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영화평론가 2009년 송경원 영화평론가는 씨네21 영화평론상을 수상해 평단에 데뷔했다. 그는 현재 영화잡지 씨네21 소속으로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영화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 송경원 영화평론가 2009년 송경원 영화평론가는 씨네21 영화평론상을 수상해 평단에 데뷔했다. 그는 현재 영화잡지 씨네21 소속으로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영화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 송경원

   
올해 13년 차인 송경원 영화평론가는 2009년 <씨네21> 영화 평론상을 수상해 평단에 데뷔했다. 노련한 영화 전문가가 되기까지 노고를 증명하는 방대한 양의 기사를 썼지만, 그가 처음부터 영화에 대해 박식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와 독서에 깊은 관심을 보인 송 평론가는 작문 소질을 살려 국문과에 진학했다. 그는 학부 수업시간 동안 작성한 영화 평론이 교수님에게 호평을 받자 평론가의 길에 도전했다. 새로운 관점에서 쓴 평론이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데뷔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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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전공자 출신으로 부족한 영화 지식을 채우기 위해 영상 대학원에 입학했다. 진학 후 초보 시네필로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편'을 하루에 한 편씩 챙겨봤다.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박으로 이어졌다. 그는 자신만의 흐름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버틴 학업생활만큼 즐거움도 따라왔다. 

송 기자는 대학원 시절을 회상하며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때 경험만큼 재미있는 걸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영화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뒤에는 영화기자, 게임평론가, 영화평론가, 강사, 유튜브 진행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두각을 나타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자와 영화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송경원 영화평론가를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6월 17일 화상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다양한 채널 활용해 영화라는 콘텐츠 다루고 싶어"

-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강사나 기자, 평론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니 (씨네21) 잡지기자 일만 했던 때보다 업무량이 많아요. 그래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씨네21>이라는 집단 자체가 다양한 일을 병행하는 특징이 있어서 저처럼 겸임하는 기자들이 많아요. 잡지기자라는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 없어요. 여러 군데로 활동 영역을 늘리는 게 당연한 시대잖아요."

- 한 우물을 파기 보다는 여러 활동을 하려고 하는군요.
"항상 글쓰기를 일의 중심에 두고 있지만 될 수 있으면 많은 일을 시도하려고 해요. N잡러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단지 글에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서 '영화'라는 본질적인 콘텐츠를 다루고 싶어요. 하는 일이 여러 가지다 보니 상황에 따라 소개말도 달라져요. 영화기자 활동할 때는 '영화기자 송경원입니다'라고 말하지만, 개인활동으로 강의에 나설 때는 '글 쓰는 송경원입니다'라고 소개하죠."

- 유튜브 같은 뉴 미디어 플랫폼이 대세가 된 것 같아요.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채널로 영화 콘텐츠를 다룰 수 있게 됐죠.
"<씨네21> 같은 잡지 매체는 기사 한 편 낼 때도 검증 작업을 거쳐요. 기사에 영상과 사진을 실을 때도 각 업체에 확인을 받죠. 상대적으로 유튜브는 콘텐츠를 다룰 때 자유로운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잡지 매체는 올드 미디어라서 속보성 기사를 쓸 때 뉴 미디어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어요. 대신 팩트체크 된 기사를 보장해요. 높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거죠."

- 전문성의 유무로 볼 수 있을까요?
"시대마다 전문성은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유튜버가 전문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어요. 유튜버로 치면 저도 비전문가에 가까워요. 그리고 매체의 선택은 독자의 성향에 달려 있어요. 일례로 영화 기자나 평론가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조회수는 대체로 영화 유튜버의 것보다 훨씬 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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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영화평론가 베테랑 영화기자가 된 그는 대중과 영화를 잇는 연결고리로 남고 싶다고 한다.

▲ 송경원 영화평론가 베테랑 영화기자가 된 그는 대중과 영화를 잇는 연결고리로 남고 싶다고 한다. ⓒ 송경원

     
- 평점을 매기는 일은 아직 영화비평가의 고유한 영역 아닐까요?
"비평가가 단순히 작품에 대해 몇 점이라고 별점을 남기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소통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에서 좋게 본 부분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어요. 

- 별점 따라 취향을 쌓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취향을 쌓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방향이라는 게 있어요. 그 끝에 있는 게 각자의 이상적인 영화겠죠. 관객은 자신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뿐이에요. 기자로서의 일이 그런 영화의 범주를 정리해서 관객에게 소개하는 일이에요.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많이 보고, 본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는 게 답이에요. 공감할 만한 글을 쓴 평론가를 따라 작품을 찾아보는것도 좋아요. 또 이미 쌓인 취향이 있다면 다시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죠."

-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요. <씨네21>의 상황은 어떤가요? 
"코로나19로 인해 <씨네21>을 포함한 영화 업계가 전반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죠. 플랫폼만 바뀌는 정도니까요. 그런데 배급, 상영 업체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어요.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춰서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는 것만으로 명맥을 잇기는 어려워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씨네21>이라는 올드 미디어는 두 갈래 길에 서게 돼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할 건지 아니면 속도에 맞춰 매체의 형식을 바꿀 것인지 고민하죠." 

- 영화업계의 위기로 볼 수 있나요?
"정확히 말하면 배급, 상영의 위기예요. 전통적인 형태는 모두 사라지는 거죠. 덩달아 일자리가 사라지니 직업적인 안정성도 사라져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사태를 가능성의 시기로 볼 수도 있어요. 영화를 공급하는 다양한 통로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극장 시스템 때문에 상업영화에 밀린 작품들이 많아요. 소외된 예술영화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희망이에요."

- 다양한 통로라면 OTT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넷플릭스나 왓차 플레이 같은 ott서비스와 영화업계를 경쟁 관계로 보는 인식이 있어요. 그런데 경쟁이 아닌 공생 관계로 보는 게 적절해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넷플릭스는 영화 업계가 무너지면 사라질 수 있어요. 오히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라이벌이죠. 플랫폼 간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단독 플랫폼만으로는 안 돼요. 형태가 다르더라도 서로 공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빠르게 변화하는 영화업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요?
"영화업계에 발을 들인 지 오래됐지만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항상 고민해요. 중심과 방향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꿔나가는 거죠. 급변하는 시대에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조화를 이뤄내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삶이라는 큰 맥락에 도착점을 설정하고 도달할 때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거예요."
송경원 영화평론가 씨네21 영화기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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