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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에세이집을 출간하였습니다. 마흔에 처음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정확히 오 년 만에 단독 출간의 꿈을 이뤘습니다.

그 시작은 마흔 무렵 찾아온 공허감이었습니다.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려온 삶이 어느 순간 무척 허무했습니다. 우연히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상담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치유된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블로그에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픈 마음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출간된 책 표지
▲ 책표지 출간된 책 표지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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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글을 쓰는 모습을 지켜본 지인이 다음에서 운영하는 '브런치'란 글 쓰는 공간을 소개했습니다.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 신청을 통해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몇 번 망설인 끝에 도전하였고, 운 좋게 한 번에 합격하였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 가득한 공간에 첫 글을 발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곤 나만의 색깔이 있는 글을 하나, 둘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통하는 이웃도 생겼고, 그분들의 글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가끔 몇몇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 조회수가 올라가는 기쁨을 누렸는데, 직장에서 점심때 산보했던 경험을 담은 글이 브런치 추천 글로 선정되어 구독자 수가 폭발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에 대한 글을 보고 <샘터>란 잡지사에서 취재 요청이 와서 어머니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글을 썼을 뿐인데 그 이상의 즐거움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회사 점심 때 잠시 동료와 차를 한 잔하고 있었는데, 브런치 특유의 알람이 울렸습니다. 서둘러 확인해보니 출판사에서 보내온 출간 제안이었습니다. 맙소사.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마흔을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그 콘셉트로 책을 내고 싶다는 장문의 내용이었습니다. 서둘러 출판사와 연락을 하였고, 편집자분과 미팅을 하고 바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6개월간 열심히 글을 썼고, 원고를 올 3월에 출판사에 제출했습니다. 금방 책이 나오리라는 기대와 달리, 내용을 수정하고 제목을 정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했습니다. 자꾸 책이 나오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수시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올 7월에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고, 드디어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란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글을 쓰며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하였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기쁨, 설렘, 두려움 등 여러 감정들이 교차합니다. 이제 시작이겠지요.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내용을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카드뉴스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내용을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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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6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마흔을 맞이해서 겪는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불청객처럼 찾아온 흰머리에 호들갑 떨고, 이제는 사람 많은 곳이 어색한 중년의 변화된 삶을 담았습니다.

두 번째, 팔불출 아빠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좋은 아빠가 되리라 다짐했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네요. 그래도 부족하지만,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좌충우돌했던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세 번째, 아내와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만나 연애했을 때의 용광로 같았던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전우애로 퍽퍽한 삶을 함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지지고 볶으며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맟춰가는 에피소드를 그려보았습니다. 

네 번째, 아들로서의 이야기입니다. 점점 연로해져 가는 부모님을 보면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상은 전화 한 통 자주 못 하는 무심한 아들이 되었습니다. 결혼해서 아들에서 남편이 되면서 겪었던 진통, 여전히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 등 부모가 되어 비로소 부모를 이해하게 된 과정을 담아보았습니다.

다섯 번째, 직장인 이야기입니다. 어느새 직장을 다닌 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어중간한 중간의 위치에서 위아래를 눈치 보며 고단한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가 신경이 쓰이면서, 예전 같은 총명함은 먼지처럼 사라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마흔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계절로 치면 이제 가을에 진입했는데, 돌아보니 열심히만 살았지 특별히 남은 것이 없네요. 백세시대를 맞이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저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렇듯 내용은 그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를 소개하며 출간 이야기를 마무리 합니다. 
 
"40대를 살아가는 남성의 웃을 수도 울수도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비단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정과 일터 사이에서 매번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어디 마음껏 하소연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한다. 그런데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살아가는 소소한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작은 일상이 담긴 이 책이 피식 웃음도 주고, 끄덕끄덕 공감과 찔금 위로를 주는 그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 마흔에 쓰는 방구석 속마음 일기

신재호 (지은이), 파르페북스(2021)


태그:#출간, #로또에당첨되어도회사는잘다닐거지, #파르페북스, #신재호, #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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