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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누구나 아는 수확의 계절이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판의 모습일 것이다. 익어가는 벼를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움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벼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삼시 세끼 쌀밥 먹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로 벼는 먹고 사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렇기에 황금들판은 자연스럽게 풍족함의 상징이 되었다.
 
수확을 앞둔 벼들
▲ 황금색으로 변한 벼 수확을 앞둔 벼들
ⓒ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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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다양한 먹거리로 인해 쌀 소비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57.7kg으로 2019년보다 1.5kg 감소했다. 1981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이며 1989년 133.4kg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쌀 소비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쌀 가공품에 대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있어 왔다.

쌀 가공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떡이고 다음이 도시락 제품들이다. 과거에 비해 순위는 감소했지만 술 제조도 아직까지 쌀 가공에 있어 큰 몫을 차지한다. 쌀 가격이 오르면 결과적으로 생산비 상승이 되고 제품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4월 일부 막걸리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 우리나라 대표 막걸리 업체의 국산쌀 이용 생막걸리의 편의점 평균 판매가가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른 것이다.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공급하는 정부관리양곡(가공용 나라미) 국내산 쌀값이 2019년도 99,240원(40㎏ 기준)에서 2020년도 113,610원으로 12.7%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1년 정부관리양곡 공급가격 표
▲ 정부관리양곡 공급가격 2021년 정부관리양곡 공급가격 표
ⓒ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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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공용 나라미의 가격 상승은 몇 년 동안 이상기후로 쌀 수확의 감소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월 기준 쌀 20kg 평균 가격은 59,723원으로, 최근 3년 평균값인 45,968원보다 13,755원(29.9%) 급등했다. 시장에서의 햅쌀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용 나라미도 가격 상승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막걸리 가격 상승에 부담이 덜한 업체들도 있다. 바로 수입쌀을 이용해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업체이다. 막걸리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막걸리의 수입쌀 사용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닌 것을 알 것이다.

한동안 국정감사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의 수입쌀 사용량이 많다는 기사가 꾸준히 나왔다. 2015년 기준 전체 387개 막걸리 제조업체의 76.7%가 막걸리 원료로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으며 막걸리 매출액 상위 30위권 내 기업의 수입쌀 사용비율이 82.1%나 되었다. 이는 2014년의 수입쌀 사용 비율 41.8%보다 34.9%나 높아진 것이다.

막걸리 업체의 수입쌀 사용에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수입되는 쌀은 약 40만 t이었는데 이중 가공용 나라미(단립종)의 가격은 1㎏당 923.5원이다. 2021년 국산 가공용 나라미 1㎏가 2,840.25원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햅쌀이 1㎏당 3,000~3,500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더 커진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전통주인 막걸리의 수입 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하지만 가격이 싼 수입쌀이 있는 상황에서 국산 쌀 사용에는 어려움이 많다. 양조장에 이윤을 포기하면서 애국심에 호소해서는 수입쌀 소비를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국산 쌀을 싼 가격에 공급해 주거나 국산 쌀을 사용했을 때의 혜택이 수입쌀을 사용했을 때보다 크다면 자연스럽게 국산 쌀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2018년 '햅쌀 막걸리' 시음회에 나온 막걸리들
▲ 다양한 햅쌀 막걸리 2018년 "햅쌀 막걸리" 시음회에 나온 막걸리들
ⓒ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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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산 쌀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드는 일반 양조장의 주세 혜택이 필요하다. 현재 막걸리의 주세는 종량세로 리터당 41.9원이다. 수입쌀이나 국산 쌀이나 주세가 동일하다. 수입쌀과 국산 쌀의 가격 차가 존재하기에 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에 대해 주세 감면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수입쌀 막걸리와의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특산주 양조장의 세금 감면 물량의 증대이다. 현재 지역특산주를 만드는 경우 50%의 주세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감면 물량이 발효주의 경우 200㎘(750㎖ 약27만병) 이하로 감면 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 주세감면 물량을 확대해서 국산 쌀을 사용하는 지역특산주의 경쟁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역 쌀을 이용한 막걸리의 경우 지자체별 쌀 값 차액분 지원시 정부차원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국산 쌀 이용 양조장에 대한 다양한 정부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국산쌀 사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0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쌀을 주원료로 하는 국산 막걸리를 국내산 쌀로 대체할 경우 소비자들은 평균 1,355원을 추가 지불해 구입할 의사를 보인 바 있다.

소비자들은 국산 쌀 막걸리 구매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소비 변화 시장을 이끌 수 있는 막걸리 양조장의 변화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이 줄어드는 쌀 소비와 함께 막걸리 소비를 상승시키는 좋은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동시 송고되었습니다.


태그:#막걸리, #수입쌀, #나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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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경기도농업기술원 근무 / 전통주 연구로 대통령상(15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및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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