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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 공보의들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파견업무 종사명령이 빈번해졌다.
 의과 공보의들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파견업무 종사명령이 빈번해졌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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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구석구석 의료 취약지 어디에나 필수 의료를 위해 존재하는 최후의 보루인 보건지소. 보건지소에는 병역의 의무를 대신하여 3년간 임기제공무원의 신분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외진 섬을 누비는 병원선에서도, 재소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교도소에서도 있다.

특히 의과 공보의들의 경우 코로나19대응으로 인한 파견 업무 종사 명령이 빈번해 지면서 각 지역별로 많은 수의 의과 공중보건의들이 꽤 긴 기간 동안 기존 근무지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원래 근무지를 뒤로하고 생활치료센터나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 백신접종센터, 시도 역학조사, 선별진료소, 병원 등으로 보내져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의료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지역 언론에서는 도서벽지 및 의료취약지역에서 지속되는 의료공백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투입되어야 할 의료 자원의 양이 더욱 커지고 있으면서도 매년 공중보건의사의 수를 줄이는 추세라 외진 섬, 교도소, 산간벽지 등에서 종사하는 공중보건의들의 차출은 다른 공중보건의 선생님들이 교대로 공백을 메운다고 하더라도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수없이 이어지는 파견 요청

2020년 의료정책연구소의 '국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의 공중보건의사의 역할과 활동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인한 파견 등에 투입된 공보의는 2020년 전체 의과공보의 1917명 기준 1910명(99.6%)이며 이들 모두 최소 2주 이상 파견 업무를 수행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해도 1인당 적게는 2~3회 많게는 5~6회 이상 타 지역 파견 업무를 수행하였거나 수행 중이다.

게다가 2년차 공중보건의사들 약 741명이 1년 전에 했어야 할 3주 기초 군사훈련을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하기에 더욱 빡빡하다. 또한 3차/4차 팬데믹 등의 국가적 보건의료위기 상황이 매번 생기는데다가 코로나19 예방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파견 요청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공중보건의사들에 대한 파견 의료 인력 요청이 줄지 않고 느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임기제 공무원이므로 보다 안정적인 복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인건비 지출이 적고 종사 명령을 강제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있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 

"금요일 저녁 6시 반(근무 외 시간)부터 예방접종인과성 판정 회의에 참여하라는 게... 사명감으로 일해요." - 익명을 요구한 역학조사관 A(공중보건의사)

"퇴근 시간이 없어요... 확진자도 늘고... 예방접종 이상 신고는 점점 더 늘고..." - 익명을 요구한 역학조사관 B(공중보건의사)


특히 위에서 언급된 파견 업무 중 감염 경로 파악과 예방접종 인과성 판정 등을 담당하는 시도 역학조사관의 경우, 상황이 열악한 시도에서는 초기 의학적 판단부터 실무적인 처리까지 담당해야 하는 거의 유일한 전문 인력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의사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중대한 이상 반응의 건수도 접종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시⋅도 역학조사관 중 1명 이상은 「의료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의료인 중 의사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조항의 변함이 없어 적은 의사 인원으로 많은 건을 담당해야 한다. 매주 집계되는 '국내 이상반응 발생동향'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많게는 3062건으로 보고되는 등 과중한 업무가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올해 역학 조사관으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받은 민원들 중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이들이 전문가적 관점을 존중받지 못하거나 행정적 편의만으로 의견을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제주도에서 20대 여성이 모더나 백신 접종 후 혈소판감소혈전증이 의심되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역학조사관(공중보건의)는 WHO권장사항과 미국 혈액학회권고 및 발생 사례를 참고하여 PF4 항체(백신 유발 혈전증 진단에 필요한 항체)검사를 요청하였으나, 이를 질병관리청 측이 받아주지 않았다(관련 기사). 
  
공공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보건당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만큼 헌신과 노력해 주어야 할 의료 인력 또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공공의료 인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방의 의무로 유입되는 공중보건의사들을 공공 의료 인력으로 유인할 수 있도록 그들의 처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기대와 달리 씁쓸한 사례가 발생한다. 

- 임시 생활시설에 파견된 공중보건의사는 치료 업무에 종사하지 않기에 철도 운임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지자체 사례. 

- 현재 인건비 기준으로는 도저히 민간의사를 채용할 수 없으므로, 이상반응 역학조사에 공보의 1명 배치할 수 있도록 건의를 요청한 지자체 사례. 

- 군 훈련 기간에 지자체에서 공중보건의에게 업무활동장려금까지 지급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던 사례. 

- 올해 대한공보의협의회에서 파악한 부당 처우 사례中


아무리 지자체 내 예산이 부족하고 의료 인력의 필요가 급한 상황이더라도, 위 같은 비상식적인 현실을 접하게 되면 힘이 탁 풀릴 수밖에 없다.

대한공보의협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실제 모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민간의사'가 아닌 공중보건의 배치를 부탁했다. 추후 저지되긴 했지만 특정 지자체에서는 군 훈련 기간의 공중보건의 진료장려금을 삭감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해양수산부에서 요청한 임시생활시설에 파견된 공중보건의는 치료 인력이 아니므로 철도 운임비를 지원받지 못한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처음 공공의료의 일선에 서는 이들이 그저 '최소한의 비용'으로 치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공공병원에 종사하는 의료 인력 개선 및 인프라 확충조차 외면 받는 마당에, 공공의료 인력 또한 매번 '부족한 예산'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듯하다. 

의료공백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작년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책을 두고 의사협회와 정부의 충돌 및 의사 파업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과 사회적인 갈등만 확대되었을 뿐 결과적으로 아무런 생산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못했다. 즉, 각자가 바라보는 필수 의료 공백 확충의 시선 차이가 클 뿐이라는 점만 재확인한 셈이다. 

어렵더라도 이러한 장기적인 의사 인력 양성 계획에 대한 이견은 추후 협상 테이블에서 점차 좁혀나면 된다. 대신 3년 정도의 한시적인 기간 동안이라도 의무적으로 공공의료에 몸담으며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공중보건의사들을 성장시키고, 회유하는 방법을 고려할 순 없을까. 

작년 대구 지역 코로나19 1차 대 확산 당시 수많은 상황을 목도한 대공협 34대 회장 김형갑씨는 2021년 3월 메디컬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의사 공보의 숫자가 1900명 정도 되는데 이 중 매년 1%만 공공의료 영역에 남겨도 공공의료 인력 확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정원 확대 정책을 따로 만들 게 아니라 공공의료를 경험하고 있는 공보의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들에게 권한을 더 많이 줘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공중보건의사들의 현실은 여전히 이렇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민수씨는 대한공보의협회 정책이사입니다.


태그:#필수의료, #공공의료, #공중보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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