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마다 분리수거를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말이다. 대체 언제 이렇게 쌓인 걸까.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혹은 질질 끌고) 가면서도 의아하다(한 턴만에 클리어 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잠시 후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의 양에 압도당한다. 정녕 이것이 한 주 만에 생겨난 쓰레기란 말인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다.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도 사실 모른다. 이 수많은 분래배출물 중 얼마나 '적은' 양이 재활용되는지 말이다. 분리수거를 했는데 재활용이 안 된다고? 애석하지만 그렇다. 플라스틱을 예를 들면, 실질 재활용률이 후하게 쳐도 18%밖에 되지 않는다. 음식물 등 이물질이 섞여 있거나 여러 재질이 섞여 있으면 재활용이 불가하다. 그럼 다 어떻게 되냐고?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 신세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쓰레기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결국 해답은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비 존슨(Bea Johnson)이 주창했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건 그 때문이다. 원칙은 간단하다.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임있는 생산과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한다. 

'알맹이'만 파는 상점
 
 SBS <물은 생명이다> 한 장면.

SBS <물은 생명이다> 한 장면. ⓒ SBS

 
지난 20일 방송된 SBS <물은 생명이다>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가게를 소개했다. 알맹이만 판다는 것일까. 정확하다. 말 그대로 용기를 들고 와 알맹이만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세제나 화장품 등 친환경 제품을 소비자가 가져온 재활용 용기에 덜어 판매한다. 이렇게 알맹이만 들고 갈 수 있는 물건들이 500여 가지쯤 된다.

또, 집에서 쓰지 않는 제품들을 두고 가면 필요한 사람들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공간에서 1400개가 넘는 물건들이 공유됐다. 거창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알맹상점은 환경을 위한 재미있는 공간이자 함께 오고 싶은 공간이 됐다.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함께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들의 핫플이 됐다. 

[알맹상점 1년의 기록]
재활용해 되살린 쓰레기 2,041kg
찾아온 시만 3만여 명(카드 계산 기준)
새로 생긴 제로 웨이스트숍 90여 곳


문을 연 지 1년, 알맹상점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포장 제품을 쉽게 납품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대부분 거절당했으나 두 업체만이 취지에 공감해 납품을 해줬다고 한다. 현재는 더 많는 업체가 납품 의사를 밝혀 알맹상점 측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알맹상점은 단순히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다시 살리는 업사이클링도 함께 진행 중이다. 

작은 병뚜껑을 가져오면 업사이클링 줄넘기나 치약짜개를 만드는 곳으로 보낸다. 또, 깨끗히 씻어 말린 우유팩은 휴지로, 커피 원두가루는 커피 화분이나 연필로 만들어 재활용한다. 업사이클링에 참여한 손님에겐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고, 일정한 개수를 채우면 치약짜개나 대나무 칫솔, 휴지 중 하나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알맹상점은 환경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SBS <물은 생명이다> 한 장면.

SBS <물은 생명이다> 한 장면. ⓒ SBS

 
알맹상점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에 플라스틱 포장재 절감 등을 요구하는 '어택'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기업에 정수기 필터 회수를 요구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서는 사용한 정수기 필터를 회수해 재활용하고 있다. 꾸준히 투쟁한 결과, 올해 안에 회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또, 여러 환경단체들과 함께 83.2%가 재활용 불가능한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등급' 표시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고(1차 화장품 어택), 용기 재질 개선, 역회수 체계 마련, 리필 활성화 등의 자원 순환 대책 마련도 강력히 촉구했다(2차 화장품 어택). 이처럼 곳곳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은 한계가 뚜렷하다. 물론 알맹상점 등 리필 매장을 다니고 재활용을 더욱 철저히 하면 쓰레기를 대폭 줄일 수 있겠지만, 소비자에게 계속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사는 물건이 달라져야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유통하는 제품이 바뀌지 않으면 소비자는 지금처럼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 문제는 산업 및 소비생활의 전 분야에 걸쳐 있는 사안으로, 정부와 생산자(기업), 소비자 모두 협력해야 풀 수 있다. 공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버넌스(governance) 시스템을 만들고, 순환 경제 플랫폼을 체계화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디 리필 매장이 동네 곳곳에서 뿌리내리(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재활용이 너무 쉬워지(도록 기업은 용기 재질 개선에 나서)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물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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