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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곤지암도자공원 입구의 '드날문'과 한국 토종 소나무인 홍송, 그리고 전통도자기를 품은 경기도도자박물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곤지암도자공원 입구의 "드날문"과 한국 토종 소나무인 홍송, 그리고 전통도자기를 품은 경기도도자박물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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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는 조선시대 왕실자기와 상품자기의 주 생산지였다. 1467년경 조선 조정에서는 광주에 '사옹원'(조선시대 왕실과 궁중 음식 및 식사 공급을 맡은 관청)의 '분원'(조선시대 궁궐에서 사용하는 도자기 제작소)'을 설치했다.

관요였던 이 분원은 민영화된 1884년까지 가마터를 광주 일대(퇴촌, 중부, 광주, 초월, 도척, 실촌, 남종 등)로 옮겨 다니며 당대 최고급 도자기와 백자를 생산했다. 광주시에 분포된 350여 개의 분원 가마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세월은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해갔다. 그리고 2001년, 광주시 곤지암읍에 경기도자박물관이 조성됐다. 지난 주말(6월 27일) 곤지암도자공원을 찾았다. 우선 기와 지붕의 '드날문'이 반긴다. 웅장하면서도 고아하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처럼 예를 갖추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공원 입구 쪽에는 '드날문', 반대쪽에는 '나들문'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두 단어는 조선시대부터 '들고 나다'라는 뜻으로 쓰인 우리말이다.

이 공원의 두 번째 인상은 '현대인과 전통의 어울림'이다. 우리가 전통 한옥이라고 부르는 기와 모양의 드날문과 곤지암도자공원 한가운데서 전통도자기를 품은 경기도자박물관, 그 우측에 전통가마를 연상케 한 반원 형태의 도자판매장, 한옥으로 된 전통공예원(신진도예작가의 작품 활동 지원 공간), 좌측의 도자연구지원센터(유적조사실 등 연구기능)와 한옥카페, 그리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된 펜데믹 시대 현대인들과의 만남은 특별한 조화이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면서 드날문 주위를 돌고, 홍송(紅松, 우리나라 토종의 붉은 소나무)은 분수광장 양옆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드넓은 광장은 평평하여 걷기에 편하다. 계단이 없어 보행 약자와 휠체어 이용자도 수월하게 오갈 수 있다. 분수는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고 꼬마들은 분수 물줄기와 햇살 사이를 신나게 오간다. 어른들은 헐렁하고 편안한 차림으로 광장 주위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마음은 저절로 이완되고 말랑말랑해진다.    

우리 도자기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 
 
한 가족이 곤지암도자공원에 있는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을 방문하고 있다. 펜데믹 시대, 박물관 관람객도 가족, 연인, 친구 등 소규모로 변화되고 있다.
 한 가족이 곤지암도자공원에 있는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을 방문하고 있다. 펜데믹 시대, 박물관 관람객도 가족, 연인, 친구 등 소규모로 변화되고 있다.
ⓒ 사진제공-이은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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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운은 한국도자재단(대표이사 최연)에서 운영하는 경기도자박물관에서 더 깊어진다. 이 박물관은 2001년 '제1회 경기도세계도자기엑스포' 행사를 위해 조성됐다. 이 행사는 이천, 광주, 여주 3개 지역에서 실시됐고 이천에는 '이천세라피아', 여주에는 '여주도자세상', 광주에는 사옹원의 분원이 있던 역사를 배경 삼아 '곤지암도자공원과 경기도자박물관'이 조성됐다.

박물관은 연면적 1000평 규모의 돔 형태이다. 외장재는 2001년 당시 신소재인 티타늄강판을 사용했고 박물관이 공원 가운데에 위치하여 방사형 관람 동선 형태를 갖췄다. 2001년 엑스포 행사 때 이 박물관에서 실시한 '동북아도자교류전'에서 우리나라, 중국, 일본 이렇게 3개국의 국보급 유물이 세계 최초로 소개됐고 이는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박물관 내부는 총 2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의 도자문화실에서 우리 도자 역사의 발자취와 기획전시실에서 차 도구 등을 둘러본 후 2층으로 올라간다. 나선형의 계단 위 돔천장의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벽화는 광주시 옛 도자문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옛 지도와 도자기가 구워지는 전통가마 내부를 형상화했고 코레스코(건축물 벽면에 회·석회 등의 반죽을 바르고 그 반죽이 마르기 전에 물에 녹인 안료를 덧입혀 작업함) 기법을 사용했다.

