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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1차 컷오프... 텐션 오른 홍준표"

지난 15일 TV 방송 자막에 오른 글귀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국면에서 홍준표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을 보이며 후보나 캠프의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기사 내용 중에는 '텐션 업'이나 '텐션 다운'이란 말도 포함돼 있다.

'텐션' '하이텐션'의 범람
 
텐션(tention)의 본연 뜻에 부합하는 이미지는 주로 이렇다.
 텐션(tention)의 본연 뜻에 부합하는 이미지는 주로 이렇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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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오는 '텐션'은 과연 무슨 말일까? '텐션'은 분명 영어 'tension'일 게다. 사실 이 텐션(tension)이라는 영어는 어려운 단어도 아니고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뜻하는 간단한 영어다. 그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립' '조급' '긴장 국면' '모순' 등의 뜻도 있다. 하지만 TV 자막에 나온 "국민의힘 1차 컷오프…텐션 오른 홍준표"의 '텐션'과는 아무리 봐도 부합하지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엔 문학 용어로 '시의 표시적 기능인 외연과 암시적 기능인 내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긴장감'을 일컫는다. 

인터넷에서 '텐션'을 검색어로 해서 조사해봤다. 뜻밖에도 엄청 많은 기사가 검색됐다. 특히 연예계 소식 관련 기사가 많았고, '텐션'이란 용어는 주로 제목에 많이 쓰였다. 이를테면 <'사랑의 콜센타' 늦더위 날린 흥텐션> <술꾼 3인방 저세상 텐션> <코로 리코더 부는 '美친 텐션' 화들짝> 등등.

일본식 영어 '하이텐션'에서 파생

정체불명의 '텐션'이란 말은 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많은 정체불명의 용어가 그렇듯, 이 '텐션'이란 표현도 바로 일본식 영어(화제영어, 和製英語)에서 왔다. 일본식 영어 '하이 텐션'은 '기분이나 마음이 흥분되고 들뜬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물론 본래 영어의 뜻과는 완전히 벗어난 사용법이다. 이 '하이 텐션'이란 용어도 한국의 언론 기사에서 수없이 발견된다.

"안산은 '노필터' 민낯 일상과 함께 친구들과 '돌고래 고음'도 발사하는 하이 텐션으로 '대학생 안산'의 모습을 발산했다."
"출근길마다 넘치는 텐션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하선. 이날 역시 깨알 같은 포즈와 기분 좋은 하이 텐션으로 현장을 웃음으로 물들였다고 하는데."


그러나 영어 'high tension'은 '고압(高壓)' '고전압(高電壓)'이란 의미다. 그래서 일본식 영어 '하이 텐션'을 사용해 "You are high tension"(유 아 하이텐션)이라고 하면 "너는 고전압이구나"라는 괴상한 표현이 되고 만다. 이 '하이 텐션'에서 언론 기사 제목 등에 널리 쓰이는 '텐션'이란 말까지 파생됐다.

이러한 표현이 들어간 기사를 쓰거나 제목을 뽑는 기자들은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tension이란 쉬운 영어 단어 정도야 모두 알 터인데, 그 의미가 올바르게 통하지 않는 것 말이다. 유행어만 좇아 결국 우리 언어를 혼란하게 만들고 언어의 정체성을 교란시키는 일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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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 이야기>,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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