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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루 일과의 시작은 명상이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명상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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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년 동안 내 자리였던 곳으로 돌아온 지 1개월이 되어갑니다.

아내의 은퇴에 맞추어 아내의 집으로 합류했던 7개월. 나를 대신했던 큰 딸이 공연을 위해 극장으로 되돌아간 후 돌아온 원래의 자리입니다.

지난날 홀로 감당했던 모티프원들의 일들을 이제 홀로는 불가능할 만큼 체력에도 변화가 있어 아내가 함께하면서 돕고 있습니다.

내가 받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수혜인 셈입니다. 아내의 은퇴 후, 계획대로라면 아내는 나라밖을 떠돌고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는 명상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청소를 마친 아내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때때로 자전거로 헤이리 밖 주변을 여행하는 것으로 파주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청소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고 손님들과 얘기도 중요한 일과이다.
 청소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고 손님들과 얘기도 중요한 일과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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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익어가는 들길, 하늘을 담고 있는 수로 옆길을 달리거나 금산리, 만우리, 갈현리 등 주변 동네로 자전거 마실을 가기도 합니다.

마을 어귀에서 어른들과 말을 섞다가 날이 어두워져 자전거로 돌아오기가 위험해지면 내게 전화를 해 도움을 구합니다. 나는 길어진 수다에 대해 타박을 빼놓지 않지만 결국 차를 가지고 아내를 픽업하기 위해 마을로 갑니다. 문제는 내가 다시 마을 어르신들과 얘기 삼매에 빠져버린다는 것입니다. 결국 귀가는 한밤중이 되기 일쑤입니다.

어젯밤에는 대동리 마을편의점 앞으로 합류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께서 저녁을 드신 후 시원하다는 이유로 모이는 곳입니다.
  
대동리 마을편의점은 동네 어르신들의 밤마실 장소이다.
 대동리 마을편의점은 동네 어르신들의 밤마실 장소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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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0대 어르신들께 아내가 물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10년 뒤는 할아버님 연세가, 20년 뒤면 할머님 연세가 됩니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처럼 이렇게 재미있게 나이 든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무조건 움직여야 돼. 눈 뜨면 일어나고 일어나면 밭으로 가는 거야. 움직이면 슬픈 일은 절로 삭아……."

남편을 오래전에 보내고 반려견 한 마리와 함께 사신다는 85세 할머님의 말씀에 600평의 밭일을 하시면서 이웃마을 창고의 경비일도 하신다는 73세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잠시 짬을 허락했던 할머니께서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아직도 저 어둠 속에서 일을 하는 내 옆집 젊은이가 있어. 그는 아침 4시면 일어나 들로 나가……. 아침을 먹고 다시 나가고, 점심을 먹고 다시 나가.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은 저녁을 먹고도 다시 들로 나가. 그리고 밤 11시가 되면 집에 들어오지."
"할머님 옆집 젊은 총각은 몇 살이나 되셨길래 그렇게 부지런하게 사시나요?"
"여든하난가 둘인가……."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밤마실, #은퇴, #노년, #시니어,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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