2층에서는 고려시대 상감청자가 분청으로 변화 과정, 분청과 백자,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나라 도자 변천사, 경기도 도요지 분포도, 가마터 발굴 당시 출토된 도편 등 박물관에서 수집한 전통도자에 관한 다양한 유·무형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한 청화백자, 철화백자, 달항아리 등 백자의 종류와 시기별 미적 특징, 양반가나 중·상류층 가정에서 사용한 백자병, 백자 꿀단지, 사랑방과 찬방에서 사용한 식기류, 백자로 된 부장품, 그리고 민간에서 사용한 도자기, 아름다운 우리 도자 그리기 대회 수상작 등을 볼 수 있다. 수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이 만들고 사용한 도자기를 차근차근 들여다보노라니 조선시대로의 여행을 하는 듯하다.
 
경기도자박물관측에서 발굴한 도편(陶片) 전시도 흥미를 더한다. 발굴 작업에서 출토되어 반입된 도자유물은 적정 항온 항습을 위한 측정장비를 설치하여 특별히 관리한다고 한다.
 경기도자박물관측에서 발굴한 도편(陶片) 전시도 흥미를 더한다. 발굴 작업에서 출토되어 반입된 도자유물은 적정 항온 항습을 위한 측정장비를 설치하여 특별히 관리한다고 한다.
ⓒ 사진제공-이은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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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측에서 발굴한 도편(陶片) 전시도 흥미를 더한다. 도요지 발굴 조사에서는 무수히 많은 도편이 출토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기종별, 크기별, 대표 유물과 중요유물만 박물관으로 들여오고 그것은 정밀 분석과 실측·촬영 등의 과정을 거쳐 국가문화재로 등록하고 적정 항온 항습을 위한 측정 장비를 설치하여 특별히 관리한다고 한다.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도편 또한 후손들에게 항구적으로 물려줘야 하는 공공 문화 자산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조각 작품이 있는 오솔길 

박물관에서 나와 '숲속 오솔길'로 향한다. 이 오솔길은 박물관 뒤편에 있다. 박물관 뒤편에 있는 조선시대 전통 정원을 재현한 한국정원(현재 보수 중), 그리고 15세기 후반 광주의 전형적인 조선 백자 가마(복원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통가마를 지나 '숲속 오솔길'로 들어선다. 오솔길은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오솔길 옆 숲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빼곡하다. 나무들은 꽃처럼 예쁜 초록잎에서 초록 공기를 마구 뿜어낸다. 초록 공기는 몸 곳곳에 쌓인 스트레스를 너끈히 밀어낸다. 그 자리에 신선하고 싱그러운 공기가 스민다. 걷다가 문득 영화 <인턴> 마지막 장면처럼 태극권이나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고 싶어진다.

조각 작품을 보면서 또 걷는다. 나무 아래 벤치, 잔디밭의 소파, 느티나무 아래 이야기 마당에 앉아 쉬어본다. 나무로 제작한 오두막(cabin)은 이 숲속의 탐나는 쉼터다. 누구나 나만의 공간, 나만의 방이 필요할 터. 그곳이 하늘이 보이고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이 팔랑이는 소리가 들리는 숲속 오솔길 옆이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산 아래, 나무 아래, 하늘 아래 오두막 이름에도 감성은 녹아있다. 오두막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오두막이 총 3채라는 것. 
 
곤지암도자공원의 나무로 제작한 오두막(cabin)은 이 숲속의 탐나는 쉼터이다. 누구나 나만의 공간,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
 곤지암도자공원의 나무로 제작한 오두막(cabin)은 이 숲속의 탐나는 쉼터이다. 누구나 나만의 공간,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
ⓒ 사진제공-이은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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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걷다 보니 '스페인조각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스페인조각공원은 '숲속 오솔길'의 첫 이름이다. 2001년 제1회 경기도세계도자기엑스포를 기념하고 경기도와 스페인의 상호 우의를 다지고자 이곳에서 '제1차 한국-스페인 조각심포지엄'이 열렸고 당시 이 공원에 스페인 작가의 작품 49점과 국내 작가 2명의 작품 등 총 51점이 설치되면서 스페인조각공원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경기도와 스페인 카탈루냐주는 1999년 자매결연을 했고 바르셀로나 몬주익경기장에는 경기도 상징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다. 이 공원에 설치된 '대한민국(KOREA)'은 세계적인 조각가 마리아 수비랏치의 작품이다. 그는 2003년 '제2차 한국-스페인 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하여 알파벳 다섯 글자로 우리나라를 형상화 했다.

스페인조각공원은 이곳이 도자테마특화공원이 되면서 '숲속 오솔길'로 개명됐고 현재 공원 곳곳에는 예술성이 짙은 조각 작품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공원의 끝까지 올라가면 낮은 산의 왼쪽은 청자봉, 오른쪽은 백자봉이다.

이 외에도 곤지암도자공원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모래놀이터, 놀이시설, 웃음소리 언덕 등 쾌적하고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걷고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알찬 시설들이 설치돼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예술적 감성과 맑은 공기를 채워갈 수 있다.

태그:#한국도자재단, #곤지암도자공원, #경기도자박물관, #숲속 오두막 ,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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