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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임'에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가 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장부승 관서외국어대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이 기사는 유종선 교수와 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의 기사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주간지 타임 인터넷판 인터뷰 표지.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주간지 타임 인터넷판 인터뷰 표지.
ⓒ 타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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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발간 <타임> 아시아판 표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실렸다. 이번이 두 번째다. 청와대는 <타임> 표지에 실린 문 대통령의 사진과 인터뷰 준비 과정 등을 담은 동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고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했다.

그러나 막상 <타임>에 실린 문 대통령 인터뷰 기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의 홍보 이후 각종 방송과 언론은 주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결단력 있으며, 국제적 감각도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한 부분과 향후 북한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 표명을 중점 보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타임> 기사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타임> 기사 내용을 상세히 분석한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이성현 박사는 이 기사가 "부드러운 사진과 달리 가시 돋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전 외교부 정책기획관은 <타임> 기사가 문 대통령의 대북관에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타임>은 문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데, 청와대는 <타임> 커버에 나왔다고 자랑만 하느냐"고 꼬집었다.

반론도 제기됐다.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유종선 교수는 6월 29일 <오마이뉴스> 기고문에서 <타임> 기사를 직접 읽어 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객관적·중립적이라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일부 비판적 언급은 <타임>의 의견이 아니라 비판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다음날 보도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의 기사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 비판은 기자의 말이 아니라 "다수 북한 관측통의 시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타임> 기사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를 앞둔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 성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음미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종선 교수나 임상훈 시민기자의 생각과 달리 전체적인 맥락을 봐도 이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며, 또한 여러 전문가들의 비판적 인용을 언급한 것은 그런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판단한다. 아래서는 이러한 판단의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보통 다른 대통령 인터뷰는

첫 번째 지적할 점은 7월호 <타임>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는 독특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종류의 다른 기사들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나 제3자의 인용이 많다. 예를 들어 2019년 7월 11일자 <타임> 커버스토리로 나온 당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인터뷰 기사와 비교해 보자. 당시 네타냐후는 이미 두 번째로 총리 자리에 오른 지 10년이 경과한 때였다. 더욱이 그는 이미 부패 혐의로 검찰의 기소 위기에 몰려 있었다. 비판 거리는 많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3432단어를 사용한 이 장문의 인터뷰 기사에 네타냐후를 비판하는 인용은 불과 9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반면, 네타냐후의 육성을 그대로 인용하여 써주는 것은 11회 나온다.   
 
2019년 7월 22일자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베냐민 네타냐후 당시 이스라엘 총리.
 2019년 7월 22일자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베냐민 네타냐후 당시 이스라엘 총리.
ⓒ "타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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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비판적 인용과 네타냐후의 육성을 인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네타냐후로 하여금 비판에 대해 재반박할 기회를 준다. 가령 네타냐후의 부패 혐의를 제기하는 비판을 언급한 다음에, 따옴표 안에 그것은 "조작이다"라고 하는 네타냐후의 육성을 담아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대부분의 국민들과 나의 지지자들은 오히려 그러한 비판을 통해 힘을 얻는다"라고 네타냐후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기사에서 네타냐후의 목소리를 11번 인용하는데, 두 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굳이 일일이 네타냐후의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설을 한다. 네타냐후의 주장이 나오게 된 맥락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인용할 때도, 그에 대한 네타냐후의 반박도 다시 실어 주곤 한다.  

심지어 이 기사에서는 기자가 직접 논평 형식으로 기사에 개입해 네타냐후 정책의 긍정성을 평가하는 부분도 나온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단순 묘사를 넘어 네타냐후의 공적을 긍정 평가한다.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범지구적 야심을 가진 지역 강국으로 확립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안보위협에 대한 네타냐후의 대응 덕분이다. 이러한 대응은 비단 지역 내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건설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았다. (And the country has established itself as a regional powerhouse with global ambitions. That is partly thanks to Netanyahu's response to the threats, which has not been limited to building up Israel's military advantage in the region.)
 
이스라엘 지도자가 아니라 한국 지도자를 다루면 다를까? 문재인 대통령을 인터뷰한 다른 외신 기사를 예로 들어 보자. 지난 4월 21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방문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모두 1514 단어로 구성된 이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육성은 무려 16회나 인용된다. 반면 비판적 언급은 5회에 그친다. 그중 기자가 직접 논평 형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언급하는 것은 2회뿐이다.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원하는 바는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써주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언론 매체들도 국가원수, 그것도 외국의 국가원수와 인터뷰를 할 때는 인터뷰 대상자가 하는 말을 많이 반영해 주기 마련이다. 아무리 대형 언론매체라도 국가원수와의 인터뷰 기회는 흔치 않고, 국가원수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뉴스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욕타임스> 4월 인터뷰 기사가 무려 16회나 문 대통령을 인용한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전문가 인용이나 논평 형식으로 문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는 것은 5회에 그친다.
 
