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대표팀 일부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비난 논란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잉글랜드 대표팀 일부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비난 논란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 BBC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우승 문턱에서 패한 잉글랜드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잉글랜드는 1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맞붙어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사상 첫 우승의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던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큰 실망에 빠졌고, 일부 극성팬들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이탈리아 원정팬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존슨 총리 "선수들, 영웅으로서 찬사 받아야"

더 심각한 사건은 경기장 밖에서 벌어졌다. 온라인에서는 선수들을 향한 욕설과 비난이 범람했다. 특히 승부차기에서 실패한 마커스 래시퍼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 등 3명의 흑인 선수에게는 인종차별 욕설이 쏟아졌다. 

래시포드의 고향인 맨체스터에서는 그의 얼굴을 그린 벽화가 훼손되기도 했다. 래시포드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자선활동을 벌이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칭찬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영국 정계와 축구계는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비난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강력한 처벌을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잉글랜드 대표팀은 인종차별 비난이 아니라 영웅으로서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며 "끔찍한 욕설을 하는 자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성명을 통해 "대표팀 일부 선수를 겨냥한 인종차별에 충격을 받았다"라며 "우리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강력히 규탄하며,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최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 축구팬은 격려... 훼손된 벽화 '복구 캠페인' 나서기도 
 
 잉글랜드 대표팀 마커스 래시포드의 훼손된 벽화를 복원학 위한 온라인 모금 페이지 갈무리.

잉글랜드 대표팀 마커스 래시포드의 훼손된 벽화를 복원학 위한 온라인 모금 페이지 갈무리. ⓒ 크라우드펀더

 
런던경시청은 "온라인에서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인종차별 발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며,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업체들도 협조에 나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게시물이 올라오는 대로 신속히 삭제하고 있으며, 관련 계정들을 영구 정지시켰다고 설명했다. 

일부 몰상식한 축구팬들이 분위기를 흐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사상 첫 결승까지 오른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래시포드의 팬들은 훼손된 벽화를 복원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 활동에 나섰다. 사카의 소속팀 아스널은 "우리는 사카가 유로 2020에서 보여준 활약이 자랑스럽다"라며 "당당히 고개를 들기 바란다"라는 지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끈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일부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대표팀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모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등대가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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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20 잉글랜드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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