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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지에이(GA)산업이 폐업하자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 계속 벌이고 있다.
 2020년 12월 지에이(GA)산업이 폐업하자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 계속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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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천막농성.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천막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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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풍성한 한가위라고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힘든 나날만 보내고 있네요. 이번 추석에도 둥근 보름달 보면서 빨리 공장 폐업이 철회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빌어야겠네요."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산켄전기)'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한 여성 노동자가 한 말이다. '한국산연'뿐만 아니라 사천 지에이(GA)산업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폐업 철회' 투쟁하고 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공장 앞에서, 지에이산업 노동자들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하면서 출퇴근 선전전 등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에이산업, 노동부 과태료 처분에 정식재판 청구

항공부품 도장·표면처리 가공을 해오던 GA산업은 지난해 12월 15일 '폐업' 선언했고, 공장은 올해 1월 31일 가동을 멈추었다. 당시 회사측은 경영상 어려움을 내세웠지만, 노동자들은 '위장 폐업'이라 주장했다.

GA산업은 '불법파견' 지적을 받았다. 노조가 지난해 8월 회사를 불법파견으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고, 진주고용노동지청은 같은 해 12월 10일 회사 대표를 불법파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검찰이 올해 3월 19일 회사 대표를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구약식 처분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회사에 대해 불법파견 관련해 과태료(1억 4000만원) 처분했다.

불법파견 관련 과태료는 노동자 1인당 1000만원이다. 이 회사는 노동자 14명을 불법파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회사는 고용노동부의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GA산업은 경남도가 출자한 '경남테크노파크'가 지분 14%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은 경남도가 '폐업 철회'를 위해 나서야 한다며, 지난 2월부터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에이산업은 폐업하기 전 생산물량 80%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차지해 왔다. 이에 노동자들은 카이 앞에서 출퇴근 선전전을 계속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경남도와 사천시에 대해 "우선 폐업을 철회하는데 행정력을 발동하고, 최종적으로 고용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한다"며 "나아가 지역의 항공산단 노동자들의 실직에 따른 고용생존권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해, 이들은 "원청 사업장과 물량 발주처로서 역할을 촉구하고 하청업체 노동자의 고용 보장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요구하고 있다.

'사천항공산단 노동자대책위'는 지난 9월 1일 카이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남도는 지난 5월에 '공공일자리'와 '취업 알선'을 제안했지만 노동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현우 금속노조 경남지부 지에이산업분회장은 "궁극적으로는 불법파견이고 위장폐업이기에 폐업을 철회하고 회사를 정상 가동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에 경남도에서 했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공장은 1월 31일부터 가동 중단되었지만 시설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장을 재가동해야 하고 우선 채용과 고용승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카이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에이산업 노동자 상당수는 여성이다. 이에 여성 조합원들이 경남도청 앞 천막농성장을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어 이에 대한 어려움도 이만저만 아니다. 천막농성장에 만난 한 여성노동자는 "힘들다. 그래도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는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12월 지에이(GA)산업이 폐업하자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 계속 벌이고 있다.
 2020년 12월 지에이(GA)산업이 폐업하자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 계속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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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연, 오는 23일 '중노위' 재심 판정

엘이디(LED) 조명 전원을 생산해온 한국산연은 일본자본 산켄전기가 설립한 회사다. 산켄전기는 2016년에도 한국산연 생산부 폐지를 하려고 생산직 직원 전원을 정리해고 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일본 원정투쟁까지 벌였고, 결국 회사가 '생산부 폐지 철회'를 결정해, 노동자들은 2017년 6워 원직복직했다.

노사합의를 했지만, 이후 회사는 3년 동안 '부분 휴업'을 반복했고, 기계 생산설비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산켄전기는 2019년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엘이디 사업 철수'를 알렸다.

이후 노사 교섭을 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다. 끝내 산켄전기는 2020년 7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산연 해산·청산'을 발표했다.

이에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같은 해 7월 13일 공장 앞에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벌써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연은 올해 1월 20일 폐업했고, 1월 26일 해산 등기 완료했다. 회사는 건물을 매각했고, 매입자는 현재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방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일본 원정투쟁에 나서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 결행하지 못했다. 이에 일본의 노동·시민단체가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다.

일본 노동·시민단체들은 산켄전기 본사와 주변에서 한국산연 노동자들을 대신해 집회와 선전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활동가 1명이 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산켄전기가 자본철수를 하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자 경남도지사, 창원시장은 일본 정부와 산켄전기에 서한문을 보내 '공장 가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윤미향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서한문을 일본측에 보내기도 했다.

산켄전기는 노동자 15명한테 '36개월 위로금' 지급을 제시했지만,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거부한 상태다.

노동자들은 법에 호소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기각' 판정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오는 23일 재심 판정회의를 열 예정이다.

오해진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장은 "힘들지만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산켄전기 본사가 빨리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정부와 국회가 외국자본의 철수를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에이산업·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해 왔고, 이 또한 9월 말과 10월말로 끝이 난다. 금속노조는 이후 이들에 대해 '장기투쟁사업장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고, 이 또한 시한이 정해져 있다.

오해진 지회장은 "갑갑하다. 빨리 일상으로, 일터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3월 30일 오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폐업 철회 투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3월 30일 오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폐업 철회 투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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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에이산업, #한국산연, #폐업 철회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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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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