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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새로이 조성된 사형장 앞에 통곡의 미루나무가 있다.
 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새로이 조성된 사형장 앞에 통곡의 미루나무가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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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월 30일)은 이재명 의사 순국 111주기다. 이재명 의사는 1909년 12월 명동성당 앞에서 이완용을 칼로 찔렀으나 실패하고, 이듬해 9월 30일 서대문형무소에서 교수형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현재 그의 유해는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사 순국일을 맞아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기사를 읽던 중 마음이 무거워지는 대목을 만났다. (관련기사 : 이완용 단죄하고 사형당한 청년 이재명, 유해 어딨나 http://omn.kr/1vdeg)

작년 4월 서울 서대문형무소 인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공사 현장에서 무더기로 출토된 유해가 발견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전자 감식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유해가 출토되었을 때 나는 유해가 오래되었다는 점, 한 사람의 유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유해가 무더기로 출토되었다는 점, 출토 현장이 서대문형무소 인근이라는 점 등을 종합해봤을 때,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들의 유해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순국했을 당시에도 일제는 안 의사가 수감되었던 뤼순감옥 근처에 안 의사를 암장한 바 있다. 일제의 그러한 전례를 떠올려봐도 서대문형무소 인근에서 출토된 유해들이 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들의 유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행방이 묘연한 이 의사의 유해가 그 속에 섞여있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보훈처의 빠른 후속 조치가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유전자 감식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보훈처에서는 "국과수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광주 출토 유골 검사 등으로 여력이 없어 유골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내와 현재 유해를 시설에 보관 중" 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국과수가 아무리 여력이 없다고 해도 2020년 4월에 발굴된 유해를 2022년 이후로 유전자 검사를 미루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6.25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감식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에서 복무한 바 있다.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유해발굴 및 감식과 관련해서는 국유단이 가장 전문적인 조직으로 알고 있다. 해당 실무에 있어서는 국과수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국과수보다도 더 특화된 조직이라 생각된다.

비록 국유단이 6.25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과 감식을 목적으로 창설된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보훈처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독립운동가들의 유해 발굴과 감식 등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이 대표적인 예다.

유해 감식은 '시간 싸움'... 국유단 활용해야

그래서 건의한다. 국과수에서 여력이 없다고 한다면 국유단의 협조를 얻으면 어떨까. 

군 생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유해발굴 및 감식은 '시간 싸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해의 DNA를 채취하는 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아있는 후손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다 세상을 떠나고 나면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시료채취도 불가능해진다.

6.25 전사자 후손들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시료 채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국유단에서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유가족 찾기에 진력하고 있다. 그들의 시료를 확보해놔야 기존 발굴 유해 뿐만 아니라 추후 발굴되는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6.25 전사자들의 신원 확인도 쉽지 않은 마당에 그보다 훨씬 오래된 독립운동가들의 유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2022년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일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루 빨리 보훈처 산하에 '유가족찾기TF'를 구성하거나 국유단에 이미 조직되어 있는 유가족찾기팀을 활용하여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들 후손들의 DNA 시료채취부터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약 없이 방치되어 있는 유해를 국유단으로 이송한 뒤 감식 절차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태그:#독립운동가, #서대문형무소, #이재명,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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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 전공) / 취미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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