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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고의 포식자 돈.
 지구 최고의 포식자 돈.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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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인가요, 한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프로모션을 하나 보았습니다. 할인 폭이 꽤 큰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다수의 물건을 2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오래 고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소셜커머스 플랫폼이 공신력을 더해줬으니까요.

'나도 구입해볼까'라는 구매 충동을 일으켰습니다. 오늘날, '현명한 소비자'라는 말은 어떤 물건을 적당한 값에 거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구보다 싸게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민을 했으나, 구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까닭은,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다수의 영업점에서 머지포인트를 쓸 수 있다고 하지만, 포인트 때문에 지정된 업체를 방문하고 싶지도 않았죠. 또한, 아무리 생각해봐도 계산기가 두드려지지 않았습니다.

20% 할인을 위해선 누군가가 20%를 손해 봐야 할 텐데, 누가 저 손해를 감수하지? 라는 생각을 해 보면, 답은 간단해 지더군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일 뿐입니다. 오늘 그 사태가 '머지포인트'라는 문제로 되돌아왔습니다.

비이성적인 일은 꽤나 자주 벌어진다 

생각해보면, 비이성적인 일들이 자주 벌어집니다.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은 거짓이거나 사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머지포인트를 사기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4일 금감원이 지난 머지포인트에 "전자금융거래법에 위반된다"며 시정 권고를 내린 것은 사실이고, 이어 대규모 환불 사태로 위기에 빠진 것은 분명합니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오늘의 부동산 시장을 떠올렸습니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다수의 아파트 시세는 '호가'입니다. 시세에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이죠. 저도 궁금해서 제가 사는 인근(용인시 처인구)의 아파트 호가를 살펴보았습니다. 1년 전만 해도 2억 원대를 유지하던 20평대 아파트의 매도 호가가 4억 원에 달합니다. 용인의 이웃인 분당의 아파트 가격은 10억 원대를 한참 뛰어넘고 광교 아파트의 매도호가는 20억 원대 이상입니다.

어디까지나 매도호가입니다. 매도호가가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호가가 높다는 것은 집주인들의 매도 기대심리가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아파트가 연일 뜨거운 감자로 언론에 오르내린다면, 매물이 적어야 정상인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매물도 상당히 많이 쌓여있습니다. 특히 높은 호가로 이뤄지는 아파트 실거래는 일부 지역에 한합니다.

왜 이렇게 높은 매도호가를 유지하는 것일까요. 호가가 높아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팔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법이기에, 이런 수법이 과연 먹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먹힙니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면, 적정 거래가가 얼마나 되는지 '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광교의 한 아파트 33평형이 25억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다른 아파트는 15억에 매물로 나와 있다고 합시다. 10억 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15억 원의 아파트 초급급매물처럼 상대적으로 싸 보이기 때문에, 이 호가는 먹힙니다. 이렇게 해서 매매가 되면, 이 아파트의 가격은 최소 15억 원 이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 보시지요. 전통적인 부촌, 강남 일부 아파트가 아니라 수도권 거의 전체 아파트가 10억 원을 넘기고 조금 큰 도시는 20억 원을 넘긴다고 가정해 보시지요. 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순합니다. '거의 없다' 입니다.

연봉 1억 원을 받았다고 해도, 월 800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세금 등을 차감하면 많아야 월 600만 원 정도 될 겁니다. 600만 원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연 7200만 원입니다. 이렇게 십 년을 모아야 최대 8억 원입니다. 그런데 연봉 1억 원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연봉 1억 원이 쉽나요?

잘 아는 분에게 이런 얘기를 들어서 놀랐습니다. 농담이 반쯤 섞인 얘기이겠지만, 지금 자신이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아파트 대출금' 때문이라고. 오늘 아파트 대출금이 장기근속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아파트만 생각하면, 돈 1억 원이 우습다    
 
아파트만 생각하면, 돈 1억이 우스워지는데요, 쉽게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저희 집은 아내와 제가 함께 벌기 때문에 이번에 코로나 지원금을 주는 88%에 속하지 못 했는데요. 아이들 셋을 키우며 생활하다 보니 저축을 하긴 어렵고 매달 적자입니다. 아이들 교육비에, 생활비,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니 저축할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여러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계산상 답은 간단합니다.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모두 아우성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선 오르고 싶어도 오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래가 어렵기 때문이죠. 지금의 매도호가도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누가 2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선뜻 구매할 수 있을까요.

영끌도 영끌 나름입니다. 총액 5억 정도의 아파트라면, 1억의 현금에 4억 원을 20년 이상 장기 대출로 갚는다면, 다소 힘에 부치겠지만,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대출이 10억 원 정도라고 예상한다면, 아니 그 이상이라면(은행에서 대출도 해 주지 않겠지만), 과연 생활이 가능할까요. 이자만으로도 벅찰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파트 매도호가는 어찌 변화할까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민 대부분의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당장 팔 이유가 없습니다. '존버(대책 없는 최대한 버티기)'의 개념과는 다른 것입니다. 무작정 대책도 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집에서 살면서 여유 있게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급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급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폭등하는 집값... 미래가 암담하다 

오늘의 아파트 거래 현장을 살피면, 매수자보다 매도자의 힘이 더 셉니다. 매도호가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음이 그 증거죠. 얼마나 이런 현상이 오래될지 모르겠지만, 아무에게도 득 될 것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생각하면 갑갑해지는데요, 왜 이렇게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지, 아파트 시세만 봐도 반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부모에게서 집을 물려받아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애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됩니다. 수조 원 쏟아붓는다는 정부의 예산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새로 생긴 예산이 아니라 있는 예산의 이름만 바꾸거나, 유사한 예산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저런 대책을 다 합쳐 예산액을 합하면, 우리나라 예산의 두 배는 훌쩍 넘을 것입니다. 저처럼 평가지표에 직간접 관여해 본 사람들은 압니다. 저 예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울뿐인지를. 

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포함하여, 아파트 시세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노력(평범한 직장인이 대출을 받아서 살 수 있는 적정가격으로)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 가능했던 머지포인트 문제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문제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얘기했던 '나라다운 나라'라는 구호,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만날 수 없다면, 우리의 미래 너무 암담하지 않겠습니까. 

태그:#머지포인트, #아파트, #매도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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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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