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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과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 임상혁 녹색병원장, 김두나 변호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 관련 자체 조사 최종 보고서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과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 임상혁 녹색병원장, 김두나 변호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 관련 자체 조사 최종 보고서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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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임원 B씨의 해임을 요구한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 지난 5월 사망한 동료의 죽음에 대해 자체 조사 후 28일 네이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를 향해 이렇게 요구했다. 

"회사는 고인을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옭아매고 정신적으로 폭력을 마구 휘둘렀다. 구성원들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진단 및 치료, 휴직을 했다. 직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소리를 냈지만 경영진과 회사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고인을 안타까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네이버에서 팀장이자 개발자였던 고인은 지난 5월 25일 오후 1시쯤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이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고, 임원 A씨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임원 A씨는 지난 25일 네이버 사측의 자체조사 결과 해임됐다. 임원 B씨는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최인혁 COO는 경고조치를 받은 뒤 "도의적 책임을 진다"면서 COO 자리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유가족과 네이버 직원들에게 사과하며 "리스크관리위원회 조사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 및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추가적인 문제 사안이 있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더 나은 회사를 바꿔 나가는 계기로 삼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 노조는 "고인과 구성원이 겪은 고통과 아픔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하고 형식적인 징계 조치"라고 반발하며 이날 네이버 본사에서 '동료 사망 사건에 대한 노동조합의 최종 조사보고서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이 사망한 후 사측 조사와 별개로,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체 조사를 벌여왔다.

최씨는 네이버 CO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 재단 등 계열사 경영진 자리는 그대로 맡고 있다. 최 COO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임원 A씨, 사원증까지 잡아채며 직원들 모욕"
 
▲ 네이버노조, 동료 죽음 조사결과 발표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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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종 조사보고서와 재발방지 대책요구안을 발표한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고인은 야간과 휴일 휴가 중에도 업무를 진행해야 할 만큼 과도했던 업무량과 불분명한 업무지시, 모욕적인 언행, 폭력적인 협박, 직원 신고를 묵살하는 경영진 등의 총체적 문제가 원인이 돼 사망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고인은 네이버 지도 중 내비게이션을 담당하며 서버 전체 아키텍처와 경로탐색 전체를 담당하고 있었다. 고인은 본인에게 주어진 '내비게이션 1등'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밤 11시, 휴일, 주말 가리지 않고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오 지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알려진 임원A씨에 대해 "고인 뿐 아니라 상당수 수많은 동료에게 업무에 맞지 않는 지시를 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직원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지 않으면 밥을 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회의 중 보드마카를 책상에 던지고, 회의 중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사원증을 당겼다 놓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 지회장은 "회사의 인사체계 상 상급자인 임원A가 고인의 평가와 보상을 포함한 인사전반을 결정할 수 있었다"면서 "A의 평가에 따라 고인의 연봉 인상률과 인센티브 수준이 전적으로 결정됐다. A는 고인에게 '스톡옵션을 회수하겠다', '조직장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 인사권을 언급하며 괴롭혔다"라고 덧붙였다. 

"임원 B씨 역시 일상적인 험담 쏟아내"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임원 B씨에 대해서도 오 지회장은 "고인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려 고인의 힘듦을 가중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구성원들을 고통스럽게 했다"면서 "임원 B는 'OO는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높다', 'OO는 일을 시키면 항상 지연되고 변명만 한다', '다른 사람은 이 정도 경력에 더 많은 일을 하는데 왜 넌 그런 일도 못하느냐' 등 일상적인 험담을 반복했다"라고 밝혔다.

"임원 B는 4~5개월이 걸릴 업무를 2개월 안에 끝내라고 압박하고, 금요일 오후에 내주 월요일 회의 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정작 초과 근무 결재를 올리면 '돈이 없어서 주말 근무를 신청하는 것이냐'라는 말을 하며 결재 승인을 지연해 정상적인 근무관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오 지회장은 최인혁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에 대해 "2019년 5월 고인을 포함한 조직장 14명과의 면담에서 임원 A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자 '충분히 들어봤고 생각해보겠다'고 답 했지만 2주 후 조직 개편에서 임원 A는 총괄 조직장으로 발령냈다"면서 "반면 당시 면담을 한 조직장 중 4명은 2개월 내 보직 해임됐고 또 다른 4명은 그해 퇴사했다. 최 대표는 당시 면담에 대해 '문제 있는 사람들이 벌인 해프닝'이라는 발언을 했다"라고 전했다.

"재발방지 대책위, 노동조합과 함께 꾸려야"
 
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과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 임상혁 녹색병원장, 김두나 변호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 관련 자체 조사 최종 보고서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과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 임상혁 녹색병원장, 김두나 변호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 관련 자체 조사 최종 보고서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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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동조합은 "경영진의 막강한 권력을 내부의 직원들이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기구' 노사 동수 구성 ▲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몰린 권한 축소 ▲좋은 리더십을 만드는 노사 공동 시스템 구축 등을 담당하는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네이버는 새로운 리더십 체제 논의를 위해 실무 TF를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노조의 공식요구는 이 같은 논의에 직원들을 대표해 노조가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조는 오는 29일부터 최인혁 대표 및 임원 B의 사퇴와 대책위 구성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연대발언자로 동석한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고인의 산업재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최근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노동자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만 인정되면 어렵지 않게 산재로 인정받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9년 5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박아무개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간호사 그룹 내의 괴롭힘인 '태움'을 인정해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한 바 있다.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서 한 직원이 네이버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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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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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네이버, #사망,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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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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