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김 대표의 연설 내용을 전하는 어느 언론 기사는 "경제는 폭망, 부동산은 지옥"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을 본 사람들은 '경제는 폭망'보다 '부동산은 지옥'이란 말에 더 관심이 끌렸을 것이다.

지난 4년여 집값 폭등으로 집 부자들은 '벼락 부자'가 되었고, 집 없는 서민들은 '벼락 거지'가 되었다. 벼락 거지가 된 2300만 집 없는 서민들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지옥'을 경험했다.

그런데 김기현 원내대표가 말한 지옥은 집 없는 서민들을 가리켜 한 말이 아니다. 집값 폭등으로 벼락 부자가 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수억원 이상 재산이 증가했는데 '지옥'이라니

김 원내대표는 민생 현실에 대한 언급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국민의 삶은 점점 힘겨워지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진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대학생과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언급한 뒤, 그는 집으로 지옥을 경험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한 부부는 몇 년 전 전세금에 대출을 더해 아파트 하나를 장만했습니다. 아파트값이 갑자기 뛰더니 세금폭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전세금에 대출을 더해 가까스로 내 집을 장만한 서민이 세금폭탄을 맞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니다. 1주택자는 공시가 기준 9억원(시세로는 13억원 이상)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다. 시세 13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이 서민이라는 발상에 공감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예를 들어 시세가 17억원이고 공시가격이 12억원인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는 75만원 정도인데, 과연 이 정도의 세금을 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김 원내대표가 언급했듯 "아파트값이 갑자기 뛰어" 수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누리게 됐는데, 이게 어떻게 지옥이란 말인가.

우리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내 집이 없다. 서울 가구의 절반 이상인 무주택 가구의 가장들은 지난 4년간 두 배 폭등한 집값 때문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30세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겼다.

국민의 절반이 겪는 극심한 고통이 제1야당 대표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30분이 넘는 연설에서 그는 집 없는 국민의 고통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폭등한 집값을 정상수준으로 돌려야 한다는 인식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대표연설에서 말한 지옥은 '집값 폭등'이 아니라 집 부자들에 대한 세금 증가를 겨냥한 것이다. 집값이 폭등해서 한편으로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재산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의 세금이 증가한 것을 그는 '지옥'이란 말로 표현했다.

그러므로 그가 제시하는 대안도 집값 폭등의 해결이 아닐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집값 폭등시킬 정책들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집값 대책을 요약하면 세 가지다.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풀고, 재산세·종부세·취득세 등 집 소유와 관련된 세금을 줄여주고, 대출을 확대하여 주택 매수수요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집 부자들의 세금부담은 더 감소하여 다주택자의 매도가 감소하고, 주택매수가 증가하여 집값은 더 폭등할 것이다. 제1야당이 국회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들이므로,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위 세 가지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서 드러난 제1야당의 현실 인식은 다수 국민의 인식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난 4년간 지옥을 경험한 사람들은 집 없는 서민들이다. 열심히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며 살아온 평범한 국민의 절반이 집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제적 하층으로 전락했다. 자신의 삶이 일순간 부정당했다는 것을 체감한 사람이 느끼는 절망과 분노를 어찌 필설로 형언할 수 있을까?

이런 평범한 상식조차 제1야당 대표는 갖고 있지 않다. 이준석 당 대표의 당선으로 혹시나 기득권의 이익을 가장 먼저 위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환상이었음을 깨달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준석 현상'으로 잠시나마 기대를 품었던 집 없는 서민들을 환상에서 깨어나게 해준 연설이었다.

태그:#대표연설, #부동산 지옥, #집값폭등, #국민의힘
댓글3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