2021년 4월 21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
 2021년 4월 21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
ⓒ 뉴욕타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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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타임> 인터뷰 기사의 경우

논란이 된 7월 발간 <타임> 기사의 전개 방식은 앞서 두 기사와는 다르다. 전체 2624 단어로 구성된 이 기사에서 전문가 등을 인용한 사례가 17회인데, 이중 무려 14번은 비판적 맥락에서 인용된다. 전문가 등 제3자를 인용해 간접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고도 기자는 5회 정도에 걸쳐서 논평(editorializing) 형식으로 직접 문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 언급을 한다. 문 대통령의 육성을 그대로 인용하는 건 9회에 불과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중 7회의 경우에 기자가 바로 문 대통령 언급 인용 직후에 혹은 다른 부분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비판적인 인용이나 논평을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4년간의 재임기간을 언급하는 앞부분에서 나오는 문 대통령의 발언들은 거의 모두 후반부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점을 볼 때, 세종연구소 이성현 박사도 지적하다시피, 이 <타임> 기자가 상당히 공을 들여서 이 기사의 틀을 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이 기사는 전체적 맥락을 봤을 때 앞부분과 뒷부분이 마치 대구를 이루듯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처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매스게임을 관람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뒤에 보면, 인권운동가를 인용해서 그런 매스게임은 아동에 대한 강제노동이라고 하는 문장이 나온다.

또 이 기사는 모두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의 눈빛과 태도를 보고 북한의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인용한다. 그런데 뒤에 가면 북한의 군사력 증강 상황을 상세히 언급하고, 전문가를 인용해서 이 상황이 매우 위험하고, 북한이 군사력 증강에서 놀랄만한 진전을 거두고 있다고 쓰고 있다.

또한 초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경제발전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을 인용한다. 그런데 뒷부분에 가면 기자가 인용도 없이 논평 형식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발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체제의 안전이 늘 우선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고 나서 뒤에서 그 발언을 비판하는 인용이나 논평이 나오는 구조가 계속 반복된다.

이러한 반복적 구조의 예는 이 기사에 매우 많다. <타임>은 "문 대통령은 중국의 유엔 제재 이행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고 하곤 바로 다음 문장에서 "하지만 남북이 보다 긴밀해진다 하더라도, 이들의 주요 후원자들(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적 논평을 덧붙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한 부분 다음엔 여러 문단에 걸쳐 이를 일일이 비판하는 서술이 이어진다.

독특한 마지막 문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지난 6월 18일 마무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월 19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지난 6월 18일 마무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월 19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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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지속적 대화 노력을 강조한 바로 다음엔 아예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문제의 일부"라고까지 쓰고 있다. 이성현 박사는 이 문장을 "신랄한 비판"이라고 평가한다. 그 다음 문장부터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신뢰를 잃었다는 내용이 고위직 탈북자의 인용을 빌어 길게 나온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거듭 문 대통령에 대해 신뢰가 없고 더욱이 문 대통령의 임기도 얼마 안 남아서 이제 대화를 더 안 하겠다고 하는데, 남북대화가 정말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 맥락과 기사의 구조에 비춰 볼 때, 이 기사가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기보다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백 보 양보해서 가장 선의로 이 <타임> 기사를 해석한다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타임> 기사의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2019년 <타임> 기사나 올해 4월 <뉴욕타임스>의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는 모두 인터뷰 대상자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이러한 형식은 국가원수급 지도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다.

그런데 이번 7월호 <타임> 기사의 마지막 문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냉소(sarcasm)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문단 바로 앞 문단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상호신뢰로 이어졌다며, 백신 외교를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힐 수단으로 제안"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서 기자는 이렇게 쓴다.  
 
분명 관여, 협상, 도발, 관계 소원, 화해라는 반복되는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지에 관한 참신한 아이디어는 많지 않다.(바로 앞 문장에서 문 대통령이 '백신 외교'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도) 다음 번 시도가 있더라도, 권태 섞인 한숨이 흘러나올 수 밖에 없다. "이 문제에 관한 진정한 해결책은 없다"고 테리 연구원은 말한다.(문재인 대통령도 해결책을 제시 못했다는 뉘앙스다) "30년이 넘도록 이런 식이었다." 결국 이것이 문 대통령의 진정한 유산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음울한 깨달음. 그것이다. ('나만 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대통령들도 다 못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이 남길 수 있는 최선의 유산이라는 시각이다) [괄호안은 필자의 주석]
 
이번 <타임> 기사가 갖는 이런 비판 구조를 이해한다면, 주로 앞 부분에 나오는 일부 긍정적인 기자의 언급 역시 꼭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종선 교수는 <타임> 기사가 문 대통령을 칭찬한 부분도 있다면서 앞부분에 나오는 "문 대통령은 전 세계가 깊은 수렁을 빠져나오도록 이끌었다" (Moon helped guide the world back from the abyss)는 문장을 거론한다.

