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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다녔던 남자아이들은 "마징가Z와 로보트 태권V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친구들과 한바탕 열띤 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보트 태권V가 마징가Z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임을 차치하더라도 애초에 이 토론은 결론이 나올 수가 없다. 두 로보트 모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악에 맞서 싸우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로보트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천진반과 크리닝 중 가장 강한 지구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에는 얼마든지 격조 높은(?) 토론이 가능하다(물론 '천진반의 선조는 지구인이 아니라 삼안인이라는 외계인'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눈치 없는 토론자가 없어야 한다). 천진반과 크리링은 모두 세계적으로 2억 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화에서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SF영화나 히어로 영화에서는 가상의 평행우주를 설정해 그 안에서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과 퇴장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마블코믹스에 기반한 마블 영화 스튜디오의 세계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아래 MCU)'는 21세기 세계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가장 성공한 문화 콘텐츠로 꼽힌다.

전 세계 관객들을 홀린 MCU 세계관의 확장
 
2008년 아이언맨 1편이 개봉될 때만 해도 이 이야기가 영화 22편이 더 만들어진 후에야 마무리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8년 아이언맨 1편이 개봉될 때만 해도 이 이야기가 영화 22편이 더 만들어진 후에야 마무리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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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아이언맨>1편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MCU의 세계관이 지금처럼 크게 확장될 거라 예상한 관객들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언맨 역할을 맡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 중독으로 배우로서 전성기가 될 수 있었던 시기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한물 간 배우가 주연을 맡은 <아이언맨>이 <어벤저스> '인피니티 사가'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주인공으로 활약할 거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관객들은 <아이언맨1>부터 MCU의 영화들이 이어진다고 눈치챌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MCU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 요소이자 다음 편의 예고편이 되는 쿠키 영상이다. <아이언맨1>에서 토니 스타크와 닉 퓨리 국장의 만남을 보여준 MCU는 <인크레더블 헐크>의 쿠키 영상에서 토니 스타크가 등장했고 <아이언맨2>의 쿠키 영상에서 토르의 무기 묠니르를 등장시키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이언맨과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각자의 솔로무비를 통해 주요 인물들을 소개한 MCU는 2012년 <어벤저스>에서 6명의 원조(?) 멤버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그리고 <어벤저스>의 쿠키 영상을 통해 인피니티 사가(The Infinity Saga)의 '끝판왕' 타노스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MCU 세계관을 즐기기 위한 길고 즐거운 여정이 남아 있음을 관객들에게 예고했다(물론 <어벤저스> 쿠키 영상에서 타노스를 연기한 배우는 조쉬 브롤린이 아니었다). 

<아이언맨1>으로 시작해 <어벤저스-엔드게임>으로 끝난 <어벤저스> 인피니티 사가는 햇수로 12년 동안 4편의 단체무비와 19편의 솔로무비로 제작·개봉됐다(토르와 헐크,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했던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솔로무비로 구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관객들은 점점 커지는 MCU의 세계관을 따라가면서 더욱 커지는 재미를 느꼈다.

마블은 23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무려 44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자했다. 특히 인피니티 사가의 대미를 장식한 <어벤저스: 엔드게임>은  3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퍼부었다. 하지만 마블은 이런 '돈잔치'가 전혀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MCU의 영화들은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을 9편이나 배출했고 23편을 모두 합쳐 무려 225억8700만 달러라는 믿기 힘든 흥행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배우 교체? 때로는 뻔뻔하게 모른 척 한다
 
'헐크' 캐릭터는 별다른 설명 없이 에드워드 노튼에서 마크 러팔로로 배우를 교체했다.
 "헐크" 캐릭터는 별다른 설명 없이 에드워드 노튼에서 마크 러팔로로 배우를 교체했다.
ⓒ 소니 픽처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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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는 영화 속에서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하며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적지 않다. 특히 세계관 연결을 위해서는 전편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속편에도 그대로 출연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캐스팅 연결이 어긋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마다 MCU에서는 배우 교체 후 관객들에게 뻔뻔하게 '모른 척'을 강요할 때가 적지 않았다. 

<아이언맨1>에서 토니 스타크의 절친 제임스 로드 중령을 연기했던 테렌스 하워드는 2편에서 역할이 더욱 커지자 마블과 새롭게 협상을 벌이다가 하차했다. 마블은 곧바로 돈 치들을 캐스팅해 로드 중령 역을 맡겼고 치들은 극 중에서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로드와 워 머신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사가에서 7편의 영화에 등장한 워 머신은 이제 빠질 수 없는 어벤저스의 핵심 멤버가 됐다.

<아이언맨1>에 이어 세상에 선보인 2번째 솔로무비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 역은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이 맡았다. 물론 노튼의 평소 이미지와 헐크라는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새로운 헐크에 열광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노튼은 자신의 연기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벤저스>에서 하차했고 노튼의 추천을 받은 마크 러팔로가 합류해 7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맹활약했다.

<퍼스트 어벤저>에서 메인 빌런이자 히드라의 수장인 레드 스컬을 연기한 배우 휴고 위빙은 <퍼스트 어벤저>에서 사망한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뜬금없이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소울 스톤의 수호자로 다시 등장한다. 10년 만에 위빙에게 카메오 출연을 부탁하기 어려웠을까. 마블은 <워킹데드> 시리즈의 로스 마퀸드를 캐스팅해 레드 스컬 역을 맡겼다(어차피 분장이 심해서 누가 누구였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반면에 '영원한 마틸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토르>의 연인 제인 포스터는 2013년 <토르-타크월드>를 끝으로 MCU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다른 배우로 대체하기엔 너무 유명한 인물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의 제인 포스터는 '바빠서 토르와 자주 못 만난다'는 설정 속에 토르가 등장하는 MCU 영화 속에서 수시로 언급된다. 결국 약 8년간 MCU를 떠나 있던 포트만은 내년 개봉 예정인 <토르-러브 앤 썬더>를 통해 MCU에 복귀할 예정이다.

영면에 들어간 트찰라 국왕, '2대 블랙팬서'는 누구?
 
아직은 채드윅 보스만이 아닌 다른 배우가 '이범배'와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는 장면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직은 채드윅 보스만이 아닌 다른 배우가 "이범배"와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는 장면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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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MCU에서는 영화에 출연하던 배우가 연작 출연이 무산되면 배우를 바꾸거나 스토리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우곤 했다. 하지만 대체불가한 솔로무비의 주인공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이유로 영원히 MCU에서 하차하게 된다면 마블로서는 대단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와칸다 왕국의 국왕이자 금수저도 아닌 '비브라늄 수저' 블랙 팬서를 연기했던 고 채드윅 보스만이 대표적이다.

<블랙팬서>에서 온몸을 비브라늄으로 둘러싼 와칸다 최고의 전사 블랙팬서를 연기했던 보스만은 MCU 영화 4편에 출연하며 인피니티 사가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보스만은 <블랙 팬서> 속편 제작을 앞둔 작년 8월 대장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40대의 나이에 뒤늦게 스타덤에 올랐고 흑인 인권을 위해 꾸준히 힘써왔던 보스만의 죽음은 많은 MCU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내달부터 호주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어떤 내용과 색깔의 영화가 될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마블에서는 채드윅 보스만을 CG로 복원하거나 그가 연기했던 트찰라 역에 다른 배우를 캐스팅해 2인1역을 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 발표했다. 현재 MCU 팬들의 관심은 보스만을 이어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게 될 2대 블랙팬서에게 집중돼 있다.

태그:#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아이언맨, #헐크, #블랙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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