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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의 아프가니스탄 통치 관련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의 아프가니스탄 통치 관련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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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17일(현지시각)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소와 달리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공개하면서 아프간을 장악했다는 자신감과 탈레반의 개방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우리는 과거 정부에서 일했거나 외국 정부 또는 군대에 협력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 그랬는지 묻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수많은 아프간인이 앞다퉈 국외로 탈출하려는 것에 대해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떠나지 말고 아프간에서 봉사하기를 바란다"라며 "우리는 (과거처럼) 주민들의 현관문을 두드리며 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틀 안에서 여성 존중"... 조건 단 탈레반 

탈레반이 강력한 이슬람 율법을 내세워 여성인권을 탄압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여성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할 것"이라며 "여성도 히잡(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전통 의상)을 쓴다면 학업이나 취업도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여성인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틀을 의미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한 탈레반 미디어 담당 간부인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는 아프간 뉴스채널 <톨로뉴스>에 출연해 이례적으로 여성 앵커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탈레반이 처음 아프간을 장악했던 2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헤마드는 현재 아프간 상황에 대한 앵커의 질문에 "이제 탈레반이 아프간의 진정한 통치자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외신 여성 기자들도 아직은 카불 거리에서 자유롭게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의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에도 해외 언론과 아프간 주민들은 탈레반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탈레반이 주민들의 탈출을 막고,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으려고 잠깐 '거짓 공약'을 한다는 것이다.

탈레반 잔혹함 기억하는 아프간 주민들 '싸늘'
 
탈레반 미디어 담당 간부와 여성 앵커가 나란히 출연한 아프가니스탄 <톨로뉴스> 갈무리.
 탈레반 미디어 담당 간부와 여성 앵커가 나란히 출연한 아프가니스탄 <톨로뉴스> 갈무리.
ⓒ 톨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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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에 따르면 탈레반이 점령한 후 카불 도심에는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나마 외출한 여성들도 얼굴과 몸을 완전히 가리는 니캅을 쓰는 등 불과 며칠 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옷차림을 하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카불에 있는 한 호텔은 탈레반의 공격을 우려해 여성 직원들을 모두 귀가시키고, 남성 직원으로만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아프간의 여성인권운동가 파슈타나 듀라니는 "탈레반이 여성인권을 보호한다면서 매우 추상적인 용어만 쓰고 있다"라며 "여성이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 투표할 권리, 사회 활동을 할 권리 등을 누릴 수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AP통신은 "1990년대 후반 아프간을 통치하며 여성의 학업과 취업을 금지하고, 이슬람 율법을 어기면 공개 처형하거나 사지를 절단했던 탈레반의 잔혹함을 기억하는 아프간인들은 매우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과거의 탈레반의 인권 탄압이 극심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20년 전과 아주 많이 달라졌다"라며 "우리는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의 적도 원하지 않는다"라고 국민적 화해를 강조했다.

태그:#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이슬람,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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