이 문장은 북한과 미국간의 협상을 주선한 문 대통령의 적극적 역할을 설명하는 문단의 첫 머리에 나온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문단에서 기자는 "그 뒤 상황은 무너져 내렸다"(Then things fell apart)고 서술한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간 협상이 붕괴됐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판단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미국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미국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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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의 비판적 인식은 이 기사 여러 곳에서 드러나지만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문단을 몇 개 인용해 보겠다. 후반부에서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분명히 지지한다고 언급한 부분과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계기에 남북대화에 부정적인 언급을 한 것을 대비시킨 후 이렇게 말한다.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워싱턴의 공통된 인식은 바이든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노력을 흔쾌히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북한이 (문재인의)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Mixed messages aren't so surprising. The common perception in Washington is that Biden is happy to support Moon's efforts to restart North Korean negotiations, given that Kim is not picking up the phone.)
 
그리고 이 다음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대화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해주고 나서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냈는지 길게 설명하는 문단들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정말로 지지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남북대화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하에 문 대통령이 요청한 남북대화 지지를 표명해주면서, 대신 한국으로부터 실리를 챙겼다는 것이다.

비판적 견해 인용은 곧 기자의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다

유종선 교수와 임상훈 시민기자는 전문가의 비판적 견해를 인용하는 것이 기자 본인의 비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타임>을 비롯해 객관성을 고도로 중시하는 서구 언론매체는 기자의 의견을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가급적 주로 인용을 통해 비판적 견해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 지사형 언론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러한 보도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미국이나 유럽의 주류 언론들은 대부분 그런 보도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전문가 견해를 인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기자의 비판적 인식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만약 기자가 정말로 비판보다는 중립적 상황 전달에 주안점을 뒀다면 인터뷰 대상자의 목소리와 그에 대한 비판 인용의 비중을 비슷하게 처리하거나 혹은 긍정적 인용과 비판적 인용의 분량에 균형을 취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앞서 예로 든 <타임>의 네타냐후 인터뷰 기사나 <뉴욕타임스>의 문 대통령 인터뷰 기사의 경우, 인터뷰 대상자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했으며 비판적 견해의 인용은 자제했다. 반면 이번 <타임> 기사는 압도적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판적 견해의 인용이 많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인용이나 논평의 형식을 빌려 일일이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비판적 인용의 사용 자체가 기자의 선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인용 방식은 기자의 비판적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타임> 기사에서 기자가 인용이 아니라 논평 형식으로 문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도 여럿 있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기사 뒷부분에 가면 문재인 대통령이 평생을 독재와 투쟁하는 학생운동, 인권변호사로 살아왔는데,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 김정은과 대화에 나서면서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됨으로써 큰 대가를 치렀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나서 기자는 이렇게 쓴다.  
 
이제 문제는 더 이상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들을 희생시켰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뭐가 됐든 무슨 성공이라도 이제 가능하겠느냐이다. (The question is no longer whether his own principles have been sacrificed in pursuit of reconciliation, but whether any success is rendered moot.)
 
여기서 "moot"는 "가능성이 적어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즉 기자는 문 대통령의 학생운동가나 인권 변호사로서의 원칙 훼손이야 그렇다 치고, '구체적으로 무슨 성과가 있었느냐, 그리고 앞으로 성과가 가능하겠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외신 절대화는 금물... 내용보다 사진에 관심 쏟는 것도 문제 
 
청와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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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시민기자가 적절히 지적하다시피, 우리가 외신기사를 절대화할 필요는 없다. <타임>이 세계적 잡지라고 해도 그 기사 역시 여러 언론보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타임> 기사 내용이 전체적 맥락과 구조, 전문가 견해를 인용하는 방식, 인터뷰 대상자의 발언 전달 방식 등에 있어서 이토록 비판적인데, 단지 표지에 나온 인물 사진만을 홍보의 소재로 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가 이번 <타임> 기사의 비판적 성격을 파악했다면 되레 적극적으로 비판적 시각에 대해 해명하거나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않고, 표지 사진을 홍보물로 활용하면서 <타임> 기사 중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그 결과, 보도 초기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높이 평가한 부분 그리고 남북 대화 의지를 강조한 부분만을 보도했다.

외신의 비판을 절대화할 필요는 없지만 외신에 사진이 나오고 대통령의 발언이 인용됐다고 해서 내용과 무관하게 그것만으로 홍보의 대상으로 삼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내용'이다. 이번 <타임> 기사를 계기로 청와대와 언론뿐 아니라 언론 상품의 소비자인 우리 국민들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공과에 대해 스스로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공과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더 나은 정책이 나올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이번 <타임> 기사를 둘러싼 논란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가장 소중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관련기사]
[유종선 교수] 타임지가 문재인 맹비난? 기사 직접 들여다보니 http://omn.kr/1u79y
[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 '타임' 문 대통령 인터뷰에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http://omn.kr/1u810

덧붙이는 글 |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타임> 기사 번역은 우리 정부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 수록된 비공식 번역본을 기본으로 해 일부 오역이 있는 부분은 수정해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태그:#문재인, #타임지, #표지, #사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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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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