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살다보면, 정말 자신있게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는 후자다. 지인들과 얘기할 때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데, 그건 MBTI(성격유형지표)가 I(Introversion, 내향형)이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말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짜증이 나면서도 저 사람이 제일 답답하겠거니 하며 공감도 되고 그런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말 못하는 사람들'의 말하기도 영향을 받는다고 나는 믿는다. 

이번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 < SNL 코리아 >가 반응이 꽤 뜨겁다. 최근 유튜브로도 클립이 올라온 '인턴기자' 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초년생 인턴기자 주 기자(주현영 분)가 고압적인 태도의 앵커(안영미 분) 앞에서 울먹이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담아낸 코너다. 반응도 가지각색인데, 공감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숙한 모습을 조롱거리로 소비했다는 반응 역시 존재한다. 나는 여기서 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코너가 드러내고자 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회초년생이 능숙하게 일 잘하기를 바라는 사회
 
 SNL코리아 위켄드 업데이트 <인턴기자> 갈무리.

SNL코리아 위켄드 업데이트 <인턴기자> 갈무리. ⓒ SNL코리아

 
말을 잘 못 하는 사람인 내가 보자면, 그리고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 입장에서 보자면, 청자(특히 상급자)의 시큰둥하고 때로는 냉소적인 반응은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용기를 더 잃게 만든다. 영상은 정부의 오락가락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보도하는 인턴 기자의 능숙하지 못한 언변에 대해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앵커의 표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어떤 표현을 써야 정확하게 사안을 전달할 수 있는지도 분간을 못 하는 어리숙한 사회초년생. 어이없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상급자(앵커)의 표정은 솔직히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든지 주눅이 들었을 것이다.

이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이는 대부분 일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에게 능숙함을 바라는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상급자와 사회초년생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어떤 윗세대에게는 '요즘 20대 말투가 저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20대들은 '저런 말투 전공 팀플에서 본 것 같다'며 '공감성 수치(마치 본인이 그런 상황에 부닥친 것 같은 감정을 일컫는 용어)'를 이야기한다. 살다 보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게 나였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하필이면 이런 맥락들을 여성 앵커-여성 인턴 기자 구도 속에서 드러내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사회생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여성을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비판이 존재하게 되는 맥락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닌 이유다. 여성들은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는 편견을 담은 용어인 '오또케' 프레임 안에서 사회초년생들의 어리숙함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물론 어리숙함, 아마추어적임, 능숙하지 못함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것이 현실에 존재하는 모습 중에 하나라면, 코미디는 얼마든지 그것을 통해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법이다. 그 모습을 조롱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공감을 유발하기 위함인지 < SNL 코리아 >의 정확한 의도를 우리가 알 수는 없을 것이다. 

2014년의 '인턴전쟁', 2021년의 '인턴기자'
 
 SNL코리아 시즌 5 '인턴전쟁' 갈무리.

SNL코리아 시즌 5 '인턴전쟁' 갈무리. ⓒ SNL코리아

 
시간을 거슬러 보면, < SNL 코리아 > '인턴전쟁'(2014) 편도 사회초년생의 고달픔을 드러내는 에피소드였다. '헬조선' 담론이 한창 유행이던 시절에 청년세대가 놓인 현실을 꼬집고자 했다. 인턴에 지원하면서 업무와는 딱히 연관성이 없는 어마어마한 스펙들을 자랑하는 한편, 회사에 어떻게 헌신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면접관들에게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라는 말로 그들의 환심을 사는 등 취업난이 만들어낸 왜곡된 현실을 드러냈다. 

인턴에 합격하고 나서도 이들은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에 늦지 않기 위해 새벽 3시에 출근을 하는 건 애교고, 아예 전날 밤에 텐트 치고 사무실에서 자는 인물도 있다. 과도한 설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청년세대의 고달픔을 드러내고자 했던 < SNL >의 위트가 엿보이는 시도이기도 하다.

7년이 지난 오늘날, 청년 구직자들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사회는 사회초년생의 어리숙함에 대해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능숙하게 일 잘하는 신입을 바라지만 그 역량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조직문화는 여전히 살아있다. '인턴전쟁'에서 유병재는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냐"고 소리쳤다. 지금은 얼마나 다른가?

신입에게 일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을 하나의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사회가 '주 기자'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일 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인턴기자는 자신의 상사 앞에서 어떤 말을 써야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분간하지 못한다. "좋은 질문? 지적?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이러한 어리숙함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대사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맥락들이 하필이면 여성 상급자-하급자 구도로 재현되었다는 사실에 논의의 여지가 생기게 됐다. 이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젊은 여성을 비하했다는 결론으로만 귀결되는 것 역시 납작한 해석이 될 위험이 존재한다. 결국, 이번 '인턴기자' 편은 코미디로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 SNL 코리아 >가 얼마만큼 이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수많은 '실패한 코미디'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새롭게 돌아온 만큼 새로운 시대의 감각에 대해서도 포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SNL코리아 인턴기자 코미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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