른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은 열심히 풍경을 담다가 한마디 한다.

"예전 내성천을 걷던 기분이 나네. 영주댐으로 내성천 곳곳이 망가졌지만 이곳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네. 내성천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야"

실상이 그랬다. 내성천은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들어선 영주댐으로 그 모습을 급속히 잃어갔다. 댐 때문에 상류에서 내려오던 물길과 모래가 막히자 '명사십리(明沙十里)'라 일컬어지던 금빛 모래톱은 사라졌다. 모래톱에 새로운 모래가 공급되지 않자 그 위를 식생(풀과 나무)이 덮기 시작하면서 금모래밭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 이제 거의 대부분의 구간이 풀밭이고 강물이 흐르는 극히 일부만 모래강 내성천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명사십리는 사라지고 완전히 풀밭으로 변한 내성천. 멱실마을 부근이다.
 명사십리는 사라지고 완전히 풀밭으로 변한 내성천. 멱실마을 부근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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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예외적으로 이곳 우래교 하류가 남아 이전 내성천의 진면목을 살짝 옅보게 할 뿐이다. 이러하니 우리는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내성천을 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짧은 구간이지만 내성천 물길을 걸으며 내성천의 속살을 그렇게 옅보고 우리는 무섬마을로 향했다.

내성천 생태관광의 가능성, 무섬마을

차를 몰아 무섬마을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내성천의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곳이 강인지 풀밭인지" 절로 탄식이 나오게 하는 풍경이다. '슬픈 풍경'을 뒤로 하고 다다른 무섬마을.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수도교에 다다르자 이전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우래교에서 보았던 그 풍경. 이전 내성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풍경. 그러나 이곳은 '관리된 풍경'이다. 무섬마을 주민들이 모래를 깔고 트렉터로 밀고 잡풀을 제거하고 해서 겨우 이전 모습으로 '복원'해둔 풍경.

그 풍경 속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10월 3일 개천전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무섬마을 찾았다.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고, 아이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강과 사람이 하나가 된 아름다운 풍경이다.
 
개천절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찾은 내성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에 맞은 사람들이 찾아 내성천을 느끼고 있다.
▲ 내성천 무섬마을 개천절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찾은 내성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에 맞은 사람들이 찾아 내성천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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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사람들은 왜 무섬마을 찾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고택의 전통마을이 있어서 그렇다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핵심은 강이라 생각한다. 강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 풍경과 기꺼이 하나가 되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성천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본다. 내성천을 많은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식구들이 찾는 이유는 강이 있기 때문이고 특히 아이들이 들어가도 전혀 위험하지 않는 안전하고 맑은 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6월 9일 대구의 도원초등학교 아이들이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내성천 물길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내성천을 걷고 있다.
 2016년 6월 9일 대구의 도원초등학교 아이들이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내성천 물길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내성천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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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물길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구 도원초등학교 아이들이 내성천에서 평화롭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내성천 물길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구 도원초등학교 아이들이 내성천에서 평화롭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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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을 아이들과 함께 걷는 '내성천 물길 걷기'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단지 같이 강을 걸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어떨까? 구간을 나누어서 제주의 올레길 같은 내성천 물길걷기 코스 등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내성천 물길 걷기 프로그램은 전혀 색다른 강의 맛을 느끼게 해 강문화의 새 지평을 열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에도 '녹조라떼 영주댐'

내성천의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 영주댐으로 향했다. 무섬마을을 벗어나면 서천과 내성천의 합수부를 만나게 된다. 두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서천이 더 내성천다운 모습이다. 서천이 자연스러운 하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반면 내성천은 여기서부터 댐의 영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흐르는 물의 양도 적고 이미 육상화가 많이 진행된 모습이다. 모래강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습지화된 하천의 모습.
  
