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무명 가수 리누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무명 가수 리누가 우승을 차지했다. ⓒ MBN

MBN이 야심차게 선보였던 오디션 <보이스킹>이 지난 29일 방영된 결승전과 더불어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선 김종서, 박강성, 조장혁 등 관록을 자랑하는 가수부터 신예 아일, 이광호 등 Top 10에 오른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면서 왕관의 주인공 자리에 도전했다. 최종 결과 20년차 무명가수 리누가 조장혁, 김종서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듀엣 미션에서 김경록(V.O.S)과 '하늘을 달리다'(이적 원곡)를, 개인 미션에서 '사랑아 사랑아'(더원 원곡)로 Top 10 점수 1위에 오른 기세를 몰아 리누는 3인이 겨루는 마지막 무대에서 '가족사진'(김진호 원곡)을 애절한 목소리로 소화하며 이변을 연출하며 1억 원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무려 4시간에 걸친 마라톤 방영으로 진행된 결승전과 함께 <보이스킹>은 성황리에 끝마친 것처럼 보인다. 총 12회 차가 소개되는 동안 매회 평균 6%대 안팎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보일 만큼 무난한 성적표를 기록한 듯 싶지만 <미스터트롯>, <프로듀스101> 같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견줬을 때 화제성과 파급력, 인기 측면에선 부족함을 드러냈다. <보이스킹>이 '성공한 오디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였다.

화제성 전무, 빈수레가 요란했다​
 
 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리누가 김종서, 조장혁 등 관록의 가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리누가 김종서, 조장혁 등 관록의 가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 MBN

 
지난 4월 13일 첫회를 시작으로 약 3개월 가까이 방송이 진행되었지만 SNS,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방송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네이버 TV 동영상 조회수에서 1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영상은 딱 1개에 불과하다(성리 '남자라는 이유로'). 2만 회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고작 9개에 불과하다(6월 30일 오전 기준).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MBN 운영 채널에서 등록한 김정민의 '말리꽃'(42만회), 김종서의 '비련'(26만회) 등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동영상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우승자 리누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그의 네이버 TV 속 경연 영상 조회수는 고작 1만6천 회(1회) 정도였다. 유튜브 개인 채널도 운영중이지만 <보이스킹> 방영 기간 사이 공개된 그의 영상들에 대한 조회수는 1만 회 수준 이하에 머물렀다. 

네티즌들의 관심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개 백과사전 사이트 '나무위키'에서도 <보이스킹>은 관심 밖 소재에 불과했다. 인물 또는 프로그램 등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경우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편집에 참가하면서 다수의 문서가 생산되는 게 일반적인 행태지만 <보이스킹>는 안타깝게도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관련 문서의 숫자 및 분량도 적거니와 방영일 당일 기준으로 9회 차 이후부턴 방송 내용에 대한 정상적인 업데이트 조차 이뤄지지 않을 정도였다.   

참가자들의 극적 이야기, 주목할 만한 무대 부재​
 
 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강호동이 MC를 맡았다.

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강호동이 MC를 맡았다. ⓒ MBN

 
방송기간 동안 화제의 참가자를 배출하고 그를 둘러싼 팬덤이 형성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뜨거운 반향이 감지되는 것이 성공한 오디션 예능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는 초창기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프로듀스101>,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가 공통적으로 입증한 성공 공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이스킹>은 주목할 만한 인물을 만들지 못하면서 그냥 매주 고정적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연 참가자들의 드라마 같은 서사, 압도적인 경연 부재도 <보이스킹>의 빈약한 인기에 영향을 끼쳤다. ​여기엔 후발주자 오디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한 몫했다. 데뷔 30년 이상 관록의 가수 vs 무명 신인이 이름표 떼고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펼친다는 방식 만으론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시키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유행을 선도한다기 보단 그저 남이 하니까 따라한다는 식으로 비치면서 프로그램의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앞선 <보이스퀸>, <보이스 트로트> 등 MBN표 오디션과 맥을 함께 한다.   

심사위원 투표로만 우승자 결정? '그들만의 잔치'​
 
 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리누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9일 방영된 MBN '보이스킹' 결승전의 한 장면. 리누가 우승을 차지했다. ⓒ MBN

 
<보이스킹> 결승전 방식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일반적인 오디션이라면 다양한 형태의 시청자 투표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우승자를 좌우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기 마련이다. 때론 팬덤의 과열 경쟁을 유도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참가자와 프로그램에 대한 주목도는 확실하게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결승전을 성황리에 진행하는 원동력이 되곤 했다.   

​그런데 <보이스킹>에선 일반 시청자들의 참여는 애초부터 배제되었다. 남진-김연자 등 킹메이커(멘토 겸 심사위원) 7인과 기자-작곡가-보컬 트레이너 등 이른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60인 등 소수 인원의 투표에만 의존해 최종 순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꾸며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되었다.

다소 이해 안 되는 심사 방식이 <보이스킹>의 빈약한 인기에 한몫을 담당한 건 아니었을까. 수십만 명이 실시간 온라인 투표에 참가해 엄청난 파급력을 과시했던 기존 오디션 예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던 <보이스킹>은 시청자마저 배제한 그들만의 잔치로 아쉽게 끝을 맺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보이스킹 리누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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