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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시는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아들 백만 원 후원했으니 보람 있게 쓰렴." 나는 "무슨 돈이 있다고 연구소에 후원하느냐?"고 짜증을 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어머니는 매달 나와 동생이 드리는 용돈과 작은 국민연금, 그리고 시간 될 때 삼촌 횟집에서 알바하면서 모은 대부분의 돈을 교회 헌금으로 내고 주변 이웃에 나누고 사신다. 교회 옆에 집을 얻어 매일 새벽마다 교회 가서 기도하고 성경 읽는 게 일인 분이다.

늦은 밤에 대학원 지도교수님에게 연락이 왔다. 페이스북에 글을 봤다면서 넉넉하면 더 많이 후원할 텐데 미안하다면서 백만 원을 보내 주셨다. 메시지 받는 순간 너무 죄송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안부라도 자주 여쭈어야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다. 연구소 초기부터 후원자셨다.

교수님도 수년 전 은퇴 이후 연금이 수입의 대부분일 텐데 나이 먹은 못난 제자까지 챙긴다. 오래전 석사 마치고 한참 시간이 지나, 박사 과정 다시 시작했을 때도 저녁밥 사주시면서 응원하셨던 분이다.

설렘을 주는 어떤 친구가 있다. 늦은 밤에 일을 마치고 글 보고 송금하고 싶었는데 은행 점검 때문에 새벽까지 기다려서 송금하고 잠들었다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렇게 함께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 사랑하는 동료와 사랑하는 선후배와 이웃과 동지들이다.

얼마전 생일이었다. 나이 먹는 게 자랑도 아니고 생일 축하 받는 게 부끄럽고 송구해서 언제부터인가 SNS에서도 생일 정보를 모두 지웠는데 그 날은 일부러 페이스북에 밝히면서 1만 원 후원을 요청했다.

운영하는 연구소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고 7년 전에 청소년들과 시작한 활동 공간의 의자와 소파, 그리고 집기들이 많이 망가졌고, 이번 여름에 준비하는 '달그락 마을학교'와 '우리 동네 변화 한 발짝' 등 청소년자치활동 지원을 위해서 생일 선물 한다는 셈 치고 커피 두어 잔 값인 1만 원을 후원 요청했던 것.

페이스북의 불특정 다수인 친구들에게 요청한 거였다. 염치 불구하고 올린 글인데 어머니와 지도교수님 등 수 많은 분들이 화답해 주셨다. 하루 만에 모금액이 500만 원이 넘었다.

페이스북 댓글로 많은 친구분들이 축하해 주면서 후원하겠다는 모든 글에 정성 들여 답글 쓰는데 계속해서 가슴이 뛰었다. 활동을 더 잘해야겠다. 혼자만의 일이 아닌 이분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미안함과 함께 더 열심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공존한 시간이었다. 당일 하루 내내 그랬다.

이 글도 쓸까 말까를 여러 번 고민했지만 써야 했다. 고백하건데 '신'은 내가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어서 내 주변에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보내 주셨다. 활동을 할 수 있는 동기는 사람들이다. 내게는 그 사람들이 전부다. 청소년과 청년들 그리고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이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를 살아 내고 있다. 이 순간에도 어려움을 겪는 많은 이들이 있음을 안다. 어려움 가운데 누군가 잘되도록 기원하고 기도하고 함께 나누고 움직이는 수많은 이들이 이 땅 안에 존재한다. 삶으로서 일로서 그 무수한 마음과 행위로서 우리는 모두가 관계하면서 그렇게 살아내고 있다.

존재 자체로 마음과 물질을 함께 해 주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마냥 고마운 날들이다. 삶은 사회적 관계에서 만나는 기적을 체험하는 과정이다. 요즘 들어 더욱 그렇다. 내 삶을 들여다보니 매일이 감사요, 매일이 기적이다.

덧붙이는 글 | 군산미래신문 중복게재


태그:#삶은 기적, #모금, #비영리단체, #청소년자치연구소,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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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입니다.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 #길위의청년학교 #들꽃청소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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