왼쪽에서 흘러오는 서천이 더 자연스러운 모래강의 모습이다. 오른쪽 작은 물길이 내성천이다.
▲ 서천과 내성천 왼쪽에서 흘러오는 서천이 더 자연스러운 모래강의 모습이다. 오른쪽 작은 물길이 내성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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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과 함류지점의 내성천. 모래강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습지화된 모습이다.
 서천과 함류지점의 내성천. 모래강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습지화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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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은 영주댐 바로 아래 미림마을 앞에서 더욱 절정을 이룬다. 모래톱은 온데간데없고 작은 저수지의 모습을 한 내성천을 만난다. 영주댐에서 방류량마저 적어서 물빛도 탁하고 한눈에 봐도 오염이 심해보였다. 강바닥은 조류 사체들이 깔려 을시년스럽게 보였다. 이곳이 내성천이 맞는지 눈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영주댐 방류 직후의 내성천. 바닥에 조류 사체로 보이는 것들이 달라붙어 을시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주댐 방류 직후의 내성천. 바닥에 조류 사체로 보이는 것들이 달라붙어 을시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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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관인 것은 영주댐에 다다르자 다가오는 풍경이었다. 시절은 벌써 가을로 접어들었는데 이 가을에도 녹조가 가득한 댐의 모습이었다. '녹조라떼 영주댐' 바로 그 모습이다. 이 모습은 영주댐의 목적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영주댐의 주 목적은 낙동강의 수질개선이다. 국내에서 수질개선용 댐으로 만들어진 첫 사례가 영주댐이다. 녹조라떼 영주댐으로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영주댐은 목적을 상실한 댐으로 전락했다"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을이 완전한데도 영주댐의 녹조는 심각하다. 녹조라떼 영주댐이다. 이 물로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영주댐의 가을 녹조 가을이 완전한데도 영주댐의 녹조는 심각하다. 녹조라떼 영주댐이다. 이 물로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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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의 녹조는 구조적 문제로 보인다. 즉 댐을 지을 수 없는 곳에 댐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현장에서 만난 내성천보존회 황선종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영주댐은 유역내 농경지 면적이 다른 댐에 비해 굉장히 높다. 타 댐에 비해 2배나 되고 유역내 농경지 면적이 21%나 된다. 거의 준평야에 가까운 곳에다 댐을 지어둔 것이다. 그 농경지에 살포되는 비료, 퇴비 이런 것들이 질소와 인을 하천으로 대량으로 유입되는 여건을 만들었다.

근데 댐 건설 이전에는 그렇게 하더라도 1급수를 유지한 것은 물이 흘렀기 때문이다. 정체되지 않고 흐르는 경우에는 조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1급수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영주댐이 건설되고 물이 정체가 되니까 조류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영주댐은 내성천의 상류가 아니라 중류에 그것도 농경지 면적이 21%나 되는 곳에다 댐을 지어뒀기 때문에 녹조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란 것이다. 여기서 영주댐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영주댐은 수질개선용으로 국내에서 처음 지어진 댐으로 낙동강의 수질개선용으로 만들어진 댐인데, 심각한 녹조 문제로 낙동강의 수질개선은 어림도 없게 돼버린 것이다.

영주댐을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맑은 강물이 산에 부딪혀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흘러간다.
 맑은 강물이 산에 부딪혀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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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은 목적을 상실한 댐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 지점에서 영주댐의 앞날을 생각해야 한다. 영주댐은 용도를 상실한 댐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면 영주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영주댐을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모래강 내성천을 보존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주장처럼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 그리고 여기에 무섬마을에서 본 가능성으로 내성천 곳곳에서 물길 걷기 프로그램 같은 생태관광의 길을 열어보는 것이다. 이를 좀더 구체화해서 지역사회와도 충분히 소통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내성천의 미래를 그려나가보자.

우래교에서 본 내성천의 아름다운 모습이 다시 생각난다. 금모래와 맑은 물과 햇볕이 만들어낸 풍경. 대자연이 빚어낸 풍경. 그런 모습을 내성천 곳곳에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길에서 영주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내성천을 이대로 방치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성천이 살아야 낙동강도 되살아날 수 있다. 낙동강으로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하는 원천으로서의 내성천. 낙동강의 어머니강으로 불리는 이유다.

영주댐이 사라지고 이전처럼 내성천이 유유히 흘러가고 그 위를 아이들이 열을 이뤄 자유롭게 걸어가는 그 평화로운 모습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 평화로운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 모습이 하루속히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
 
2016년 6월 9일 내성천 물길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구 도원초등학교 아이들이 평화롬게 놀고 있다.
 2016년 6월 9일 내성천 물길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구 도원초등학교 아이들이 평화롬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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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10월 3일, 10월 9일 내성천을 현장 방문해 직접 취재했습니다.


태그:#내성천, #영주댐, #국립공원, #무섬마을, #생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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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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