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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안동대학교방송국AU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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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로 노동을 하는 것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다."
"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정규직이 큰 의미가 있겠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전 검찰총장)의 노동관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안동대학교 대학생들과의 간담회 당시 발언을 두고 경선 경쟁자들과 진보 정당 양측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휩싸인 것. 윤석열 후보는 이미 '주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윤석열 후보는 당시 대학생들 앞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의 방법론을 이야기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업 일자리를 만드는 건 어떻게 보면 시간이 더 걸린다"라고 주장했다. "조금 더 제도적으로 빨리 할 수 있는 게 결국 기존의 노동시장을 조금 물렁물렁하게 유연화 시키는 것"이라며 '노동 유연화'를 내세운 것.

그는 "사람의 일자리를,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 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정규직이 큰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특히 한 직장에 평생 근무할 생각이 없잖느냐"라고 발언했다. 그는 "일자리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큰 차이가 없게 해야 한다"라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단서로 달기는 했지만, 처우 뿐 아니라 불안정성으로 인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또 "기업이라는 게 국제 경쟁력이 있는 기술 갖고 먹고 산다"라며 "사람이 이렇게 뭐 손발로 노동을 하는, 그렇게 해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건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노동집약적 산업보다 기술집약적 산업이 중요하다고 풀이할 수 있지만, 저개발 국가가 많은 아프리카나 수작업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외에도 윤 후보는 "공학, 자연과학 분야가 취업하기 좋고 일자리 찾는데 굉장히 필요하다. 기업이 원하니까"라며 "지금 세상에서 인문학은 그런 거 공부하면서 병행해도 된다. 그렇게 많은 학생을 대학교 4년, 대학원 4년…. 그건(인문학 공부하는 학생은) 소수면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했던 "인문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스스로의 말이 무색한, 인문학 폄훼성 발언이었다.

유승민 "청년들의 절박함 보이지 않느냐? 고용안정 개념조차 없다"

해당 발언이 기사화된 이후, 정치권의 반응이 연일 뜨겁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희망캠프' 이효원 대변인은 15일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변질돼가는 현실에서 대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대학을 기업의 취업 맞춤 학원으로 생각하는 윤석열 후보의 인식이 참으로 경악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손발 노동' 발언을 언급한 뒤 "윤 후보의 노동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야와 타국을 바라보는 저급한 시각을 보여줬다"라며 "얼마나 파괴적이고 자기 우월적인 발상인가"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후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 인생을 쏟아 붓고 있는 인문학도들 앞에 석고대죄하라"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지난 14일에는 유승민 후보가 직접 나서 "이게 우리 청년들에게 할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생 검찰공무원으로 살아서 청년들의 마음을 모르는 거 같다"라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심정을 그렇게도 모르나? 청년들이 평생직장을 원하지 않다니?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청년들의 절박함이 보이지 않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윗세대는 정규직 평생직장 다니면서 청년들만 비정규직으로 메뚜기처럼 평생 이직하라는 말인가? 고용안정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발언"이라며 "현실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 대통령 후보 자격을 논하기 전에,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사는 분 맞나 싶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노동 천시에 인종차별까지... 이런 사고로 별이 되겠다?"
 

정의당에서도 윤석열 후보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후보 사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대표는 "고발사주 의혹으로 호송버스를 타야 할지도 모르는 제1야당 대선후보 윤석열"이라고 지칭하며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니, 노동 천시 인식에 인종차별까지, 저급한 사회인식을 얼마나 더 내보일 작정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사고로 별이 되겠다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느냐"라는 것.

그는 "생명까지 위협 받아가며 손발로 일하는 시민들을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천박한 노동으로 취급하는 인식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헌법가치에 대한 도전"이라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것도 모자라 무한경쟁에 내몰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을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라며 "국민들께 사과하고 후보직을 즉각 사퇴하시라"라고도 반복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역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오만한 노동관을 규탄한다"라며 "대통령 후보는 무지도 죄"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불안정한 노동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청년들의 현실에 지독히 무지한 발언이자, '너네가 정규직 원하지 않잖아'라며 청년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폭력적 언사"라는 주장이었다. "비정규직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시면 검찰부터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고 하시든가"라고도 비꼬았다.

그는 '손발 노동' 발언 역시 언급하며 "손발 노동을 얼마나 안 하고 '고귀하게' 사셨으면 이런 말을 할까 싶다"라고 힐난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께서 오늘 사먹은 밥, 로봇이 차렸느냐? 배달 음식 시키면 사람이 배달오지 누가 배달 오느냐? 윤 후보의 연설문은 AI가 작성했느냐? 타고 다니는 차는 누가 운전하느냐? 옷 하나 사려 하면 그 옷은 누가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느냐?"라며 "아프리카에서 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나의 일상을 유지하게 해주는 타인의 노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소위 '엘리트'들의 전형적인 오만"이라며 "내 주변의 노동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수많은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학생들이 첨단과학기술을 습득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안동대학교방송국AU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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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의 '국민캠프'는 해당 발언을 최초 보도한 <노컷뉴스>를 향해 반발하는 성격의 입장을 지난 14일 냈지만, 이 입장에는 '비정규직' 관련 발언에 대한 해명은 들어 있으나 '손발 노동' 관련 발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국민캠프 공보실은 14일 오후 기자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통해 "윤 후보의 대화 내용과 진의를 잘못 전달했기에 설명드린다"라며 "윤 후보가 학생들에게 설명한 전체 맥락이나 취지는 전혀 다르다"라고 항변했다.

공보실은 "윤 후보는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해서 임금의 격차를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궁극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라며 "청년들의 선호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윤 후보와 대학생의 대화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라며 "이중 일부만 발췌해서 전체 맥락이나 취지와 다른 내용으로 기사화하는 것은 지양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15일엔 윤석열 후보가 직접 입을 열었다. 이날 오후 그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향후에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정부도 창출해야 하고, 대학생 여러분들도 거기에 맞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에서 매칭이 되려고 한다면, 이런 첨단과학·컴퓨터 이런 데 더 관심을 갖고 더 뛰어난 역량을 갖추길 바란다는 것"이라고 발언의 맥락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 단순노동을 해서 가발을 만들어 1960년대에 수출했고, 이게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인도에 넘어갔다가, 이제 아프리카로 넘어간다고 하지 않느냐"라며 "이제 양질의 일자리는 보수가 많고 이런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고소득의 일자리라는 것은 높은 숙련도와 기술이 무장이 돼 있어야 되는 것"이라며 "그런 거 없이는 후진국으로 넘어가는 입장이니까, 여러분(학생)들이 더 첨단과학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그런 뜻"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윤석열, #비정규직, #손발노동, #정의당,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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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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