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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가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A씨의 아내 B씨.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의 메시지를 직접 낭독했다.
 16일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가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A씨의 아내 B씨.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의 메시지를 직접 낭독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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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동자 3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한 발전소에서 '원청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을 강요받거나 부당한 지시에 시달렸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한 조합원이 이에 항의하며 투신했고, 중상해를 입은 상황"이라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도 이 부분을 살펴보고 있어 다음 달 국정감사에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는 발전소 노동자들

16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40대 노동자 A씨가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전동 한국남부발전 부산빛드림본부(부산발전본부)의 한국플랜트서비스(HPS) 건물 3층 7~8m 높이에서 몸을 던진 것은 지난 8월 21일 새벽.

다행히 사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A씨는 척추와 발목 등에 중상을 입고 현재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일에 대해 노조는 "A씨가 원청인 남부발전의 갑질, 부당지시 시정을 요구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부산발전본부는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한 복합화력발전소로 부산 전력 수요의 상당수를 담당한다. A씨는 발전소 내 전기기계, 증기터빈 설비정비 업무 등을 담당하는 경상정비 하청업체인 HPS 소속이다.

3년 전 김용균 노동자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숨진 뒤 후속책이 나왔지만 "정작 발전소 현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A씨 등이 원청으로부터 위험한 작업이나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호소해왔다는 것이다.

상급단체와 발전 HPS지부는 이같은 상황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원청의 지시로 작업허가서 없이 염산탱크 세정작업을 수행하다 염산가스에 노출되는 위험천만한 상황, 염산 누수 작업에 정원보다 부족한 인원을 투입하는 등의 문제가 보고됐다.

또 A씨 등은 발전소 경상정비 업무와 연관없는 원청의 합숙소 설비나 원청 소유 사택의 에어컨 정비작업 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에 항의하면 모멸감을 주는 언사가 이어졌다. 노조는 "사고 직전 3개월간 집중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이 16일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남부발전 앞에서 "비정규직 투신 노동자 사태를 해결하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이 16일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남부발전 앞에서 "비정규직 투신 노동자 사태를 해결하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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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죽어나가야 하나" 하청노동자 아내의 눈물 

병상에 있는 A씨는 아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전했다. 아내 B씨는 이날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한국남부발전이 있는 부산 국제금융센터 앞을 찾았다. B씨는 "정상적인 업무지시를 무시하고 하청과의 계약을 목줄 삼아 위험한 작업장에 들여보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야만 세상이 바뀌겠느냐"라며 남편의 메시지를 낭독했다. 그는 "얼마나 더 수술을 해야 할지, 재활도 잘 될지 모르겠다. 고통스럽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노조는 ▲원청의 사과 및 갑질 징계 ▲직접 지시와 불합리한 계약내용 근절 ▲발전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시행 등을 원청에 요구했다. 리화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아직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가 생명 위협을 무릅쓰고 일을 하고있다"라며 "A 조합원은 계약 불이익을 걱정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 공공기관 98개 기관 안전수행 평가에서 한국남부발전이 B등급이다. 그러나 심각한 현장을 보라. 갑질, 차별, 안전불감증을 몰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조만간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발전 5사 등 피감기관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을 확정했다. 내달 12일 열리는 국감을 앞두고, 증인 신청 명단에 HPS 대표와 A씨의 아내 등이 포함됐다. 산자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사고의 경위와 원청의 책임 등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청인 한국남부발전은 유감 입장을 표시했다.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별도의 입장문에서 "협력업체 직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이렇게 입장을 밝히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도 "사고 당시 갑질에 대한 언급이나 요구가 없었는데 4주가 지난 시점에서 갑질 표명은 당혹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조사를 통해 노조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조처하겠다"라고 말했다.

태그:#한국남부발전, #한국플랜트서비스, #공공운수노조, #국정감사,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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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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